19. 남섬을 떠나 북섬으로

고마워요. 코니, 쉐인. 함께 지낸 일주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by 돌밭

코니는 나한테 아무 날이나 편할 때 가라고 했어. 크라이스트처치와 근교를 더 둘러봐도 좋지 않겠느냐면서. 하지만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에 떠나는 게 예의다 싶었지.

우리나라에는 정(情)으로 대변되는 따뜻한 정서가 있고 서구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그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우리한테 있잖아. 나도 그랬어. 하지만 겪어보니 그게 아니야 . 물론 난 작은 틈새로 그들 세계를 잠시 엿본 게 전부지만, "나는 당신을 존중하니 당신도 나를 존중해 주세요"와 같은 태도가 내가 본 그들의 개인주의였어.

코니와 쉐인은 내게 방을 내주고 편하게 있으라며 집안 곳곳을 안내해 줬어. 출출하면 냉장고에서 알아서 내먹으라고도 했었지. 쌍둥이 딸과 시부모님, 친구까지 내게 일일이 소개시켜 주고, 나를 위해 코니와 쉐인은 각자 일주일 휴가를 냈잖아. 쉐인에게 나는 아내 코니의 이방인 친구잖아. 그들은 나를 편하게 대하는데 내가 오히려 조심스럽고, 미안했어. 우리나라에서 이런 열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나부터 친구집에서 잔 적이 학창시절 이후는 없어. 요즘에는 형제간 방문도 서로 부담스럽게 생각한다지? 마치 올 사람이 온 것처럼 나를 대해 주는 코니 가족과 함께 보낸 일주일은 너무 따뜻했어. 이렇게 따뜻한 환대는 처음이야.

코니와 쉐인은 공항까지 날 배웅하면서 내 짐을 일일이 챙겨줬지. "뉴질랜드에서 우리와 함께 한 여행 어땠어?" 쉐인의 말에 "잊지 못할 추억이야"했더니 "좋은 추억? 나쁜 추억?"유머를 던지며 나를 그냥 놓아주지 않는 쉐인. 수속을 마치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탑승장으로 향했어.


국토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 뉴질랜드 면적은 남한의 2.7배, 남북으로 길죽한데다 2개의 섬으로 나뉘고 대중교통도 부실해 공항이 많다. 하긴 비행기도 대중교통이지! 탑승 라운지에 동양인은 나 뿐이어서 국내선이지만 국제선 타는 기분이 든다. 단일민족사회인 우리나라가 그만큼 익숙한 나란 거지.

뉴질랜드의 공항. 자잘한 지방공항까지.
타우랑가까지 이용한 프롭여객기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북섬 타우랑가까지 이용한 여객기는 프로펠러 여객기. 프롭 여객기는 처음인데 재미있는 점은 순항고도가 낮아 기내에서 핸드폰 신호가 잘 잡혀. 얼마나 왔는지 구글지도를 보니 타우랑가 공항에 근처라 아론에게 카톡을 보냈어. 잠시 후 도착한다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대답이 왔어. 나를 위해 마중 나온 사람이 있다는 게 그렇게 고맙고 반가운 줄, 전에는 미쳐 몰랐네.


공항을 빠져나와 아론 집이 있는 오모코로아(Omokoroa)로 향했어. 원래 아론 아버지 생일은 다음 주 인데 오늘 함께 모이면 더 좋을 것 같아 오늘 저녁에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한인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막걸리도 샀지.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 "형님. 우리 자전거 타야죠" 이러잖아. 차고에서 자전거를 2대를 바로 꺼내오네. 로드바이크 하나, 전기MTV 하나. 나더러 전기MTV에 앉아보라고 더니 안장이 너무 높다며 전동공구로 아버지와 함께 시트포스트를 내 키에 맞도록 즉시 절단하는게 아니겠어. 함께 해변을 끼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지. 아론이 앞서고 난 뒤를 따르면서. 왼편으로는 아름다운 집과 나무가 줄지어 있고 오른 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왜 자전거를 타자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자전거로 빠르게 달리며 좌우로 보이는 풍경은 환상적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해. 아론이 얼마나 자전거를 잘 타던지 언덕길은 전기자전거를 타고도 따라가기 힘겨웠어.


집에 도착하니 삼겹살 파티를 준비를 다 해 놨네. 아론 아버지 스티브, 아내 가영씨, 여동생 브리트니, 매제 이어튼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었지. 아론 아버지는 전혀 술을 안하시더라고, 난 그런줄도 모르고 예산에서 나오는 사과 브랜디를 선물로 드렸네. 정원에서 경치를 보면서 삼겹살과 김치를 깻잎에 싸먹었어, 맛이 기막혀. 더구나 아론, 가영씨와 우리말로 얘기하니 너무 편하고 좋은 거야.

아론 가족과 삼겹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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