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작별 파티.
코니는 내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파티를 준비했어. 딸 베르티와 남친 딜런, 옆집 바바라도 불러서, 다른 쌍둥이 딸 라일라는 학교 때문에 더니든에 있어 함께 못 했지.
파티는 우리말로 잔치지만 실제 우리는 생일파티 정도로 쓰는 것 같아. 우리가 영어를 쓸 때 재미있는 습관은 우리말은 진중한 의미로 영어는 가벼운 느낌으로 쓴다는 거야. 생일 잔치하면 뷔페에서 크게 하는 돌잔치, 칠순 잔치를 생각하지만 생일파티하면 케이크에 가볍게 맥주 한잔 정도를 떠올리잖아. 하나 더. 가죽점퍼는 진짜 피혁을 말하고 레더(레자)는 가짜, 인조가죽을 칭하잖아. "멋진데, 이거 정말 가죽이에요?" "아니야. 레자야."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는 그랬다. 그럼 사람들이 아내 대신 쓰는 와이프는 뭐지? 가짜 아내, 여사친 아니면 여친(情婦)인가? 허허, 이야기가 옆으로 너무 샜네. 미안.
코니네 뒤뜰에는 언제든 파티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 의자, 바베큐 오븐, 장작난로가 있었어. 내가 도착하자 파티 시작이야. 관심은 내게 쏠렸지. 코니와 서로 어떻게 알게 되었나? 웨스트 코스트 여행은 어떠했는지? 다음 여행 계획은? 자동차 영업을 하는 딜런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현대/기아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호도와 위상은 어떤지? 내차는 무언지 등등.
쇠고기 맛이 정말 좋았어, 칠면조 맛도 훌륭하고. 나 빼고 모두 와인잔을 들고 있는데 나는 술을 전혀 못해 취기에 동참하지 못해 아쉬웠어. 같이 취해가며 흥을 더해 가는 것이 파티의 묘미인데..
잠시 후 옆집 바바라가 왔어. 직접 만든 쿠키를 한접시 들고. 코니와 카톡 할 때 바바라는 우리 대화의 한 축이었지. 작년 코니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당초에는 바바라와 같이 오려고 했었지만 바바라가 너무 3월을 고집하는 바람에 함께 못 왔지. 내가 우리 3월은 생각보다 춥다. 여행하기 썩 좋은 시기는 아니다.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기도 쉽지 않고, 황사도 있다. 3월보다는 5월을 추천한다고 했는데 바바라는 벚꽃에 필이 꽂혀 계속 3월을 고집했고, 결국 코니만 왔어. 그 덕에 나는 코니와 더욱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난 바바라에게 트렌즈 알파인 열차 투어가 남섬을 여행한다면 절대 놓치면 안 될 코스같다고. 4시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피 다큐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했는데, 내 더듬거리는 영어를 듣던 바바라가 그러더라고. 네 영어는 충분히 좋아. 네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야. 서구인들이 칭찬에 관대 하잖아. 저녁이 되고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자 쉐인이 난로에 장작을 더 넣었지. 어둠이 짙어져 우린 실내로 옮겨 이야기를 더 나누었는데 바바라가 일본 여행을 생각한다기에 설명을 좀 해줬지. 쉐인이 오늘은 이제 마무리하자고 했어. 여행하는 내내 운전을 도맡아 했으니 당연히 피곤하겠지.
함께 정리하고 다들 침실로. 크라이스트처치 코니네 집에서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