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주 차
아기를 갖고 잠은 한없이 깊이 잔다.
만약 10분을 눕는다고 해도 꿈에서 이야기는 만리장성까지 쌓아진다.
시간의 개념이 다른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꿈도 꾸고 수면도 청한다.
새벽 5시쯤 가장 진지하고 깊고 선명한 꿈을 꾼다.
오늘은 '딸아이', '사슴 가죽', '붉은 판초', '밝은 곱슬머리', '한국 토종 남자와 외국인 여자 부부', '전기가 없는 집'이 나왔다. 나는 초청받았고 차를 마셨다. 어렸을 적에 들어갔던 그늘막의 청량한 버섯 하우스 같은 집이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일이 너무 좋다고 연거푸 말했다. 사실 우리 집 가까이에 당신들이 살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진짜 우리 집 옆이라고 믿었는지 꿈을 깨고 한참을 어디에 그런 숲이 있었더라 하고 고민했다.
위치가 아니고 공간 개념에서 머리를 굴려봤지만 연결되는 공간을 찾을 수 없었고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 부부는 서로 환상의 커플 같았다. 바람과 나부끼는 나무처럼 잘 어울렸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새 이런 꿈을 꾼다. '축하와 환대', '오랜만에 만나는 낯선 지인', 한 번도 꾼 적 없는 결의 이야기들. 소위 개꿈이라고 말하기엔 매우 진지하고 실감 나서 꿈에서 사유를 불러일으킨달까.
직감을 믿고 이완을 즐기고 있다.
우선 마음을 놓기까지 아기의 안정적인 상태를 기원하고 있다.
목요일에 황금빛 노을이 집에 화사하게 들어오자 마음을 놓았다.
아, 마음 졸일 필요 없다고 알려주는구나. 하고,
이 이완과 느림의 시간을 즐겨보자.
뭉근히 아픈 배와 함께 둥실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