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 차
임신부 내의, 임산부 내복, 이렇게 저렇게 키워드 검색을 하다가
임산부 내복은 '임부 내의', '임부 내복' 이렇게 찾는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원플러스 원으로 된 면모달 하의를 구매했다.
3주 전엔 임산부 팬티와 임산부 브라를 구매했다.
잠을 자는데 넉넉했던 실내복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배가 나오니 고무줄이 가슴 아래까지 올라가서 밑위가 불편하거나 바지가 돌아갈 때마다 끼이거나 조금 배가 불리 먹으면 중간 배가 조이는 기분이었다.
"잠을 잘 땐 편하게 자야지!" 안 그래도 하루에 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필요 제품들을 살까?
팬티는 3 벌 샀다가 6벌로 늘렸는데.. 튼살크림도 어느새 3분의 1을 써간다.
당근 마켓에서 샀던 임산부 백과, 덤으로 주신 태교 동화, 종종 보는 유튜브의 영유아 다큐멘터리, 자연주의 출산 헤프다 버딩 책부터 아기 키우기 기본서라는 베이비 위스퍼 1,2까지.
작은 변화가 모여 점점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몸은 8주 차까지 걸을 때조차 불안했다. 마치 작은 찻잔에 가득 찬 살랑이는 반숙 물을 채우고 걷는 기분이었다. 꼭, 내가 달리기라도 하면 쿵- 모두 쏟아질 기분이었다.
10주 차까지 먹덧이 심했다. 냄새도 예민하게 느껴졌고 잇몸이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먹지 않으면 토가 나올 것처럼 빈속의 내장까지 울렁거리는데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 먹고 싶은 음식도 명확했다. 시거나 매운 음식들이 당겼다.
13주 차까지는 자궁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사타구니에 통증이 찾아왔고 가끔, 배뭉침이 있었다. 여전히 자주 먹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몸이 그걸 원해서 식욕은 없는데 어쩌나 싶었다. 현타가 왔다. 이렇게 먹고 싶지 않아도 하루 4-5끼는 먹어야 하는구나 하고. 없던 두통도 종종 찾아왔다. 미열도 간혹 따라왔다.
얼굴이 흙빛이 된다. 좋았다 안 좋았다, 변동 심한 날씨처럼. 흐린 날씨엔 덩달아 몸도 무거워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맑고 밝은 날이 좋았다. 12주 차가 지나서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머릿속엔 온통 '먹는 것', '자는 것', '쉬는 것' 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몸은 온통 '먹는 것', '자는 것, ' '쉬는 것' 밖에 없다.
한 번은 쉬고 싶은데 먹고 싶은데 눕고 싶은데
이성적으로 거스르고 무언가에 조금 열중하고 몸이 하는 말을 거스르니 두통이 나를 조여왔다.
먹고 쉬라고 말했다. 몸살처럼 열도 났다.
또 하루 2시간에서 3시간 낮잠을 자야 했다. 만약 하루라도 낮잠을 거스르면 그 여파가 그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하루에 1m씩 아기가 큰다.
또, 1분에 160번 이상씩 심장이 뛰는 아기는 장기를 만들고 있다.
언제는 폐, 언제는 성대, 언제는 속눈썹과 발톱..
그러니, 내가 잘 먹고 쉬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우리 황금이 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고 잘 자고 배가 고프다는 것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사랑이 점점 커지고 기다림이 점점 더 기뻐진다.
처음 겪는 일이라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자연스럽게 몸은 꾸준히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예민하게 엄마가 느껴만 준다면 크게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