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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Jun 03. 2022

나도 꼬까옷 잘 입는데

문득 늙었다 2

늙긴 늙었는지 이제 팔자 주름도 되직히 넓다.


또 인중에 털도 많이 나면서 울 엄마 처녀 때 그 시절 모습 같기도 하고.


오늘 날이 더워지니까 확 마, 반바지도 입고 나시도 입고 나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접었다.


접는다는 게 늙은 거다. 내 겨드랑이 살이나 뱃살이 여름에 흐르는 땀처럼 어찌나 싫던지. 면으로 청으로 덮어야 그나마 낫지 않겠나 하고 말았다.


반바지 하나 입으려고 해도 여자는 말이다


다리털도 깎아야 하고 로션도 발라야 한다 말이다?


남자 여자 그 기준을 논해서가 아니고 말이다, 그냥 내가 그게 싫다 이거다.


그런데 우스운 건 다리털 안민지 5-6년은 된 듯하다. 간혹 결혼식 갈 때나 치마 입을 때 녹이는 제모 크림으로 쓱 발라 밀곤 했다.




나도 꼬까옷 잘 입는데




옛날엔 잔꽃무늬 원피스에 프릴 달린 샌들 같은 것도 신었다. 

상큼함에 톡톡 터지던 그런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넓고 큰 면티에 반바지, 청바지에 청색계열 남방이 가장 무난하고 세련되고 편안하고 안 꾸며도 너무 스포티하지 않아서 대강 때려 입기 제일 좋다고 매번 손이 가니.. 참 속상할 일이다.


꾸밈 노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내가 얘기하는 건 내가 꾸미고 싶은데 안 하니까 속상해서 하는 말이다.


돈 아낀다고 안 사던 옷이 자연 생각한다, 마음 비운다, 단순히 산다 하고 버린 옷만 정말 10 봉지 이상. 버리고 또 버려도 버려지는 게 '옷'이라는 것.


옷의 존재론까지 간다. 그래 옷은 세월이 지나면 촌스러워지기 마련, 생활하다 보면 더러워지기 마련, 비싼 옷 사면 관리하는데 드는 돈도 비싸고 시간 아깝기 그지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충 간지는 안나도 청결하고 깔끔하게 입으면 된다! 의 지론으로 가는 것!




근데.....




나도 꼬까옷 잘 입을 수 있는데



진짜다.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옷도 액세서리도 화장도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꼬까옷 잘 입는다 하고 시작하면 금세 눈이 시뻘게지면서 인터넷 뒤지는 내가 한심해진다. 카드값이 십몇만원 3개월 할부 나가기 시작하면 엄청 후회된다. 왜! 왜! 왜!


왜. 왜 그래. 나도 꼬까옷 잘 입는데. 관리 좀 하자 제발 응?






이제 옷의 존재론에서 나의 성향론으로 넘어간다.


나는 원래 간결한 사람, 실용적인 사람이야. 정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꾸밈비, 써야 할 땐 써야 하는데. 여자 맘을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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