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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Aug 05. 2022

이를 갈거나 턱 가는 사람 안아주기

비폭력 관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갈이를 시작해서 재작년에 완치했다. (벗어났다 라는 표현이 더 맛을 수도)

가끔 이를 갈아서 턱과 관자놀이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동병상련 그렇게 반갑다.


어느 책에서 이갈이를 앓는 사람 중에 여성이 8-90%를 차지한다고 보았다. 


무엇인가를 참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억누르고 있을 때, 당신이 잠이 든 사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폭발 한한다. 바로 이갈이, 턱에 힘을 주면서 긴장하는 채 이를 갈고 떡떡 거린다.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렇게 불안할까?

폭력적이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 또는 그러한 화술, 그리고 갈등 관계에서 져주거나 열등한 조건에 서는 편이 익숙한 여자들.


보통, 남편과 함께 살 때 화를 참거나 인내하는 쪽의 여성의 경우. 

말로써 상처를 받고 이를 표출하고 싸우기보다 내가 참고 말지 하는 식으로 묵혀오는 울화 섞인 감정들이 있다.


달리 말하면 이건 비단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섬세하고 여린 남성도 그렇지 않은 남성에게 같은 관계에 설 때 마찬가지로 비롯된다.

또 성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청소년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와 관계에서 쉽게 이기적이게 발언할 수 없는 사람들, 자신이 섬세하기 때문에 상대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아니까 일을 키우지 않고 되려 참고 참는 사람들. 주눅 들거나 눈치 보는 사람들. 상처받는 사람들.


나는 수면 의과도 가고 구강 전문 치과도 다니면서 '이건 별것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현대인이라면 겪는 불면증과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약 10년, 결혼하고 남편과 사이에서 긴장도가 극에 달하자 너무나 심각해졌고 직접적으로 고치기로 결심했다. 


심리적인 이유, 스트레스.


그 근본은 겉으로는 '성적', '업무나 학업 스트레스', '돈' 등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국 존재의 부정, 존재의 불안이다. 고등학교 땐 아빠에게 잘난 딸로 인정받고 효도하고 싶었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불안했고 아빠에게 실망을 줄까 봐 불안했다. 그 이후로는 자아실현 직업이나 취직, 미래가 불안하여 내 존재가 망할까 봐 불안했다. 또 남편과 결혼을 하고는 현실적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데 남편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 



그렇게 불안의 이유를 찾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할 말을 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곳에서부터 탈출하거나 관계를 끊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이나 함께 가고자 하는 의지가 큰 상황이라면 비폭력 관계, 이해와 배려의 관계, 존중의 관계, 완전한 신뢰를 용인하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정말 험난하고 엄청난 칼부림과 다툼, 화해가 발생한다.


그게 현실이니까.. 나는 그때 남편의 의도가 어떻든 내가 그의 말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나의 상태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할 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폭력적인 화법을 서로 인지하고 상대를 존중하도록 협의했다.


'무너져 봐야 알지.' 

당신이 무너져 봐야 무너진 사람의 심경을 알까?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약자이고 무능력하다고 해서 배려받지 못해야 할까?

타고난 사람의 성향도 저마다 다르듯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다 다르다.

존중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특히 그게 가족이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무덤이기도 하고 천국이기도 하니까.

가족 사이는 존중을 넘어 사랑을 연습하지 않으면 더욱이 안된다. 상대가 원하는 '본질, 무엇'을 서로 인내하며 발맞춰 노력해 주어야 한다. 사소하지만 성실한 노력이 서로를 돈독하게 하고 질병과 화를 피하게 한다. 


나는 아직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말하는 누군가를 볼 때면 불끈 화가 솟는다.

그게 나랑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욱이.. 얼마나 더 아파봐야 상대의 아픔을 존중해줄 수 있는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왜 외면하는지 말이다.

가끔은 그러한 폭력적인 모습에 지금보다 더 비폭력을 외치는 내가 되고 싶다.


나도 성급하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니 그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느리고 답답한 사람, 실수가 잦은 사람, 기회를 놓치는 사람에게 타일러주고 자만과 자존심을 낮추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저자세로 대화하자, 너와 내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며.  


이상, 

이를 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이를 갈고 있는 당신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너무 찢어질 듯하여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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