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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Jul 10. 2021

나이 서른, 바디프로필에 도전해봤습니다.

서른의 발악

서른의 발악

안 하던 일도 하게 만드는 서른의 마법 


몇 해 전부터 인스타그램에 부쩍 자주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바로 지인들의 바디프로필 사진이었다. 당당하게 드러낸 지인들의 맨살을 보게 되어 민망하면서도, 동시에 군살 없이 탄탄한 몸이 부럽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바디프로필을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선 그렇게 멋진 몸을 만들 자신도 없었거니와, 나름 유교 걸인지라 뭔가 나의 몸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내 나이 서른을 맞이하게 되었고, 뭔가 특별한 서른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새해 목표 중의 하나로 바디프로필 촬영이 추가되었다. (그렇다, 서른 살은 안 하고 짓도 하게 만드는 무서운 나이다.)


내가 바디프로필에 도전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로, 나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향한 간절함이 사라지고, 열정과 끈기도 약해진다고 느낀다. 목표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달성해가는 쾌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경험해본 사람은 너무 잘 알겠지만, 서른이 가까워오면 체력이 저하되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는 등 기존에는 없었던 건강 관련 문제도 생기는 시기다.


'내가 바디프로필도 했는데, 이것도 못하겠어?'


바디프로필을 계기로 더욱 건강한 신체와 마인드를 기르고 싶었다. 말하자면, 서른 이후의 삶을 살기 위한 기초 체력 공사를 제대로 하고 싶었달까. 물론 결과로 딸려오는 멋진 사진은 가보처럼 잘 보관해서 나중에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자식,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바디프로필 준비


넉넉하게 PT 60회를 끊었고, 운동은 5개월, 식단은 3개월을 지속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바꾸니, 몸은 차근차근 변해갔다. 운동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상체 살이 먼저 빠지기 시작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절대 살이 빠지지 않을 것 같았던 고집스러운 허벅지에도 기쁜 변화가 찾아왔다.   


바디프로필은 준비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운동과 식단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회원님 식단 잘 지키고 계세요?'라고 물어보셨을 때, 머릿속으로는 지난 주말에 먹은 족발, 떡볶이가 스쳐 지나갔지만 입으로는 '네, 잘 지키고 있어요'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곧 내 몸이 인바디 기계의 스캔을 거치자, 거짓말은 들통났다. 먹스러운 주말을 보내고 그 다음날 몸무게를 재면, 체중은 그대로거나, 약간 올라있었고, 식단을 잘 지킨 주말을 지내고 나면 몸무게는 빠져있었다. 사람의 입과는 달리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해야 했다.

 

지나고 보니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5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여러 단계의 고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출근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운동하는 루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이제는 식단이라는 고비가 찾아왔다. 회사에 가져갈 점심, 저녁 도시락 준비하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서,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캔틴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삼삼오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동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촬영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는 매일 아침 웨이트 1시간, 유산소 30분 하는 운동량도 충분하지 않다고 하여, 퇴근 후에도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1시간을 더 해야 했다. 촬영을 4일 정도 앞둔 시점부터는 섭취하는 물의 양도 조절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운동이 추가되고, 먹는 음식이 조금 바뀌는 수준이 아니었다. 음식, 술, 늦잠, 인간관계 등 기존에 누려왔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의 루틴을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디프로필, 그 후


체중 4kg 감량, 체지방률 12% 감소, 근육량 1.5kg 증가라는 정량적인 성과를 얻었다. 기존에 입던 옷, 특히 바지가 너무 커져서, 다시 옷을 사야 하는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하게 된다. 자신감이 생겨서,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몸매가 드러나는 티와 바지를 입고 외출한다.


몸의 변화보다 사실 더 좋은 것은 이후에도 운동 및 건강한 식습관을 지속해나갈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촬영이 끝나고 적어도 일주일 동안 헬스장 근처를 얼씬대지도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틀 만에 요가 매트를 펼치고 홈트를 했고, 결국 헬스장은 일주일도 안 되어 출근 도장을 찍었다. 바디프로필 촬영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루틴은 이후에도 꾸준히 나와 함께하며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주변에서 '바디프로필도 중독이라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라'라고 말했을 때는 절대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는데, 막상 촬영을 마치고 나니 결과물에 아쉬운 점도 생기고, 색다른 컨셉으로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서른의 시작을 바디프로필과 함께 하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  


Photo by Kajetan Sumil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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