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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Sep 04. 2020

10년 동안의 일기 쓰기가 바꾼 내 모습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나만의 타임머신 만들기

나의 장점은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호기심과 그것을 바로 시도하는 빠른 실행력이다. 그러나 장점의 정반대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 마련. 나는 무엇이든 꾸준히 지속하는 것에 약하다. 하나의 취미, 운동을 시작했다가도 곧 흥미를 잃고 다른 걸 시도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심지어 인간관계조차 꾸준히 이어가는 가늘고 긴 관계보다  짧고 굵은 단발적인 관계들로만 내 삶을 채워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는 습관이 있다. 바로 일기 쓰기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일기 쓰기가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의 강렬한 내적 동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왜 일기를 쓰고 싶은지, 단순히 주변에서 일기를 쓰니까 왠지 나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등 떠밀려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일기를 쓰고 싶은가?


나의 일기 쓰기는 스무 살이 되어 처음 사귄 남자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매일 하루의 끝에는 꼭 일기를 쓰는 그가 멋있어 보여서 나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충실히 이어오다 보니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지게 되었다.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일기 쓰기를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행위가 내 삶에 가져다주는 장점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원래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일기를 쓰면서 나는 긍정 DNA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처럼 더욱 긍정적인 마인드가 확고해진 사람이 되었다. 기록을 통해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누굴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하루를 입체적으로 기억하면서 기억력도 좋아진 것 같다.


일기 쓰기 10년,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두더지처럼 튀어 오르는 생각과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싫어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기록하는 사람으로 나는 변했다.


10 기록의 변천사 


10년 동안 내가 일기를 써온 방식은 몇 번의 변천 과정을 거쳤다.


일기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대체 일기에 어떤 걸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이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하루에 겪은 모든 일을 다 서술해야 하는 것인지, 느낀 점 위주로 간단히 서술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나 또한 초기에는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몇 시에 집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듣고 누구랑 몇 시에 만나서 밥을 먹고, 집에 몇 시에 돌아왔다의 내용으로 빼곡히 채웠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기록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 일기 쓰기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2-3개월 뒤의 일기를 보니 드디어 시간의 흐름에 얽매인 서술을 탈피하여 내가 느낀 감정, 교훈, 굵직한 사건 위주로 그날 하루를 재편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다이어리에 손으로 쓰던 일기를 온라인으로 옮기면서부터이다. 오늘 먹은 점심, 퇴근길 예쁜 석양, 회사 화장실 거울 셀카 등 하루에도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셔터를 누르기만 하고 그 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갤러리에 쌓여가는 일상의 사진들이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네이버 블로그에 그날 찍은 사진과 함께 일기를 쓰는 지인을 보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더 효율적이고 입체적인 일기 쓰기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오프라인-> 온라인 일기 전환 작업을 실행에 옮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블로그에 비공개로 일기를 써오고 있다. 사진을 중심으로 기억의 조각들이 소환되다 보니 이제는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기록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일기 쓰기는 여러 장점이 있다. 일단, 언제 어디서나 일기를 쓸 수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도 작성이 가능하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에 작성하는 등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일기장과 볼펜 그리고 일기장을 올려놓을 수 있는 평평하고 정적인 장소라는 조건의 속박에서부터 자유가 되었다.


일기가 밀렸을 때 일단 가장 기억에 생생한 그날의 일기부터 쓰고, 그다음 장에 어제, 엊그제의 일기를 써서 기록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쓰는 일기는 수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깔끔하게 기록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


꾸준한 일기 쓰기의 비결 


1) 일상생활  일기 쓰는 루틴 만들기 


나는 주중에는 퇴근하고 집 가는 길 대중교통에 몸을 맡긴 채 일기를 쓰는 편이다.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약 5분 동안은 카톡, 인스타그램, 뉴스를 확인하다가 지하철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네이버 블로그 앱을 켜고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이렇듯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또는 ‘잠들기 전 30분’ 등 하루의 일정 시간이 고정적으로 일기를 위해 배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많은 에너지를 쓴다. 매일 일기 쓰는 일에 뇌의 에너지가 든다면, 일기 쓰기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공간에서 일기를 쓰는 루틴을 마련하여 일기 쓰는데 최소한의 힘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습관을 들일 때까지는 외부의 강제력 이용하기


매일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힘들다면, 스스로의 약한 의지를 너무 자책하지 말고, 적당히 외부의 강제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목표 달성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가 많다. 내가 애용하는 앱 중의 하나인 #챌린저스에도 일기 관련 챌린지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게다가 돈까지 건다면 그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꾸역꾸역 해내는 기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적어도 2주, 한 달만이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그 후부터는 외부 강제력이 없더라도 스스로 이어가는 것이 이전에 비해 전혀 힘들지 않고, 일기 쓰기를 이어가려는 관성이 생길 것이다.


3) ‘매일’을 ‘기록’하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기


일기는 매일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 이틀 기록을 못해서 그 기억을 잃는 것은 아쉽지만, 1년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그 하루 이틀 정도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남지 않더라도 큰 일은 없다. 오히려 일기 꾸준히 쓰기를 깜빡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일기가 밀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더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약간 내려놓고 상황에 따라 며칠 정도는 건너뛰어도 괜찮은 쿨한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건강하다. 같은 맥락에서 시간도 하루에 30분 이상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일기 쓰기가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는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지만, 일기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1월 1일자로 한 해를 구성하는 365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면, 기록을 많이 남긴 사람에게 더 많은 날들이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일기장에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일기를 선호하고, 요즘은 그림일기를 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일기를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정답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된다면 당신의 삶은 100% 이전과 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기록 없이 떠나보낸 지난날을 후회하지 말고, 오늘이라도 당장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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