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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Jun 20. 2022

책을 출간한 뒤 인생이 달라졌을까요?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대답합니다.

안녕하세요, 재쇤입니다.

<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 책이 나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책을 샀다며 카톡으로 인증 사진을 보내주는 지인들의 채팅, 인스타,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독자 분들의 후기를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제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도 공감이 되고,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래도 꽤 괜찮은 책이라는 위안에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도 물어본 적 없지만 책이 세상에 나온 지 만 한 달 된 것을 자축할 겸, 이 과정 또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5문 5 답을 준비했습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5가지 질문에 답합니다.



1. 글을 쓴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29살의 어린 나이에 덜컥 팀장이 되었을 때는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어요. 대학교 재학 시절 수업 팀플이나 대외활동을 하면서 리더 역할은 여러 번 해본 적은 있기에, 나름 익숙하고, 잘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직장에서의 팀장의 역할은 그 책임감과 무게가 너무 다르더군요.


더 잘하고 싶은데 고작 이것밖에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더 신경 쓰고 성장을 이끌어주지 못해 팀원들에게는 항상 미안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발버둥 치는데, 계속 그 자리에 머무는 듯한 느낌에 자신감이 떨어져 가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10년 넘게 일기를 써오고 있고, 이전부터 브런치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글을 써오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차올랐던 것 같습니다. 불안하고 막막하더라도 이러한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괴롭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2. 어떤 과정을 거쳐 책이 나오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브런치에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글을 발행해왔어요. 그런데 제가 브런치에 발행한 여행 에세이 등의 글은 소소한 수준의 좋아요와 노출 수 등의 반응을 얻었지만, 팀장 시리즈 글은 발행되자마자 모바일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일하는 회사도, 직책도 저마다 다르지만 수많은 직장인들이 제 글에 공감하면서 써주신 댓글을 보며 지극히 개인적이라 생각했던 제 경험이 내가 모르던 누군가에게 닿아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브런치에만 보관할 것이 아니라 책으로 출간해서 일분일초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닿고 싶다고요. 그렇게 12편의 글이 모이니, 한 번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22년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책 출간으로 세우고, 1월이 되자마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가서 자기 계발/리더십 분야에서 ‘팀장’ 관련 키워드로 책을 낸 출판사를 조사했어요. 그중 3곳에 연락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파지트라는 출판사에서 바로 긍정적으로 회신을 주셨어요. 그렇게 계약을 맺고 4개월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책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3. 책을 쓰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나요?


초반에 브런치에 글을 써올 때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요. 출판사랑 계약을 맺은 뒤에는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읽을 만한 수준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 약 한 달 동안은 글이 써지지가 않더라고요. 내가 아닌 누군지도 모르는 남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할지, 그리고 과연 내 글을 좋아해 주실지 감이 안 왔던 것이죠.


이러한 슬럼프를 해결했던 방법은 조금 이기적으로 저만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이 아닌,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의 더 나은 나를 위해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의 일화를 기반으로 글이다 보니 회사 사람들, 특히 팀원들의 반응이 걱정된 부분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책의 한 에피소드의 제목이 '팀원들이 나 빼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거든요. 실제 내용을 읽어보면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수평적인 사람이 되려고 해도 팀장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존재'라는 걸 자각하고 인정하는 내용인데 제목만 읽고서는 '제가 팀원들을 원망했다'는 메시지로 읽힐까 봐 걱정이었어요. 팀원들이 섣부른 오해를 하고 걱정하지 않도록 책이 나오자마자 팀원들에게 가장 먼저 출간 소식을 알리고 책을 선물했어요.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는 팀원들의 반응을 보며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4. 책에 수록된 글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나요?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21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사실 모든 글이 금쪽같은 제 새끼 같아 다 좋고 의미가 있지만, 그래도 한 개의 글을 고르라고 하면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나는 무엇으로 일하는가>를 꼽고 싶습니다. 다른 글과는 다르게 팀장으로서의 제 모습이 아니라 '인간 안재선'에 대해 해부학 실험을 하듯이 탐구하면서 쓴 글이거든요.


20편이 넘는 글을 쓰면서 문득 독자들이 '저자는 어떤 사람이길래, 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성찰하면서 사는 거지?' 궁금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출간 작업 막바지에 이 글을 쓰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인생에서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이끌어 준 일관성 있는 원동력을 찾아내면서도, 너무 스스로를 과시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내야 했으니까요.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 질문했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제 모습을 반추하며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간 과정이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진정한 성공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가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일하는가> 중에서


5. 출간 이후 삶에서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출간을 앞두고 '갑자기 내 책이 너무 잘되면 어떡하지?' 등 괜한 걱정을 사서 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출간 이후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SNS를 통해 주변에 출간 소식을 알려도 생각보다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고요. 여전히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이럴 때 일수록 일이라는 본업에 소홀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가로서의 부캐가 너무 외롭지 않도록 기회는 종종 찾아오는데요, 얼마 전에는 청주방송 FM 101.5 <박용관의 라디오 > 리딩 충북 코너에 게스트로 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디오 출연은 처음이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7월에는 스여일삶이라는 스타트업 업계  유명 커뮤니티에서 북토크 열린답니다.  


박용관의 라디오쇼


회사에 출근하여 진지하게 일을 하다가도,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인스타, 네이버를 확인하면 가끔씩 올라오는 책 후기를 읽고 벅찬 감동에 찹니다. 직장인과 작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것 같은 괴리감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로서의 부캐가 있기에 이런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향후 저를 찾아올 또 다른 감동과 기회를 위해서 지금 여기서 만족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어떠한 기록이라도 계속 열심히 남겨야겠다고요.


P.S

To. 제 책을 읽고 온라인 상에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께

일일이 반응하지는 못했지만, 다 잘 읽어보고 있고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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