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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Sep 15. 2022

중고책 26권을 팔고 얻은 3가지 교훈

(모든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매월 말일, 내 통장은 오전에 잠깐 뚱뚱해졌다가 곧 신용카드 대금, 부모님 용돈, 적금 등이 자동 이체되면서 급격히 빠른 속도로 쪼그라든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옷도 사이트에 들락날락하며 2-3번은 망설인 뒤 구매하고, 만약 이미 정해진 예산을 초과한 달이면 장바구니에 넣어둔 상태로 다음 달까지 꾹꾹 참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아끼지 않는 소비가 있는데 바로 책이다. 한 달에 5만원 예산을 편성해놓고, 평균 2-3권 정도의 책을 구매한다(물론 책은 단가가 옷에 비해 훨씬 저렴해서 가능한 일이긴 하다). 대학생 때는 새 책을 구매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기에 알라딘 매장에 가서 중고책을 사면서 돈을 아꼈었다. 그런데 돈을 벌게 된 뒤부터는 중고 서점 근처는 얼씬거리지 않고 새 책을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직 어느 누구의 손길도 거치지 않은 빳빳한 페이지를 넘기며, 새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책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좁은 8평 자취방에 책이 자꾸 쌓여만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다. 단 한 권의 책도 넣지 못할만큼 책장의 모든 공간이 꽉 찼을 때쯤, 이제는 다 읽은 책들과 작별하기로 마음 먹었다.


중고 판매할 책 정리하기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계속 보관할 책과 판매할 책을 나눴다. 이렇게 기준을 두고 나누니 비교적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To Keep

- 인생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책 (ex: 그리스인 조르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ex: 소설가의 일, 시옷의 세계)

- 표지가 이뻐서 소장하고 싶은 책 (ex: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o Sell

- 오랫동안 보관만 하고 읽지 않은 책 (ex: 역사의 역사, 넥스트 레볼루션)

- 재미는 있었지만 보관할 가치는 없는 책 (ex: 초격차, 자기 앞의 생)

- 재미 없는 책 (ex: 모든 것이 되는 법, 아날로그의 반격)



중고책 판매할 곳 정하기


어디에 팔아야 더 높은 값을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정말 완벽한 사이트를 찾았다. 대표 중고서점인 알라딘과 YES24의 매입가격을 비교해주는 굿바이북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도서명만 입력하면 각 매장에서 구매하는 가격(최상 매입가 기준)이 검색 결과로 나왔다. 그리고 각 서점의 중고서적 팔기 사이트로 바로 갈 수 있는 링크까지 있어 정말 편리했다.


http://goodbyebook.co.kr


그래도 한 때 나를 스쳐갔던 책인데,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워서 엑셀 시트에 정리를 했다. 어떤 책은 알라딘에서 더 높은 매입가로 구매하고, 어떤 책은 예스 24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책마다 가격은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예스 24에 더 많은 책을 파는 것이 이득이었다. 앞으로 중고서점에 판매하는 책들은 이 시트에 쭉 정리하면 나중에 볼만한 기록이 될 것 같다.



중고책 판매 후 느낀 점


중고책을 판매하면서 3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1. 우선, 나는 번역체가 너무 심한 책에는 약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몰입이 안 되서 결국 끝까지 못 읽고 중간에 포기했다. 앞으로 번역서를 구매할 때는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무조건 한 챕터 정도는 읽어보고, 괜찮다고 판단된다면 그때 구매를 결정하는 것으로.


2.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들, NFT, 메타버스와 같이 트렌드를 다루는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책들은 새 책을 구매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중고 책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기도 하다.


3.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책은 주로 신간 책이었다(ex: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신간 책을 구매했을 때는 빨리 읽고, 빨리 파는 것이 이득일 것 같다.


26권을 판매하고 8만원이라는 소소한 용돈을 벌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책장에 그대로 보관만 했다면 얻지 못했을 자산이니 이마저도 소중하다.


비워낸 책장의 공간이 어떤 다른 책들로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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