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시대 우리의 생존 전략
"메타 넉 달만에 또 대규모 감원 1만 명 해고"
"1.8만 명 감원한 아마존, 또 9000명 해고한다"
최근 자주 보이는 뉴스 기사 헤드라인이다. 팬데믹 시기 급격히 성장했던 글로벌 테크들의 몸집 줄이기가 매섭게 진행 중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크고 상대적으로 노동법상 해고가 쉬워서 정리 해고의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정리 해고는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최근 심심치 않게 주변 지인들로부터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정리 해고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가 아니라 권고사직의 형태를 띤다는 점,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요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ChatGPT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자료 조사, 글쓰기, 온라인 고객 문의 응대 등의 많은 직업들이 ChatGPT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hatGPT 출시 이후 일자리 시장의 구조는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 우리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는 건 아닐지 불안함이 엄습한다(심지어 개발 코드까지 짤 수 있다고 하니, 문과생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도 아니다).
제조업, IT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직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와 기술에 의해 '대체'가 일어날 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1차적인 반응은 분노와 저항이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이 그 예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세상은 대체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며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바뀌지 않을 세상을 두고 한탄만 하기보다는 반대로 기술의 발전에도 산업군 내에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직업, 조직 내에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여기에 자신의 발전의 추를 맞춰야 할 것이다.
직업적으로 보면, '효율'이라는 가치에서 기계, 기술보다 인간의 노동력이 우위가 떨어지면 쉽게 대체되어 왔다. 하이패스의 등장으로 톨게이트 수납원의 역할은 거의 대체되었고, 요즘 음식점을 가보면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서빙은 로봇이 하는 곳도 많다.
이는 곧 반대로 말하면 효율이라는 가치가 애초에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면 인간이 기계, 기술보다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공감하고 케어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인간의 손끝에서 빚어내는 섬세한 표현이 중요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고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세계관과 개성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작가, 조직의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 등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년 전 29살의 나이에 덜컥 팀장직을 맡고, 조직과 팀에 도움이 되는 팀장이 되고 싶어 고군분투했던 때가 있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콘텐츠 팀에서 담당해야 하는 일도 많아져서 내가 담당하던 브랜드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담당할 직원이 채용되었다. 그런데 나의 일을 덜어줄 사람이 왔다는 기쁨보다 '내가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새로운 사람을 뽑은 건가?' 반문하며 불안함을 느꼈다. 새로 온 직원의 업무 능력이 엄청 훌륭하지 않기를 내심 바랐다.
회사가 커지면서 팀에 경력 있는 직원이 합류하는 건 당연한 수순인 건데도 워낙 인정 욕구가 큰 사람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옴으로써 내 역할이 일정 부분 '대체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을 너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대체 불가능함'이라는 건 대체 뭘까? 조직, 사람, 상황마다 대체 불가능함의 형태는 제각기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나 적용이 가능한 기본 공식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한다.
P.S
일론 머스크 등 주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데 서명했다는 기사가 어제 나왔다. ChatGPT 등장 이후 대체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건 전세계적인가보다. 그러나 이들이 동의한 건 개발 속도를 줄이는 것일뿐, AI가 일자리에 위협이 되는 미래는 결국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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