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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Mar 31. 2023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법 (2)

남들보다 잘하는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앞선 글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일어나는 인간의 대체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체 불가능함의 영역에 머무는 가치는 무엇인지 다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5년의 회사 생활동안 나름 터득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주의: 이 글은 철저히 문과생 마케터의 입장에서 쓰인 글입니다.


남들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고 강점과 약점이 저마다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우리는 이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약점을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천성적으로 남들보다 덜 뛰어난 영역이 있고, 반대로 남들보다 더 타고난 영역도 있다.


시간과 리소스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타고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들일 바에 차라리 잘하는 것을 훨씬 더 잘하게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축구에서 왼발잡이 선수들의 비율은 10-20% 정도이다. 오른발 잡이 선수들이 왼발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왼발잡이 선수들의 오른발은 많이 발달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왼발 하나만 잘해도 인정받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왼발잡이 선수들은 오른발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발인 왼발을 더 특화하는 훈련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또한 왼발잡이 선수들은 희귀하기 때문에 프리킥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고, 실력이 다소 떨어져도 백업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팀에 잔류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대체 불가능함에 있어 오른발잡이 선수들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VS 콘텐츠 마케팅

내가 처음 마케팅을 시작했던 2019년에는 그야말로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세였다. 퍼포먼스 마케터를 뽑는 공고도 많았고, 패스트캠퍼스 등의 온라인교육 플랫폼에서 관련 강의들도 많았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fancy 하게 인식하던 분위기가 있었다. 그에 비해 콘텐츠 마케터는 단순 SNS, 블로그 아티클 등을 주로 만드는, 즉 성과를 추적하기 힘들고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직무처럼 여겨졌다.


나도 현재 회사에서 직무가 마케터로 바뀐 뒤에는 강의도 들으면서 퍼포먼스 마케팅 근처에 기웃거렸다. 하지만 자세히 알면 알수록 퍼포먼스 마케팅은 나에게 맞는 옷은 아닌 것 같았다. 캠페인 집행 전에는 미디어별로 예산, 예상 CPA(전환당 비용)등의 지표를 고려하여 미디어 믹스(Media Mix)를 짜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매일 쌓이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게 중요한 직무였다. 하지만 나는 숫자와 친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가 가득한 엑셀 시트를 보면 머리가 아파오지, 차분히 정리되는 숫자들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주변의 퍼포마 중에는 진짜 이런 사람들이 많다)은 아니었다. 매일 같이 엑셀로 데이터를 가공하고 리포팅을 만드는 작업들이 따분하게 느껴졌다.


반대로 블로그 아티클을 제작하고, 광고로 태울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하는 일은 너무 재밌었다. 재미있거나 관련 있다고 여겨지지 않으면 바로 스킵당하는 냉정한 광고 세계에서 선택받기 위해 타깃별 페인포인트(pain-point)를 도출했고, 매체별로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고민하며 이미지를 기획하고 카피를 작성했다. 그렇게 기획한 크리에이티브의 성과가 좋을 때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내부에서는 콘텐츠 기획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퍼포먼스 마케팅은 배우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콘텐츠 기획은 타고난 감이 어느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에 나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내 약점인 것을 인정하고 대신 콘텐츠 마케팅을 확 잘해버리자고. 회사는 결국 고만고만하게 두 개 영역을 할 수 있는 사람보다도 하나의 영역을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쿠키리스 시대, 콘텐츠 마케팅의 중요성 부상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애플이 iOS 14.5 이후 ATT(App Tracking Transparency)를 적용하고, 구글은 제3자 쿠키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용자의 데이터 수집이 제한되니 자연스레 타게팅 기반 광고의 효율은 기존보다 떨어졌다. 구글이 Performance Max(실적 최대화)라는 검색, G메일, 유튜브 등 구글의 인벤토리를 활용하여 머신러닝 학습에 의해 타게팅 및 최적화되는 완전 자동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연령, 성별, 관심사, 기기/브라우저 등의 상세 설정을 하지 않아도 회원가입, 광고 클릭 등 목표만 설정하면 머신러닝 학습에 의해 알아서 캠페인이 운영되는 것이다.


세부 타게팅을 설정하고 성과를 보면서 수정하는 건 퍼포먼스 마케터의 고유한 영역이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 부분에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요즘 업계에서는 성과 최적화는 매체에서 알아서 되고 있으니, 결국 고객이 반응하게 만드는 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콘텐츠 여러 개를 제작해서 빠르게 실험하고, 이 중에 성과가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면 이와 비슷하게 베리에이션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성과를 극대화 시킨다. 즉, 이 시대의 마케팅 성과는 얼마나 콘텐츠를 잘 만들고 이걸 얼마나 빠르게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도 있다.



시대적으로 콘텐츠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자연스레 콘텐츠 마케터의 가치도 올라가면서 3년 전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하자던 내 선택이 옳았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불안해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에 나의 약점과 강점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이다.


본인에게는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들보다 적어도 잘하는 것들이 저마다 한 가지씩 있다. 남들이 하는 것, 유행인 것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나에 대해서 잘 알면 길은 자연스레 보일 것이다.



결국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답은 내 안에 있다.



Photo by Milad Fakur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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