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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Mar 12. 2020

브런치 작가 6수 도전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기까지 나는 5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수능도 재수를 안 했는데, 브런치 작가에 줄줄이 낙방이라니. 내 지인들은 브런치 작가 되게 쉽게 되었던 것 같은데, 왜 나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 자존심이 상했다.

다들 한 번쯤은 받아봤을 작가 탈락 이메일

다들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나처럼 여러 번 브런치 작가 선정에 실패한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초창기에 비해 브런치 작가 선정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6수를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브런치 작가 실패담과 이 과정을 거치며 내가 나름 터득한 브런치 작가 되기 비법을 가감 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던 일기를 10년째 꾸준히 써오고 있다. 글을 통해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그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였던 나의 감정을 풀어놓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하루라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그 날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 혼자 비밀스럽게 읽는 글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일, 여행 등 나를 둘러싼 일상을 소재 삼아 글을 쓰면서 더욱 알차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지나갔던 과거도 다시 들여다보고,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들을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하며, 미래에 다가올 순간을 미리 계획하고 구상하면서 말이다. 나는 매우 공감의 동물인지라 나의 경험과 생각에 공감해주는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 및 댓글이 매우 기대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서랍에 글을 쌓이는데, 발행은 못하고


지원서도 성실하게 작성했고, 레퍼런스로 나름 공들여 쓴 글도 3편이나 제출했는데 브런치 팀은 나를 계속 떨어트렸다. 내가 부족한 이유라도 알면 그걸 보완해서 다시 지원할 텐데, 그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어 답답했다. 


처음에 떨어졌을 때는 '에이, 실수로 나를 떨어트렸겠지' 했다. 그런데 2번째 시도에도 탈락. 혹시 내가 첨부한 글이 문제인가 싶어 내 서랍 속에 있던 다른 글로 바꿔 다시 시도했다. 그렇게 3,4차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또 탈락이었다.


글 쓰기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이직하기 전 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담당했기에,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 스타트업 커뮤니티 빌딩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발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작가가 되지 못해 글도 발행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동기가 떨어져 글 쓰기를 중단했다. 그때 3번째 신청에 작가가 되었다면 관련 글 3-4편을 써서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 있는 황금 타이밍을 놓친 것이 지금도 너무 아쉽다.


메일함에 쌓인 브런치 작가 탈락 이메일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특단의 조치


열정 넘치는 구애에도 여러 번 차이다니. 만약 이게 연애였다면  나는 쉽게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담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기에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너무 필요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및 동영상 위주의 비주얼이 두드러지는 플랫폼 특성상 긴 호흡의 글이 적절하지 않았고, 네이버 블로그는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 같아 싫었고, 영어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디엄은 아직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나의 감성이 담기기에는 너무 크면서도 담백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대체할 플랫폼은 없었기에, 다시 정면 돌파해야 했다. 나는 아래의 3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된 친구들에게 피드백 부탁하기

카카오 고객센터에 호소

잘 나가는 브런치 글 제목 참고하기


1. 친구들의 피드백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된 친구들에게 작가 지원서 내용과 내가 첨부했던 레퍼런스 글을 워드 파일로 전달하며 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진 건지 조언을 구했다. 친구들의 의견은 내가 쓴 글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마케팅, 일상에 대한 글 쓰기 등 내가 주로 쓰려고 하는 주제가 이미 브런치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류의 글이라 신선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줬다. 또한, 글 발행 계획을 모호하기보다는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는 팁을 전달해줬다.  


2. 카카오 고객센터 문의

카카오 고객센터의 FM같은 답변

솔직히 카카오 고객센터의 답변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작가 신청 결과 안내와 동시에 작가 선정에 참고한 모든 자료는 파기 처리되어 의미 있는 피드백은 듣지 못했다.( 카카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려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런데 영혼 없어 보이는 카카오 고객센터의 답변에도 중요한 핵심은 있었다.  

"참고로, 작가 신청 시 앞으로 발생하실 글의 주제나 활동 계획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주시면 검토에 크게 참고하고 있는 점 안내해드립니다."


3. 잘 나가는 브런치 글 제목 참고하기

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제목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모바일로 접속하여 수많은 정보를 휙휙 넘기는 상황에서 클릭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려면 제목이 흥미로우면서도 약간은 자극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추천하는 글의 제목들을 보면서 공부했다. 아래는 내가 참고한 글의 제목들이다. 이렇게 제목들을 쭉 보고 있자니, 약간 감 잡은 것 같기도 했다.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

아끼면 똥 되는 것 4가지 - 아낄 것은 따로 있다

수영 6개월, 내 몸의 변화

몸에서 돌이 떨어지는 남자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주니어의 착각

남편과의 불통 끝에 명절증후군에 걸려버렸다


결국 핵심은 흔히 찾아볼  없는 신선한 콘텐츠와 재밌는  제목, 구체적인  발행 계획으로 브런치 팀을 설득시키는 것 같았다.


다시 도전하기




내가 경험한 것 중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
또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는 것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 커뮤니티 매니저 직무? But 이미 이직해서 늦었다

- 독일 교환학생 경험? But 충분히 쓸 수 있지만 특출 나게 매력적 일지는 미지수

- 아프리카 봉사활동?!!!!


아프리카가 워낙 우리나라에서 물리적인 거리 자체가 멀고 부정적인 일부 편견, 직항 항공편의 부족 등의 온갖 진입장벽이 높은 대륙이라 많은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다. 또한, 1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다채로운 경험을 압축적으로 했기에 뽑아낼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았다. 무엇보다 당시 내 담당 업무 중의 하나가 말라위 지부 소식 및 나의 생활을 글로 써서 NGO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았다. 4년 전의 일이지만 충분히 생생한 콘텐츠로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나만의 콘텐츠가 명확해지니, 자연스레 글 발행 계획은 구체적이게 되었다.  ‘독서, 여행에서 느낀 삶, 인생에 대한 단상’, ‘마케팅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경험’  작가 되기에 실패했을 때의 내가 제출했던 지원서를 다시 보면 발행 계획이 매우 모호했다(내가 심사위원이었어도 떨어트렸을 듯..). 그런데 말라위 콘텐츠로 바꾸니, 글 발행 계획이 매우 구체적이게 되었다.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이야기이고, 실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인지라 구체적일 수밖에 없었다.

 

<좌> 탈락했을 때의 지원서 내용 <우> 합격했을 때의 지원서 내용

*참고로 지원서에 내용을 작성할 때 메모장이든, 노션이든, 워드 파일이든 어딘가에 저장해둘 것을 추천한다. 결과 발표 이후에는 브런치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궁금해요' 파트는 이전과 비교하여 거의 수정하지 않았고, 글 발행 계획 부분을 완전 갈아엎고, 레퍼런스 글 1개(25살, 취업을 포기하고 아프리카로 떠났다)를 첨부하여 다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드디어 이룬 꿈


엄마...나 드디어 작가되었어 ㅠㅠ

6번의 시도 끝에 나는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말라위, 아프리카라는 콘텐츠가 경쟁력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옳았다. 레퍼런스로 글을 1개밖에 첨부하지 않았음에도 작가가 된걸 보니,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뜨기도 했다

브런치 작가로서 현재 나의 글을 순항 중이다.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뜨기고 하고, 다음에도 노출되어 얼마 전 발행한 글은 발행 3일 만에 조회수 15만 뷰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읽어주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2개의 매거진을 동시에 집필 중인데 인생에  번은 아프리카 매거진이 목표 달성에 관한 글을 연재하는 작심삼일 작살내기​ 매거진보다 더 많은 인기가 있는 편이다.


인생은 새옹지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내 글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나 많이 탈락하지 않았더라면, 제목의 중요성이나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흔한 스타트업이나, 책 후기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렵게 작가가 된 만큼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꾸준히 나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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