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정체성을 함께 가져간다는 것
힙합이라는 장르는 스타일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쉽지가 않은 음악이다. 힙합은 아무래도 다른 음악 장르보다는 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멜로디 라인이 기여하는 부분이 적기 떄문에 다양성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점점 힙합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다양한 뮤지션들이 힙합 음악을 만들게 된 이후 그 음악을 듣는 계층의 다양성은 정말 크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그런 의미 있는 변화가 따를 수록 리스너들은 더욱 변화하고 진보하는 힙합음악을 듣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히 비트 위에 박자를 타는 형태의 음악인 힙합 음악이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다양성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은 결코 벌스나 훅 그리고 싸비와 같은 음악적 요소들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난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닐 뿐더러 리스너의 관점에서도 초 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난 그보다는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었던 패턴들이나 시도 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Let's get it on
이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빈지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존에 자신의 작업물의 라인업과 일리네어의 작업들 그리고 다른 힙합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를 통해서 계속 색다른 음악들을 내어놓고 있다.
재지팩트 (Jazzyfact with Shimmy Twice)
Dali van Picasso
프로파일 (illionaire)
본헤이러 (에픽하이)
위의 앨범 혹은 노래들은 모두 빈지노의 작품이며 빈지노가 참여한 노래들이지만 서로의 색은 확연히 다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dpmBD05mo&list=PL96DC1405319A63C5&index=6
https://www.youtube.com/watch?v=p8oynhm5O08
한편 빈지노는 힙플라디오(황치와 넉치) 를 통해서 재지팩트 앨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빈지노가 입대를 하기 전에 재지팩트 후속 앨범을 꼭 내겠다라는 의지를 통해서 말이다.
빈지노와 비슷하게 더콰이엇 역시 최근 Q Train 2를 발매하기도 하였다. 모두가 스스로의 (혹은 혼자만의) 음악과 함께하는 음악을 분리하는 것이다.
반면 위에서 이야기한 빈지노나 더콰이엇과는 달리 도끼의 경우 한우물을 고집하는 타입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그는 South Southern 쪽의 즉 트랩(Trap)이라 불라는 음악을 고수한다.
한편 힙합 음악에서 비트의 종류는 (나도 잘 구분 못하지만) 트랩 이외에도 붐뱁, 래챗 등이 있다.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지코가 나와서 이런 비트들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을 한 적도 있다.
이런 비트의 타입이 가지는 차이를 넘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지코의 경우도 Boys and Girls, 너는나 나는너, 유레카 등에서 완벽히 느낌이 다른 비트를 소화해내고 있다.
이외에도 VMC의 던밀스는 인터뷰를 통해 트랩 60%, 붐뱁 40% 정도로 하며 그 두가지 비트 형태를 모두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http://tvcast.naver.com/v/817176
한편 하나의 스타일을 지나치게 유지하게 되면 식상해질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뮤지션이라고 해도 패턴이 반복되고 그런 부분이 리스터들에게 루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OK2의 Future Flame이 나에게는 그런 느낌의 음악이다. (오히려 최근에 낸 1llusion의 경우는 다시 매력적인 DOK2 스타일의 음악으로 돌아오기는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k4DpGvAsmo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음악을 청각만의 문화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로 힙합 뮤지션들의 경우도 시각적인 자극이나 효과에 대해서 더 많이 신경쓰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불한당크루의 불한당가나 혹은 팔로알토의 GOOD TIMES 등이 그런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부분을 가장 잘 부각시키고 있는 뮤지션은 내 생각에는 헉피이다.
허클베리피는 분신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랩바다하리를 공연장 영상을 섞어서 만들거나 최근 나온 노래들인 에베레스트나 달마시안 등을 통해서 뮤직비디오를 잘 만드는 가수로 거듭나고 있다. (음원이나 라이브는 어차피 말할 것도 없으니...)
https://www.youtube.com/watch?v=hs1kxSNa00o
https://www.youtube.com/watch?v=-1lIVobZFgA
https://www.youtube.com/watch?v=4nHt_rjVwJE
또한 최근 들어서는 VMC의 넉살이 'THE God of Small things' 앨범을 통해 '팔지않아', 'SKILL SKILL SKILL', '악당출현', '밥값' 등의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모두 꽤 괜찮은 수준의 뮤직비디오들이다. 개인적으로는 '팔지않아'가 가장 인상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4mJQvijHzs
Born Hater(에픽하이), 화합(던밀스), 작두(딥플로우)
그리고
식구(G2), 더(저스트뮤직), 11:11(일리네어)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레이블 혹은 크루 간에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음악과 그렇지 않고 레이블 혹은 크루사람들끼리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차이이다.
이건 무엇이 더 훌륭한지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무엇이 더 신선한 가에 대한 부분이다. 화합에서 씨잼과 오케이션이 서로 앞뒤로 랩을 하는 부분이 식구에서 하이라이트 랩퍼들이 순서대로 랩을 하는 것에 비하면 새로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조합을 우리는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DOK2의 경우도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음악인 'STILL ON MY WAY'에서 자이언티와의 조합을 통해서 DOK2가 혼자 만들었다면 절대 낼 수 없었던 색을 만들어 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853WjS9Cc
최근 쇼미더머니5에서 슈퍼비가 합격하고 김효은이 탈락하는 부분에서 길이 슈퍼비는 앞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라고 하는 부분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부분은 경연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 안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슈퍼비의 다재다능함이 결국 빛을 본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언제든지 바꾸어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함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떤 랩퍼든지 스테판 커리의 3point shot과 같이 막힐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으로 가리온의 '소문의거리'에서 한 여자와 가리온 멤버들이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떠오른다.
앞으로 가리온이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사실 1집의 경우에는 가리온이 하나의 컨셉적인 음악을 많이 했었는데 2집때는 스타일에 있어가지고 굉장히 많은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스타일의 다양성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뮤지션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저희가 이제 근본적으로 기본적으로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방향성이라면 한가지만을 저희가 계속 지켜 가고 있죠.
아 지금 한가지라고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다양성'과 '한길을 가는 것' 그 두가지 모두가 그들에게 필요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7cBSfYzB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