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 복습하기
MC민지 덕분에 쇼미더머니5에 대한 관심이 한참 달아오르고 있다. (내 주변에 민지님들은 그 때문에 괴로울지도...) 아직 방송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이고 여전히 예선이 한창인데 이정도라면 일단 초반 흥행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
한편 듣는 힙합을 좋아하는 나는 쇼미더머니 시즌1과 2는 생방으로 많이 보았고 시즌3와 4는거의 유튜브로 보았다. 그래서 시즌3와 4는 전체적인 분위기까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각각의 무대는 3~4분 단위로 완결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도 내가 꼽는 좋은 무대들은 있었다. 오늘 그 무대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시즌 1에서 초반에 가장 기대했던 랩퍼는 진돗개였다. 당시 의경이었던 진돗개는 처음 선 보였던 오디션에서부터 남들과는 독보적으로 다른 스타일의 랩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꽤 많은 부분 가사를 절거나 웃으며 넘어갔음에도 당시 프로듀서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무대장악력이 부족했다.
일통이 무까기하이 풍의 사투리랩을 보여주었던 공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일통은 흥이 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로꼬가 Final에서 부른 Home도 좋기는 하지만 (이 노래는 약간 시즌2에서 나온 제이켠과 윤하의 Heaven과도 비슷한 톤이다. 물론 로꼬가 먼저 나왔지만) 너무 서정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뽑은 쇼미더머니 시즌1의 최고의 노래는 김태균 a.k.a. Take One과 가리온이 함께 부른 '껍데기는 가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cw78EnR_M
초반과 마지막에 MC메타가 보여주는 랩은 매우 높은 완성도가 있다기 보다는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확실히 있다. 사실 이곡은 Take One보다는 메타가 캐리했다고 할 수 있다.
시즌 2가 나에게는 가장 볼 만한 쇼미더머니 시즌이었다. 들을 만한 곡들도 많았다.
매드클라운, 스윙스, 지조가 나왔고 그들은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매드클라운은 너무 자주 절었고 스윙스는 너무 소리를 많이 지르고 지조는 앞의 두 명에 비해 엄청난 한방이라는 임팩트에 있어서는 아주 조금 부족했지만 그들은 쇼미더머니에 나오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의 랩퍼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뽑은 시즌 2의 최고의 공연/음악은 그 세 명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내 관점에서 시즌2의 모든 무대 중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보여주었던 하나의 무대는 단연 제이켠의 4차 공연이었다.
제이켠은 시즌2의 미운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 매 라운드 마다 겨우겨우 생존해왔다.
그리고 심지어 Bad boy를 부르기 전에 그는 이미 자신이 탈락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담담하게 자기 스토리를 뽑아낸 제이켠에게 포텐이 터졌다. 정말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준으로 쏟아냈다.
꼭 랩 뿐만 아니라 그의 제스츄어나 움직임도 매우 좋다. 중간에 멜로디를 쳐주는 분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나 중간쯤 제이켠이 랩을 하다 마이크를 돌리는 장면은 또 다른 Swag이다.
매드클라운이 때려박는 랩도 엄청났고 스윙스는 '이겨낼꺼야'에서 엄청난 감동을 주었으며 지조는 게릴라 미션에서 최고의 재치를 보여주었고 에이트의 주희와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통해 브라스(Brass)를 통원하여 최고의 공연을 만들었지만 나에게 최고는 단연 제이켠의 마지막 무대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l_y0AVol0
시즌 3에서부터는 아이돌 랩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비와 BI는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물론 이들 말고도 많은 아이돌 랩퍼들이 나왔다.)
시즌3의 결과는 바비의 우승이라는 (나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로 남았다. 내 개인적으로 Swag은 누구 못지 않지만 가사전달력의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은 바비가 다른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렇다면 혹시 바비가 아니라면 누가 우승을 했다면 더 좋았을까? 나의 개인적 기준으로는 그건 '바스코'이다.
바스코라니!!! 바스코는 정말 힙합 1세대로 쇼미 출연자를 기준으로 보면 허인창 수준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 온 랩퍼인데... (물론 허인창과는 걸어온 길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바스코는 그 사이에 새롭게 파도치는 새로운 시류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얼마 안되는 랩퍼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는 여전히 젊은 작업자들과 작업을 하고 있으며 (JM에서) 랩의 스타일도 올드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비록 그런 바스코도 아이언의 '독기'로 인해 쇼미더머니의 공연이 끝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언의 '독기'보다도 바스코의 187이 더 멋진 공연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가 쇼미3에서 보여주었던 '돈/파급효과'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있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슈도 있을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시즌4의 최고의 공연은 블랙넛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즌에도 역시 아이돌 랩퍼들은 대거 등장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랩퍼는 송민호!
어쩌면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는 아이돌 (그릐고 피쳐링)과의 경쟁에서 블랙넛은 쇼미 시즌 1부터 4까지 나왔던 어떤 노래보다 자기고백적인 랩을 했다.
아마도 이 노래 역시 그 전에 이미 음원으로 있었던 걸로 알고 있으며, 게다가 이미 시즌3에서 바스코의 공연을 뽑았기 때문에 왠만하면 JM멤버는 뽑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노래는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블랙넛의 노래는 잘 듣지만 블랙넛을 계란맨처럼 뿌리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얼마전 MC메타가 뉴스타파와 함꼐한 음원 작업에 대한 내용을 인터뷰한 부분에서 여성비하가 힙합의 근원은 아니라는 인터뷰 부분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에 블랙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물론 그는 훌륭한 랩퍼이다.)
쇼미더미너를 복습하며 돌아보니 시즌 1과 2는 모두 토종 힙합에 대한 복기의 느낌이 있었다. (물론 더블K가 시즌1에서 도끼를 불러와서 '훔쳐'를 부르거나 한 부분은 매우 토종힙합적이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MC스나이퍼나 주석은 서로 랩의 취향은 다르지만 가리온과 함께 그런 느낌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시즌 3가 되면서 그 분위기는 미국적 힙합의 흐름으로 넘어왔다. 스윙스나 산이 혹은 일리네어가 쇼미의 느낌을 완전히 미국적으로 바꾼 것이다.
이것은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적인 흐름인 것 같다. 1990년대나 2000년대만 하더라도 국힙은 국내에서 자라온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들의 힙합 음악은 교포들이 추구해온 힙합 음악과 약간 서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글로 라임을 만드는 것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타이거JK의 랩을 유치원 시절 들은 이들이 자라나 그리고 한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고 랩을 접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국힙은 외힙 혹은 외힙으로부터 Native하게 영향을 받은 힙합 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제 국힙이 해외의 시류를 따르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변화가 싫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충분히 예전 느낌의 국힙도 여전히 들을 수 있다. 여전히 가리온도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을 하고 Sean2Slow의 모습도 아주 가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 Seal2Slow 님도 한국어는 잘 못하시는 것 같기는 했다.)
이래 저래 쇼미 복습을 해보니 국힙의 흐름이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쇼미더머니5에서는 과연 어떤 놀라운 랩퍼 혹은 음악이 등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