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내읽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seung Mun Oct 02. 2015

내읽책_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최고를 넘어 고수로

내가 읽은 책 -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이 책은 꽤나 오랫동안 서점가에서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어차피 책을 많이 읽지도 않는데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책들(메시지가 뻔한 책들) 보다는 유니크한 책들을 읽고 싶어하는 나에게 그래도 조훈현이라는 분께서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한 책이다.


역시나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하는 요소들은 역시 많이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인생지침서 가운데 잘써진 책 정도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으로 부터 좋은 영감을 얻게 된 것은 밋밋한 교훈 보다는 조훈현 9단의 삶을 관점있게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반집승의 기계는 왠지 별로다.


나는 바둑을 전혀 모르지만 반집승은 조훈현 9단의 말과 같이 완벽히 계산된 바둑에서 잘 나오기 쉬울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창호 9단은 피도 눈물도 없는 컴퓨터 바둑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횟수가 워낙 많다는 것은 그 반집승이 모두 의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마치 로보트와 같은 통제로 게임 전체를 장악한 것이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1의 인기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을때 이영호라는 테란 게이머가 리그를 지배하였다. 그는 이창호 9단과는 조금 다른 유형일 수는 있지만 컴퓨터와 같은 게임 전반의 통제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게임을 이겨낸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호의 게임에서는 상대편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되던 와중에서도 그 상황을 역전하기 위한 필수조건을 순서대로 충족시키는 이영호의 콘트롤에 의해서 게임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이창호 9단이 이후 이루어질 모든 수에 대해서 미리 내다보고 이기기 위한 최적화된 유일의 수를 전개하듯이 이영호 역시 게임을 이기기 위한 최적화된 유일한 수로 게임을 진행하는 게이머이다. 그들에게는 완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난 이런 스타일은 잘 응원하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도는 좀 떨어지더라도 드라마틱하게 게임을 전개하거나 혹은 척척 정박으로 들어맞지 않더라도 엇박의 춤을 추는 듯한 경기를 좋아하고 그런 선수들을 더 좋아한다.

결국 실제 바둑경기를 본적도 없고 봐도 이해는 못하지만 조훈현9단의 바둑이 이창호9단의 바둑에 비해 승률은 떨어질 지언정 왠지 나에게는 재미있게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지 예를 들자면 무패의 복싱 선수 (영웅이라고 하기는 싫어서) 메이웨더의 경기는 완벽하고 항상 승리를 따내지만 그런 완벽한 아웃복서보다는 인파이터의 경기가 우리에게 더 재미있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스승의 특별함


조훈현 9단의 스승은 일본 사람이다.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스승은 총 3명의 제자를 키워냈다. 일본의 바둑이 최고로 칭해질때 중국인으로써 바둑의 정상에 오른 우칭위안(吳淸源), 그리고 일본인인 하시모토 우타로 (橋本宇太郞)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조훈현이다. 이 셋은 모두 일본에서 바둑을 배웠다. 이 세명은 모두 세계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제자를 하나가 아닌 셋이나 데리고 있었다는 것은 스승이 특별하다는 의미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해 보았다. 세고에 선생님이 과연 조훈현 9단을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만 보았을것인가이다.


세고에 겐사쿠


엄할 수 있는 스승은 많다. 하지만 조훈현 9단의 스승이 무관심하게 제자를 키우거나 그 안에서 규칙이 명백했다는 부분에서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그가 내기도박을 한 조훈현 9단을 받아주었다는 부분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조훈현 9단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스승이 죽기 전 조훈현을 일본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했던 부분에서 그는 조훈현을 제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늦둥이 아들 혹은 손주로 생각하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바둑만을 보고 조훈현 9단을 바라보았다면 구태여 일본으로 다시 돌아와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세고에 선생님의 그런 마음 만큼이나 조훈현 9단의 마음도 늦둥이가 아버지를 바라보듯 혹은 큰 손주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듯하는 마음으로 세고에 선생님을 바라볼때도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후지사와 슈코 선생님이 일반적인 스승의 범주에는 더 들어맞는 인물이다. 실제로 이 책안에서 조훈현 9단은 그를 실전 바둑 스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삶의 방향은 세고에 선생님에게 배우고 바둑은 후지사와 선생님께 배운셈인듯하다.


어쨋든 정신적인 면과 실전적인 면에서 두명의 스승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특별함이다. 그 사람의 위대함을 떠나서 내가 누군가를 그것도 두명이나 나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고수에 가까워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투에 대한 언급


바투는 한때 TV광고를 봤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나름 마케팅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게임이다. 하지만 존재감은 적었기 때문에 그 게임의 성공여부에 관심을 가져 본적은 없다. 나는 조훈현 9단이 책을 쓰기 전부터 조훈현 9단이 바투의 결과에 대해서 언젠가 언급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 머리 속에 바투에 대한 잔상은 남아 있고 조훈현 9단은 항상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분명히 집요하게 물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내용을 미디어에 노출하지 않고 반쯤은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책에 그 이야기를 썼다.

과연 그가 완벽하게 솔직한 바투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사실은 물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접어두고 글 전개를 위한 내용만 적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그 내용을 담은 조훈현 9단의 용기를 담은 글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부분은 어쩌면 삶에서 가장 가리고 싶은 부분이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거나 혹은 지나가다 언뜻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형식적으로 대답하고 마무리 지었을 수도 있지만 조훈현은 그 내용을 글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손으로 써내려 간 것이다. 이것은 용기에 대한 부분이고 이런 용기 역시 고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훈현 9단은 전성기를 지나고 나서도 꾸준히 자신이 도전하고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은 자존감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고수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꼭 조훈현 9단이 바둑을 하지 않았더라고 고수가 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실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조훈현 9단이 고수로서 올라 설 수 있었던 계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읽고 느낀 가장 큰 부분은 한국으로의 복귀이다. 비록 군대라는 이유로 부분적으로는 의도하지 않게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되었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조훈현 9단이 최고가 될 수 있었을 지언정 일명 누구나 인정해 주는 고수가 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세고에 선생님의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배움의 삶과 프로의 삶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보낸 것은 그가 고수로서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큰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수의 생각법은 제목에서 드러나 있듯이 1등의 생각법이 아니다. 즉 결코 최고의 자리에 대한 설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수가 1등이었던 시절도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1등이 아닌 사람도 고수라고 불리기 마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읽책_협력의 진화(이기적인 개인의 팃포탯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