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닿는대로 바퀴 닿는대로 가자
10월의 마지막 주 멀리 해외 여행을 떠나볼까도 싶었던 휴가 기간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지난 어떤때보다 길었던 5박 6일의 제주도, 큰 애는 벌써 3번째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와본 제주도 그리고 둘째 아들의 첫 번째 제주도,
그 제주도 여행은 둘째가 여행 출발 하루 전날 엄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도착편 비행기를 몰래 취소해 버리면서 시작되었다.
다행히 출발편 티켓은 온전하여 허겁지겁 취소수수료를 물고 도착편 비행기를 다시 새로 사는 아내를 달래며 공항에 도착했으나 에어부산은 연착!
결국 첫날은 렌트카 빌리고 체크인하고 저녁 식사만!
26일 칠돈가 본점
칠돈가다! 서울에도 이후역에 칠돈가가 있는데 역시 맛은 거의 똑같다. 칠돈가는 전에 제주왔을때도 서귀포 점을 가봤고 이번 여행에도 우연히 그 서귀포 지점을 또 가보기도 하였지만 본점이 서비스가 좋은 듯하다. 칠돈가 돼지고기는 진리다.
27일 산굼부리
2일차 진짜 여행의 시작은 산굼부리이다. 처음와본 산굼부리 억새밭이 장관이고 들판에 서면 공간감이 대단하다. 특히 아이들을 언덕으로 자유롭게 뺑뺑이 돌리면 빨리 지치게 할 수 있다.
27일 절물오름 정상
산굼부리의 맞은편에는 절물휴양림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절물 오름이 있다. 절물오름은 거리로 800미터이고 그 정상에는 2개의 전망대가 있다. 다행히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들이 큰 무리없이 올라서 오름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정상은 바람이 많이 불지만 경관이 장관이며, 까마귀 떼가 저공 비행을 하여 그 실감을 더해준다.
27일 삼성혈 해물탕
맛있다. 외국인이 많다. 주차하기 어렵다.
27일 메종글래드 호텔 한밤중 수영
제주 시내의 호텔이며 가성비가 확실히 좋다. 밤11시까지 야외 수영장을 하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수영장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왕처럼 수영을 하며 놀았다. 자쿠지가 있기는 하지만 수영장 자체가 온수라 수영장이 훨씬 더 따뜻했다.
28일 제주 자연사박물관
그냥 자연사 박물관, 수학여행 코스인지 버스가 엄청 드나들고 학생들은 정말 짧게만 머무르다 간다.
28일 협재 해수욕장
바다는 무척 아름다웠다. 다만 바람이 너무 불어서 오래 있지 못했다. 바람만 없다면 모레 놀이를 하기에는 정말 좋아 보인다.
28일 월정리 카페 LOWA
바다 구경을 쉽게 놓치기 싫어서 근처 카페로 이동하였다. 마침 비바람이 강해졌다. 애월, 월정 쪽 방면으로는 온통 멋진 카페들이 줄을 서 있다. 창가쪽 자리를 맡는 것이 쉽지 않다.
28일 만장굴
만장굴은 매우 깊은 굴이다. 동굴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가 볼만 하지만 너무 깊다. 난 그 깊은 동굴을 15KG짜리 둘째 아들을 업고 왕복을 했다. 동굴의 끝에는 사진과 같은 석주가 있다. 만장굴에 갔던 이유는 단 하나! 비가 오는 날 갈 수 있는 곳이라서
28일 노루생태관찰원
예전에도 와 봤던 노루생태관찰원에 왔다. 이 곳의 최대 장점은 아이들이 노루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는 건데 늦게 오는 바람에 노루에게 직접 밥 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노루생태관찰원 일대는 고지대 층이어서 안개가 심한 지역이다. 운전에 조심이 필요하다.
28일 서귀포 칼호텔 야경
서귀포로 이동하였다. 칼 호텔은 매우 낙후된 시설을 자랑하지만 야경과 그 앞에 잔디밭 만큼은 최고다. 서귀포 앞바다에는 아마 낚시꾼을 상대로 배를 띄워주는 어선들로 보이는 배가 가득하다. 밤이 되면 배들이 불을 켜고 있는 모습도 멋지다.
28일 서귀포 새섬
서귀포 칼호텔 근처에는 새들의 고향이라는 새섬이 있다. 섬이기는 하지만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걸어서 섬을 돌아볼 수도 있다. 우린 너무 늦은 시간에 섬에 들어갔지만 두려움없이 섬을 돌았다. 사실 아이들은 엄청 무서워했다. 섬을 한 바퀴 도는데는 20분 남짓 걸린듯 하다. 섬의 주변에는 조업준비를 하는 배들이 있어서 엄청 강한 불빛을 비추기도 한다.
29일 솔오름
이번 여행 최고의 뷰라고 할 수 있다. 솔오름은 차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라고 한다. 차로 군사 기지 앞까지 간 후 거기에 차를 데고 왼쪽 능선 보행로로 가면 솔오름에 오를 수 있다. 바로 레이더 앞이다. 그야말로 서귀포가 한 눈에 보이는 뷰로 하와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뷰포인트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솔오름의 풀코스는 또 시간이 꽤 걸려서 가보지는 못했다.
29일 이시돌 목장
역시나 몇 번 와 봤던 이시돌 목장을 아이들을 위해 방문하였다. 이번에는 목장 입구에 우유를 비롯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생겨났다. 매우 평범한듯 예쁜 유리병에 음료를 사면 500원만 추가하면 된다. 유리병은 너무 예뻐서 집사람이 집으로 가져왔다.
29일 서귀포 자연휴양림
매우 평범한듯 무척 만족한 곳이다. 도보와 차로 모두 이동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은 걸어서 먼저 그리고 차로 그 다음 이동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29일 앤트러사이트 카페
한림의 카페다.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인테리어가 유니크하다. 또한 사람도 정말 많다.
29일 서귀포 올레시장
주말에 들러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천혜향 과즙쥬스, 흑돼지 꼬치구이, 오메기떡, 귤하르방을 먹었으니 주요 먹거리는 다 먹은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흑돼지 꼬치구이 > 오메기떡 > 천혜향 과즙쥬스 > 귤하르방 순이다. 그런데 흙돼지 꼬치구이를 사려고 10분을 넘게 서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가지 않는게 좋을 듯 하다.
30일 올레길 6코스 일부
서귀포 칼호텔 옆에는 올레길 6코스가 있다. 아주 가볍게 몇 발짝만 걸어 보았다. 칼호텔 옆 길로는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길도 있다. 다만 진드기가 무서워서 가지 못했다.
30일 서귀포 치유의숲
서귀포 치유의 숲은 입장료가 없어서 최고라고 할 수 있고,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왠만한 다른 숲들보다 나아 보인다. 넓은 편백나무 숲이 있고 시오름길을 갈 수 있기도 하다. 숲 안에는 평상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도서가 비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다만 멧돼지가 살고 있어서 땅을 파 놓은 흔적도 있다.
30일 중문 롯데호텔
중문 호텔로 들어 왔다. 호텔에서 사우나도 하고 뻗었다.
30~31일 롯데 호텔 수영장
호텔에 뻗기 전 후로 이틀에 걸쳐 연달아 수영장에 갔다. 특히 둘째날에는 비가 살짝 보슬보슬 왔지만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을이라 물미끄럼틀은 못타게 막아놓았고 자쿠지는 따뜻했다.
31일 영실
마지막 날 렌트카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들린 영실은 또 한 번 감동을 주었다. 일단 차로 영실로 가는길에 오르던 중 야생 노루 2마리가 뛰어가는 것을 보아 놀랐고, 산에 올라 단풍이 조금씩 들고 있는 모습에 기뻤다.
31일 1100고지
영실을 조금 지나면 바로 1100고지가 나온다. 1100고지는 솔오름을 제외하고는 가장 제주도를 한 눈에 넓게 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여기에서는 까마귀 수십마리가 갑자기 날아드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31일 김포공항
그렇게 여행은 끝이 났다. 우린 분명 아침에 중문에서 야외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저녁이 되니 파카를 입고 있었다.
뽀로로 자동차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렌트카였다. 아이들이 좋아하겠거니 하고 빌렸는데 정말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어 버렸다. 길가다가 옆 차에 아이들이 창문을 내리고 보고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모두 보았다. 특히 롯데 호텔에 들어갈때는 모든 외국인과 인간 사람들이 모두 우리차를 쳐다 보았다. 쉽지 않은 차였지만 실제로 운전은 더 쉽지 않았다. 브레이크 안들고 엔진 출력분포도 이상하다. 미션이 바보라서 그런지 동력 전달이 지맘대로다. 게다가 실내 공기유입이 안되고 버튼을 눌러 놓아도 자꾸 지맘대로 바꾼다. 덕분에 서울 생각나게 매연 좀 먹었다. 더 최악인건 아무리 발컨을 해도 연비가 안 좋다는 거다. 덕분에 어코드를 더 사랑하게 됬다.
이번 여행은 되는대로 간다였다. 뭘먹을지 어딜갈지 무엇을 볼지 닥치기 전에 거의 정하지 않고 대충 정해놓고 가는길에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가는길에 스마트폰으로 엄청 검색을 하지도 않았다. 이정표를 보다가 '저기 좋다던데' 하면 갔고, '저긴 뭐지?'하면 갔다. 그렇게 하여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비자림이나 사려니숲길 그리고 성산일출봉과 주상절리, 천지연폭포, 우도를 가지 않아도 그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렇게 이번 6일은 오름과 숲 그리고 수영과 뽀로로차가 함께 했던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