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쿨과 파스텔톤, 타이포와 기하학적 도형의 만남
자출을 하면서 얻게 된 새로운 즐거움 중 하나!
바로 매 시즌 별로 다르게 옷을 갈아입는 압구정 토끼굴의 그래피티 리뉴얼이다. 이번 16FW를 맞이하여 토끼굴의 그래피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번 보자.
일단 유난히 무덥기도 하고 길기도 했던 이번 여름 시즌을 지나며 10월 초까지 자출을 하지 못하여 자출을 하지 못했던 지난 약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전에 있던 그래피티들은 싹 다 사라졌음을 알린다.
내년이 닭의 해 임을 알리는 듯한 '닭' 그래피티
나름 닭은 초코바?와 커피를 마시는 듯 한데 오른쪽에 불량 캐릭터는 맥주에 핫도그를 먹고 있다. 그런데 맥구를 마시면서 저렇게 핫도그를 안주로 먹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이는데.... 게다가 머리 위에 동그라미는 이 캐릭터가 현생의 존재가 아니라는 뜻일까?
요즘 들어 닭은 좋은 의미가 아닌데 이 닭은 그 닭과는 상관은 없어 보인다.
16FW의 가장 큰 그래피티의 특징은 올드스쿨한 느낌의 타이포 그래피티가 많이 그려졌다는 부분과 약간 파스텔톤, 핑키핑키한 톤의 색상이 대거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실제로 패션에도 많이 반영되는 추세이다.
아래의 그래피티는 약간 웹툰 필이 난다. 사실 실제 그래피티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매우 간결한 선과 색채만을 사용했음에도 퀄리티가 매우 높다.
먼치킨의 도깨비 버전으로 보이는 이 녀석은 그냥 찍어 봤다.
압구정 토끼굴의 가장 명당자리는 개인적으로 한강에서 한양아파트 쪽으로 들어갈때 정면에 보이는 벽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는 조명도 적당히 잘 비춰주며 거기에 사람들이 정면 시선을 향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말 인상적인 더콰이엇의 그래피티가 있었던 자리에 이제는 강남미인도에 나올법한 여자분과 락카통과 화살을 동시에 활에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눈빛이 불량한 큐피드가 등장하였다.
큐피트를 지나면 순간적으로 프라이머리가 떠오르는 박스머리통의 캐릭터가 나온다. 핑키한 옷의 색상이 역시 16FW의 메인컬러가 파스텔톤임을 알려주는 듯 하다.
아래 아저씨분은 헤어스타일이 엄청 느끼해 보인다.
사진을 일부러 엄청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80년대 LA 할렘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타이포느낌의 그래피티들이 토끼굴 전체 중에 80%는 차지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16SS때 이미지 중심의 그래피티에서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거의 출구로 다와가는 부분에서는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무하마드 알리의 그래피티가 있다. 그의 젊었을때 느낌을 포스있게 그리지 않고 깜찍하게 살려냈다.
토끼굴의 끄트머리를 지나는 나를 배웅해주는 느낌으로 어린왕자 님이 계셨다.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약간 복고적이면서 컬러의 사용도 분명 변하였고 캐릭터를 그리는 부분도 극사실적이기 보다는 담담한 이미지로 바뀌어진듯한 16FW의 압구정 토끼굴 그래피티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나는 물론 16SS때의 그래피티가 더 취향에 맞지만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어간다는 것을 나름 이해해 본다는 것은 꼭 그래피티가 아니더라도 디자인 혹은 예술에 대한 트렌드를 따라가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다음 17SS 또한 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