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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25. 2016

내읽책_나의 친애하는 적

글을 통해 허지웅 그리고 글을 쓰는 존재와 나 자신을 바라보기

허지웅은 유명인이다. 특히 최근 미우새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인지도는 한층 더 높아진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그가 원래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허지웅이 탤런트인줄로 알고 계셨고, 젊은 층 가운데에서도 그냥 갑자기 나타난 방송인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정확히 어떤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방송인 허지웅도 당연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을 지나 더 그의 본질로 들어가보면 그는 '글쟁이'가 아닐까 싶다. 혹은 그가 자신이 다른이들로부터 무엇으로 불리면 좋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더라도 그 역시 '글쟁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허지웅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처음으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보게된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는 전에 본적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말을 잘하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인상이 기억에 남게 생겼고 거기에 호리호리한 몸이 더해지면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를 형성하였다. 실제로 내 주변의 여자들이 그런 허지웅을 보고 섹시하다고 하거나 매력적이라고 하곤하였다. 방송 안에서 그는 굉장히 그렇게 실제로 색을 발산하였다. 끼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에게 깊은 호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단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반골 기질에 대한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고 이후에는 그의 목에 있는 문신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무엇인가 반항적인 색채가 더해지면서 그는 나에게 호감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지는 못했다.






30대 후반에 다다른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허지웅은 이미 오랜 기간 영화 및 문화에 관련된 잡지사 등에서 일을 하면서 꾸준히 글을 써서 그만의 범위 안에서 인정받았다. 그랬기에 책에 나와 있었던 것처럼 이제 고인이 되어버린 신해철이 허지웅에게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도 했을 것이다. 그는 이 책안에도 나와 있듯이 꽤나 어렵고 힘들게 그리고 때로는 험하게 살아왔지만 이내 곧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그 길을 열심히 걸었다. 그 결과 많은 매체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것이 담는 주제가 영화와 문화가 꼭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그가 견뎌온 삶의 무게 덕분에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보다 폭넓은 글쟁이가 된 셈이다. 나 역시 글을 꽤 많이 쓰고 꽤 많은 책을 냈으며 허지웅과 같은 나이를 가진 한 명의 사람이지만 글의 스펙트럼에 있어서는 그와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듯 하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글의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좀더 과감하고 또한 솔직하다. 이것은 그냥 '잘쓴'글의 범주로 잘라낼 수 없는 평가의 범위이다. 적어도 그의 글은 '배설'이 아닌 것이다. (나는 때로는 혹은 종종 내가 글을 배설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솔직함과 과감함 안에 자신이 직접 겪고 느꼈던 부분들이 녹아내려 있기에 그 글이 가치가 있어지는 법이다.






아직 나는 그에게 원래 존재하였던 반쪽이 글쟁이임을 인정하지만 나머지 반쪽은 광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글쟁이와 광대의 모습 사이에서 그가 써내려간 아버지에 대한 회고와 같은 부분은 글쟁이의 과거로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광대의 과거로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작은 혼란이 오기도 하였다. 이런 부분은 아마도 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 즉 허지웅 자신조차 스스로 확답하지 못하는 부분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 사실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철학자도 사상가도 아닌 그냥 한 명의 글을 쓰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 책 안에서도 우리는 철학이나 사상이 아닌 평범한 삶 속에서 지나갈 수 있는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 것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인간 허지웅에 대해서 평범한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그의 목을 타고 오르는 문신도 신해철의 머리를 감싸고 돌던 뱀 문신을 보고 한 것일까? 그는 여자를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결혼은 두려운걸까? 가끔은 자신의 지나친 깔끔함에 대해서 왜 이렇게 까지 할까라고 반문할까?


어쨋든 책을 읽은 독자가 저자에 대해서 궁금증이 더해졌다니 허지웅은 이미 이 책으로 성공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과연 친애하는 나의 적은 누구일까?


허지웅이 정의한 친애하는 나의 적은 정말 악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 그리고 지나칠정도로 피곤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성격 혹은 그 자신의 다른 여러가지 모습들, 거기에 허지웅을 사랑하여 마지 않는 그의 어머니와 피붙이이지만 가까워지지 않는 아버지를 포함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지칭한 듯 하다.


즉 그 '적'이란 꼭 사람도 아니며, 단순히 좋고 나쁨을 떠나 경계해야 하거나 지켜보아야 하는 대상을 총칭하며 애초부터 좋은 관계로 알려져있는 모자의 관계로부터 가장 씁쓸하고 분개할만한 대상이나 사건들까지 모두 친애하며 동시에 적으로서 경계해야한다는 나름 그만의 '허지웅'만의 포용의 관계론을 적은게 아닐까 싶다.


이것은 허지웅이 기본적으로 그런 성격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그런 기조로 글을 써왔고 그런 사건들의 공통적인 관계에 대한 정의를 '친애하는 나의 적'이라고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난 허지웅도 아니지만 내가 읽은 이 책의 기조는 그래 보인다.


자 이제 친애하는 문재승의 적은 누구인가? 그 안에는 어릴적 지치지도 않고 놀았던 시절, 요즘에도 종종 그런 꿈을 꾸지만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할까봐 걱정에 둘러 쌓여 있던 과거도 (이제는 물리쳐야 하는) 나의 적이며, 꽤 지나칠정도로 원만하지 않았던 가족의 관계나 내가 관계를 잘라냈던 많은 관계의 사람들, 거기에 나의 황소고집/5번참고 1번 폭발하는 화산폭발형 성격 까지 '친애하는 문재승의 적'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대단치도 않은 나의 삶과 관점에 대해서 책을 써서 소장용으로 몇 권 정도 가지고 있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소재는 내 머리 속에 있으니 책을 쓰는데는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을 듯 하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미우새'에 나와서 허지웅씨의 어머님이 말씀하셨던 바램이었던 '우리아들 새로 나온 책이 잘 되면 좋겠어요'는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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