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도 배민다움, 책도 배민다움
'무엇무엇답다'라는 것은 많은 경우에 당연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영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대를 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각각 한 명의 인격체이지만 자신이 자신다움을 정의할 수 있거나 혹은 타인이 그 사람을 보면서 그사람답다라는 것이 무엇임을 한마디로 말하거나 느끼거나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실제로 누가봐도 딱 XX답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면 박진영이나 이효리 혹은 G드래곤과 같이 색깔이 명확한 아티스트, 혹은 진중권, 유시민, 김구라 등과 같이 글이나 말의 톤에 색채가 있는 사람들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부러지게 무엇무엇답다라고 잘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사실 이런 부분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기업의 경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이 세상에 존재하며 그 모두는 서로 명확하게 갈라지고 분명히 다른 색이나 구분 혹은 다움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사람과 기업은 모두 대다수가 특색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그 특색을 정확하게 잡은 회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내가 쉽사리 어떤 기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에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성공의 규모를 서술하는 형태', '시간순서의 지극히 일상적인 회사의 변화의 나열', '혹은 남들은 잡기 어려운 타이밍과 운에 대한 부분들' 등등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EVERYTHING STORE'가 다소 그런 형태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성공이 대단하지 않아서가 절대아니다. 그 성공은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의 슈퍼 울트라 메가톤급의 특별함이 있지만 책의 재미는 성공의 특별함만으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민다움은 성공을 나열하지도 그리고 특별함을 강조하지도 않으면서 기업이 무언가를 이루고 다져나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그 순서도 나름의 인터뷰를 통한 이야기의 전개순이고 이 책이 정리되는 과정 상에 아마도 도출되었을듯한 이야기 꾸러미들의 소재의 유사성에 기인하는 것이지 결코 기업의 성공을 정리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배달의 민족에 대한 책이 써질 수 있었던 부분은 기업의 오너가 이 책을 스스로 쓴것이 아니라는 하나의 점과 책을 직접 쓴 홍성태 교수가 배달의 민족을 좋아하지만 찬양하지는 않는 매우 중립적일 수 있으며 객관적일 수 있는 자세로 책을 썼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또한 이건 매우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배민이 아직 완벽히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내거나 사세가 매우 확장되어 감히 찬양하지 않을수 없는 단계의 기업이라는 점은 이 책이 오히려 배민의 지금까지의 성공에 대해 담백하고 무리하지 않게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배민의 성공 이유를 몇 개 정리해보면,
비록 과거에는 매우 각광받지 못하였던 배달에 대한 사업일지라도 테크적으로 접근하고 Wants를 분석하니 사업이 되었다는것,
그리고 그 성공에는 딱딱한 배달을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과 마케팅이 있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꽤 많은 분야가 그렇지만 성공을 위한 마법의 가루는 의외의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주옥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던 몇 페이지 들을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