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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읽책

내읽책_창의성을지휘하라

by Jaeseung Mun

세상에는 다양한 경제경영 서적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 꽤 많은 책들은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해보면서 얻은 교훈에 대해서 적은 내용들이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경영일선의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경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을 특징이나 일반화된 패턴 혹은 교훈을 바탕으로 써진 책들도 많다. '슈독'의 경우는 전자에 속하고 '디퍼런트'는 후자에 속한다. 나는 사실 '디퍼런트'의 광팬으로서 지금까지는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봐진 경제경영서적의 가치를 직접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쓴 경제경영서적에 비하여 결코 낮게 판단해오지 않았었다. 적어도 '창의성을지휘하라'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비경영자의 경제경영서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영자의 경제경영서가 얼마만큼 훌륭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 인해서 책에 대한 기호를 바꾸어주었다.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 애드캣멀은 자신이 애니메이션 업계의 거장이 되는 과정을 기술함에 있어서 자신이 어떻게 꿈을 키워왔는지 그 안에 어떤 잔잔한 이야기들이 있었는지에 해서는 거의 기술하지 않고 있다.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이미 유타대학교를 거쳐 애니메이션 업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빠르게 풀어내었다. 이런 빠른 전개는 이 책의 전반에 있어서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를 이끌어내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워낙 스토리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실제로 애드캣멀이 이 모든일을 이루어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 가늠하지 못하거나 기껏해야 10년 정도일까 하는 착각이 들게 하지만 빠른 극전개와는 다르게 이 책의 내용은 그가 25년간 꾸준히 오랜시간에 걸쳐 이루어낸 일이다.


- 이 책은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 루카스필름, 픽사, 디즈니 그룹을 통틀어 우리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필수 등장 인물은 많아봐야 10명 이내 정도이다. 물론 스티브잡스 역시 그 10명 안에 포함된다. 보통 매우 성공한 경영자의 책을 보면 자신의 성공을 자세히 기술하기 위하여 그 성공에 이바지 하였던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섞어놓는데 이는 자칫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인물관계 및 인물특성을 일일히 기억하지 못하게되어 책을 읽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회사를 옮겨가면서 성공의 DNA를 옮기는 부분 역시 쉽사리 얻을 수 없는 경험의 기록이다. 실제로 하나의 카테고리 산업 내에서 일관된 기준과 경험을 토대로 연속적인 회사에서 사업을 성공시킨 사례를 가진 내용의 책은 쉽게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Everything Store'나 'Zero to one'과 같은 책들은 그 성공의 규모가 분명 '창의성을지휘하라'에 비하여 거대할 수는 있지만 페이팔과 아마존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치중되어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루카스필름, 픽사, 디즈니에 걸쳐 이어온 애드캣멀의 경험은 그런 여타의 책에서 나오는 경영의 경험들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심지어 픽사의 성공을 더 거대한 기업인 디즈니에 이식하는 부분은 더욱이 인상적이다.


- 구체적인 창의성 보존을 위한 규칙들과 그 사례들은 매우 생생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법 모두가 애드캣멀을 통해서 창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내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들이다.


- 이 책의 본문의 내용이 마무리되고 나면 마지막 챕터를 특별히 따로 내어 스티브잡스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부분이 있다. 이처럼 스티브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였던 기업의 경영 그리고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과 분리해 낸 것은 본문에서 다루자 하였던 이야기와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여 마지 않는 스티브잡스에 대한 이야기 모두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우리는 이성에 집중할 수 있는 본문의 내용과 감성에 집중할 수 있는 스티브잡스에 대한 내용을 각각 최고의 집중력으로 읽어낼 수 있다. 만약 이 둘이 하나의 글로 섞여 있었다면 이 책은 지금의 상태보다 덜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부분들에 감동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품질과 타협을 하지 않았던 그들(픽사)의 자세가 가장 큰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극장에서 개봉이 되는 작품과 비디오 출시 작품이 있을 수 있는데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비디오 출시작품이란 케이블TV나 OTT서비스들을 통해서 즉시 On Demand 서비스로 제공된다.) 항상 창작의 고통이 가득한 애니메이션 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히트작을 만든고나면 바로 즉시 '창의성'이 가득한 새로운 작품이나 또 다른 새로운 시나리오가 연결되는 창의적인 2편이 아닌 1편의 내용을 잘 활용한 '현금창출'을 위한 손쉬운 아류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애니메이션 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유혹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픽사는 그런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그들만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그럴 수 있었던 이면에는 1. 자신들의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고 믿는 믿음 2.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지 않나 싶다. 결국 이처럼 쉬운길을 가지 않고 창조의 고통을 감내해냈던 순간들이 지금의 픽사를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에너지의 강도는 매우 강력해서 애드캣멀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맡게 된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이후에 볼트, 라푼젤, 빅히어로, 겨울왕국 등 성공작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개성뚜렸하고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은 '픽사'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듯 하다.






사진을 통해서 이 책 안에서 인상적으로 읽었던 페이지들을 공유해 본다. 제일 마지막에 띠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나 역시 '창의성을지휘하라'를 내가 읽어 보았던 많은 경제경영서적 가운데 최고의 수준으로 꼽는데 전혀 스스럼이 없다. 나 역시 이와 동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성공체험에 대한 기록을 이처럼 훌륭하게 글로 엮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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