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권의 책을 둘러싼 수백가지의 책들과 생각들
다른 여러가지의 책들을 읽고 느낌점을 엮어 내는 책은 쉽사리 스스로 매력을 가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생각이나 경험이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읽은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느낀 느낌이나 소회를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독서'는 그런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시작되는 책이다.
다시 되돌이켜 생각해보자. 다른 이의 책 혹은 책들을 읽고 난 느낌으로 써진 책이 또 있었나? 이 세상에는 분명히 그런 책이 존재하겠지만 정작 내가 그런 리뷰 형태의 책을 읽어본 경험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1. 한권의 책을 읽은 경험으로 또 다른 책을 한권 쓰기에는 콘텐츠가 하나의 책이 되기에는 풍부함이 부족하기 쉽상이다.
2. 여러권의 책을 읽은 경험으로 또 다른 책을 한권 쓰기에는 그 맥락이나 연결이 이어지기 어렵다. 여러권의 책들은 모두 제각각의 시대에 제각각의 관점으로 적혔기 때문에 이를 또 다른 한 명의 작가가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닐 수 없다.
3. 화학적으로 결합이 가능한 책을 몇 권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려면 보통 어느 정도의 분량이 나와야 하는데 그 분량을 채우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이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청춘의독서'를 매우 좋은 책으로 써내었다.
작가 유시민이 '청춘의독서'를 좋은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근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학교를 나라가 급변하던 시국에 입학함으로 인해서 사회적 신지식인으로서의 입장을 자의 혹은 타의적으로 부여받았고 그 결과 양서를 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맞이하게 됨
2.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학생으로서 머물러야 할 나이에 그곳에 있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흘려 보내야하는 상황을 맞이함, 그 결과 많은 책을 보게 됨
3. 이후 국회의원 및 국무의원 등을 지내면서 다시 국회도서관과 같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도서가 위치한 환경에서 과거 읽었던 책을 다시 읽거나 혹은 그 책에 관련된 풍성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됨
4. 그리고 이후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그리고 작가로 돌아와 여러차례 되읽었던 책들과 그 이면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 다시 곱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김
정도일 것이다. 이 4가지 현상 가운데 어느 하나만 없었더라고 이 책은 지금보더 더 밋밋하고 지루한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구태여 하나하나의 목차별 교훈을 되새기기 보다는 앞 서 이야기하였던 이 책이 쓰기 어려운 책인 이유를 한 번 더 살펴보겠다.
1. 한권의 책을 읽은 경험으로 또 다른 책을 한권 쓰기에는 콘텐츠가 하나의 책이 되기에는 풍부함이 부족하기 쉽상이다.
→ 내가 브런치를 통해서 써왔던 '내읽책'의 매거진에 가장 장문의 글로 책을 리뷰한 글은 '총균쇠'에 대한 리뷰이다.
https://brunch.co.kr/@jaeseungmun/47
이 글은 1달이 넘는 시간동안 이 책 한 권을 읽고 또한 그 이후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쓴 내 글쓰기 역사상 가장 공을 들인 책리뷰 글이었다. 이후 이 리뷰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인 '내읽책'매거진 글을 쓰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의 전체 분량은 공백을 포함하여 1만자 내외이다. 보통 책으로 출판이 되는 경우 공백을 포함하여 11만자~13만자 정도를 쓰고 이미지가 적당히 들어가면 200페이지 초반에서 중반의 책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만자 내외의 글은 그냥 심도있는 독후감이지 절대 책으로서의 분량을 가지기는 어렵다. 거기에 더하여 책이라면 사뭇 그 책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나 테마 혹은 주장 등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총균쇠'라는 어마어마한 명저를 읽고 쓴 리뷰 글조차 하나의 책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사이트였다고 생각한다.
2. 여러권의 책을 읽은 경험으로 또 다른 책을 한권 쓰기에는 그 맥락이나 연결이 이어지기 어렵다. 여러권의 책들은 모두 제각각의 시대에 제각각의 관점으로 적혔기 때문에 이를 또 다른 한 명의 작가가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닐 수 없다.
→ 내가 과연 '청춘의독서'와 같은 유형의 책을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 본다면 어떤 책을 목차에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떠오른 책은 '총균쇠', '만들어진신', '미디어의이해', '협력의진화', '코스모스', '사피엔스' 정도이다. 심지어 그 책을 둘러싼 배경이나 관련서적이나 작가가 글을 쓸 당시의 정황 같은 것은 깡그리 모르는 채로 그냥 감동을 받고 인사이트를 얻었기에 리뷰를 심도있게 해서 그 감상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을 뽑아보았는데 겨우 6권만이 나온 것이다. 물론 내가 소설이나 고전을 배제하고 인류/과학/문명 적인 책을 위주로 뽑은 것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책 리뷰를 집대성 한다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3. 화학적으로 결합이 가능한 책을 몇 권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려면 보통 어느 정도의 분량이 나와야 하는데 그 분량을 채우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
→ 책의 화학적 어우러짐은 나 역시 아래와 같은 글을 통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가 만들어낸 자신의 독서 결과에 대한 화학적 결합은 책들이 서로 담고 있는 이야기의 화학적 특성이 비슷한 결합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체득한 자신의 경험이 서로 어우러지는 인사이트의 2차변환에 따른 화학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14권이 책들이 어우러진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한 사람의 경험과 대한민국의 역사흐름과 이어지는 모습인 것이다. 감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한 명의 지성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jaeseungmun/256
책을 단순히 '읽지만은 말자'가 나의 테마이기는 하다. 읽었다면 생각을 하고 생각의 결과가 있다면 글로 적어 놓았다. 하지만 나에게 그동안 만족스러웠던 독서 리뷰의 깊이가 혹시 그냥 평범하지 않았었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 바로 '청춘의독서'가 아닐까 싶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몇 장의 책 페이지를 찍어서 올리는 것보다 더욱 의미있는 결과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14권의 책 가운데 그 전에 딱히 읽어본 책조차 몇 권 없는 상황에서 내가 이 책의 어떠한 평을 적는 것조차 부끄럽기 때문에 '청춘의독서'에 대한 감상은 이쯤에서 마무리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맬서스, <인구론>
푸시킨, <대위의 딸>
맹자, <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윈, <종의 기원>
베블런 <유한계급론>
조지, <진보와 빈곤>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 <역사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