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묘한 한 끗차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는 진부하지면 언제나 명언이다.
한편 창의(創意)나 창조(創造)라는 단어 속에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내는 등의 새로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결국 창의와 창조와 같은 말안에는 새것에 대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것, 새로움에 대한 더 깊은 의미가 무엇일까?
새롭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정말 실체나 존재가 과거에 없던 무엇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는 존재와 형식은 예전에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우리가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솔로였던 사람이 새로운 애인이 생기는 것은 첫번째에 해당하고, 원래 있던 애인이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두번째에 해당하는 셈이다. 즉 첫번째는 실체적이며 기능적이지만 두번째는 감성적이며 철학적인 부분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쨋든 새로 생긴 애인이나 원래 애인의 새로운 느낌 모두가 새로운 것이다.
IT 및 스마트와 같은 용어가 붙어 있는 분야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영역이다. 서로가 정체되어 있지 않고 항상 진보하고 있음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최초', '혁신'과 같은 단어를 매 제품과 서비스마다 사용한다. 그것이 꼭 매우 핫한 제품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항상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곤한다. 예를 들면 국내 최초 폴더형 스마트폰과 같은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말이다.
IT와 전자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새로움과 혁신 혹은 창조의 범위 안에 있는 많은 경험들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최근 아이폰6S를 사용하며 체험하게 된 라이브 포토라는 기능이 여기에 해당된다. 라이브포토 기능은 아마 이 기능을 처음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엥?" 혹은 "우와"와 같은 탄성을 자아낼 수 있는 기능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포토의 기능과는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을 사진앱으로 열어서 보면 마치 동영상처럼 순간적으로 이미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 형식인 GIF가 떠오르는 경험이지만 또 GIF와는 다른 무언가의 느낌이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고 이미지를 많이 다루는 사람이라면 익히 GIF라는 포맷을 알고 있을 것이다. GIF가 쉽게 알려진 개념은 움직이는 이미지로서의 역할이다. 원래 Graphics Interchange Format 이라는 용어의 축약어인 GIF는 GIF는 JPEG나 BMP, PNG등과 함께 이미지를 압축하는 기술의 명칭이다.
다만 GIF가 다른 이미지 압축 기술과 다른 점은 특정색을 투명하게 처리하여 다른 색상의 배경위에 그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점을 통해 여러개의 이미지를 겹쳐 표시하여 저장할 수 있으며 그런 특징을 이용하여 간단한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연출해 낼 수도 있다.
GIF는 위의 이미와 같이 짤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짤방이라는 단어가 과거 게시판 문화의 웹 시대에 '냉무_내용이 없는 글'에 대한 '글삭제_짤림'을 방지하기 위한 짤림방지샷이라는 용어의 축약어라는 것은 덤으로 적어본다.)
특히 최근에는 피키캐스트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GIF형식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풍부하게 (혹은 실제로 풍부하지는 않지만 풍부하도록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면, http://www.pikicast.com/#!/menu=landing&content_id=171800)
우리는 움짤의 경험에서 새로운 경험을 느꼈다. 그것은 짧지만 명확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몇개의 이미지 프레임의 연속 재생이다.
우리는 그것을 보통 동영상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동영상이란 무엇일까? 한자로는 動映像이라고 써지는 동영상은 움직일동, 비칠영, 모양상 이라는 세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즉 특정한 모양이 비춰진 이미지가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구현되어 있는 동영상들은 여러 장의 이미지가 모니터 혹은 영화관의 화면에 연속으로 영사되는 효과로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느끼는 착각을 중심으로 하는 경험이다. 그리고 초당 영사되는 프레임의 수에 따라서 (FPS, FRAME PER SECOND) 그것이 좀 더 리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라이브포토로 돌아와보자.
우리는 라이브포토를 그 이름 덕분에 사진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 약 0.5초 가량? 혹은 그것보다 적은 시간동안 영상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느끼고 이후 멈춰있는 이미지를 보면서 "아! 사진은 사진인데 앞이 움직이는 사진이구나!"라고 느낀다.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느낌 안에서 그것이 사진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바로 사진인 것이다.
다만 나조차도 그렇게 느끼고 있던 찰라에 아이폰을 PC와 동기화시키며 다운로드 받은 라이브 포토의 사진들이 바로 사진이 아닌 mov의 짧은 동영상이었다는 사실에 짧고 진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외형적으로 사진으로 포장되어 있고, 명칭도 포토이며, 내가 느끼는 감정도 사진처럼 느끼지만 기술적으로는 동영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IT적으로 교묘하게 아이폰이 나를 속인것도 아니고 속인다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차이이다. 결국 사용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쿨한 경험을 애플이 창조해낸 것이다. '아~ 정말 애플의 재치에 내가졌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의외로 창의의 본질은 별것 아닌 곳에서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창의와 창조 그리고 혹은 혁신을 위한 시도에는 첫 법칙 정도는 있는 셈이다.
그것은 바로 유사한 영역에서 서로의 방식을 차용하거나 서로 다른 방식 안에 비슷한 유형의 개념을 적용하여 보는 것이다. 마치 GIF와 같이 사진을 동영상처럼 바라보거나 반대로 라이브포토와 같이 동영상을 사진처럼 바라보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동일한 영역에서 거의 동일한 방식을 차용하는 순간 그것은 카피가 되는 것이다. 바로 도둑질이 되는 것인 셈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창조와 카피는 정말 한 끗 차이이며, 그 구분을 정확히 자로 재듯이 잘라낼 수도 없다.
사실 아이폰은 나에게 라이브포토와 같은 신선한 창조 혹은 창의를 보여주었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고 서비스되었던 영상통화의 개념과 거의 비슷한 페이스타임 서비스를 제공하여 서비스 베끼기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어쨋든 나는 앞으로의 미래 기술이 보여줄 창조와 창의 혹은 혁신의 방향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는 일체형 배터리 구조만 제공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에 마치 스마트폰과 같이 분리가 가능하고 갈아낄 수 있는 배터리 구조를 제공하면 창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영역에서 이런 창의의 개념을 잘 적용하는 누군가가 창조경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고 브런치에 옮기며 2016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