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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Mar 23. 2016

내읽책_마우스드라이버크로니클

닷컴을 거부한 두명의 MBA 사나이의 이야기

창업에 관련된 지침서가 아닌 경험스토리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창업 혹은 사업이라는 쪽에는 대해서는 관심은 많지만 감히 할 자신 따위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난 굉장히 습관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난 창업에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창업은 그 분야에 적합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니까.'라고 이야기 하곤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와는 반대로 창업에 대한 자신감만으로 꽁꽁 뭉쳐 있는 두 명의 젊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건 뻔한 창업의 성공 비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책의 스토리는 픽션 혹은 픽션이면서 수필?과 같은 느낌에 가깝다. 다른 관점으로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카일해리슨이 존러스크가 쓴 부분 중에 왜곡된 부분이 꽤 있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을 미루어 보았을때는 90% 사실에 기반한 재미있는 창업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쨋든 이 책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초기 창업 회사의 과정과 그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의 혼합이다. 한 마디로 재미있는 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냥 유명한 회사에 취업하기보다는 오히려 닷컴이 아닌 손에 잡히는 Tangible한 산업에 그들이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안전주의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선택이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그 시절은 닷컴의 시대였다. 아마존, 펫츠닷컴, 이토이즈, 웹밴 등 이미 다양한 닷컴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구태여 닷컴이라는 신기루에 빠지지 않더라도 투자은행(Investment Bank)라는 좋은 대안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신념에 따라 신기루도 그렇다고 포장도로도 아닌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밀림으로 들어갔다. 멀지않아 백만 장자가 된다는 꿈을 안고 말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1999년도부터 있었던 일이고 나는 2016년을 살고 있다. 그리고 2016년을 살고 있는 나에게 '마우스 드라이버'라는 제품은 엉뚱하기 그지없는 제품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그 시절에는 그럴수도 있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파격이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골프의 드라이버 헤드와 마우스의 모양이 서로 둥글게 손에 쥐어질 수 있는 형상이라는 점만으로 골프의 시장에 IT 악세사리로 파고들고 더 나아가 PGA나 골프 잡지 등에 마케팅을 전개했던 실행력은 어떤 와튼스쿨(이 책에서는 계속 워튼이라고 쓰고 있지만) 선후배들보다 강력했을 것이다. 역시 무엇이든지 실행력이 중요하다.




비교적 최근 모습인 듯한 존 러스크(John Lusk) 최근에는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반전은 그렇게 해서 '존러스크'와 '카일해리슨'이 만든 플래티넘 콘셉트(PLATINUM CONCEPTS, INC.)라는 회사와 마우스드라이버라는 제품이 이후에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줄 알았다.








사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 속에서 리스크를 감당하거나 줄이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구태여 생산자 산업에 뛰어들어서 기본 상품기획, 시제품 및 초기 디자인, 판매제품화, 양품화, 물류배송/창고적재, CS, 마케팅/대표사이트(마우스드라이버닷컴?) 개발 운영, 정산, 유통프로세스(판매대리인 등)의 전 과정을 겪어보았다. 내가 지난 약 10여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산업의 전반적인 영역을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00배는 깊숙한 수준으로 하드코어하게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4의 법칙'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사업 지표가 최초의 목표를 기준으로 1/4 정도 달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의 법칙'은 다른 이들에게도 공통되게 적용될 수 있을까? 즉 페이퍼 상의 예측이 실제 수준 대비 4배 수준이라는 기준은 보편적일까? 내 생각으로는 그럴리 없다. 이들 둘은 와튼에 들어오기전에 컨설팅 등의 영역에서 회사 생활을 해보았고, 와튼에서 경영에 대해 깊게 배웠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언자들을 끌어들였으며, 시간을 쪼개고 궃은 일을 가리지 않고 2년을 투자했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이들은 사업의 영역을 불분하고 수립목표대비 1/4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혹은 처음 반짝 1/4 이상을 달성했을지라도 그 수준을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명으로 나와 있지만 가장 큰 공헌자는 홍콩에 있던 케니였다. (케니가 이름인지 성인지도 모르겠지만) 케니는 이 두명이 최소한 완성된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샘플을 가지고 마케팅을 뛰고 완성된 상품을 (품질이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매장에 진열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하는 시작점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잘못된 투자로 기존에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던 공장이 문을 닫는 어려움도 두 명의 주인공에게 전혀 어려운 고민을 지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였다.


내가 마우스드라이버크로니클의 주인공이고 만약 그 사업을 성공했다면 나는 꼭 홍콩으로 직접 가서 케니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할 것이다. 역시 사업이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듯하다. 적절한 조력자와 태풍을 비껴가는 타이밍과 운이 필요한 것이다.








심지어 정말 골프 드라이버의 헤드 모양을 닮은 마우스드라이버를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지하여 이런저런 웹사이트를 뒤져보기도 하였다.




마우스드라이버는 이렇게 생겼다.




이 마우스는 USB를 지원하지 않으며 (PS2전용이다.) 그 말은 동시에 유선 마우스인데다 데스크탑 전용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제로 구매를 하지는 않았다. (이걸 사면 집사람이 바로 버릴지도...)








이 책을 추천받은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폰으로 이 책을 사려고 검색하였지만 이 책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쯤에서 포기한다면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아니기에 중고나라를 뒤져서 중고책으로 구매하였다.


중고책 거래는 처음이었지만 다행히도 책은 안전하게 도착하였고 (택배를 뜯으니 벽돌이 나오는 것 같은 상상은 어느 정도 해보았었다.) 그리고 매우 책이 새 것이라 더욱 만족 스러웠다. 앞으로 중고 거래를 통해 책을 사는 것도 좀 더 많이 해 보아도 될 듯 하다.


마우스드라이버크로니클은 나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주었다. 그 하나는 창업도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중고로 책을 사는 것도 좋은 투자라는 점이다.




원서의 표지 디자인, 한국판보다 세련되 보인다.




이 책의 한글 버전을 마무리하며 영문판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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