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글을 쓴다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감이 생긴 건지 서른이 넘은 이후로는 ‘이렇다’ 할 만한 글을 온라인에 공개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어떤 것이든지 부담감이 앞서면 본질적 즐거움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글도, 음악도, 연애도.
그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평가받는다는 것은 더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약 나의 글이 내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금껏 가지고 있는 일종의 자부심이 무너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다른 일들은 올림픽 정신(단순히 참가하는데 의의를 둠)을 지키는 편인데, 글만큼은 - 참 얼마나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 항상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을 어렸을 적부터 만들어온 정체성의 일부 믿어왔기 때문일까.
하지만 다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내용이건 간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해보기로. 서른이 훌쩍 넘어서 알게 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타인의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 또한 그렇다. 타인이 내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글을 잘 써서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쓴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조금 못 써도 괜찮은 거다.
하지만 그리고 앞으로 쓸 내 서툰 표현의 글들이,
이왕이면,
읽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