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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열 Apr 22. 2020

꿈에 그리던 자택 근무, 근데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

생각

(그림체가 바뀌었지요? 타블렛을 구입했습니다!)

3월 중순,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뤼도의 아내 소피 트뤼도가 COVID19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캐나다 전역이 긴장에 휩싸였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를 선언, 거북이처럼 느린 캐나다 정부도 수상 아내가 아프다니까 모든 게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병원, 은행과 같은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공기관과 비즈니스가 문을 닫은 상태다. 실직자들이 급증했고, 수많은 회사들이 서둘러 자택 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 처음 자택 근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잠옷을 입고 일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출근 5분 전에만 일어나면 돼!’ 등등 다들 뭔가 기대에 부푼 목소리였다. 출근할 필요 없이 집에서 쉬엄쉬엄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것만큼 직장인에게 매력적인 것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6주 후.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뿔싸


실제로 지난 주말에 상담 세션 중 내담자 왈, “사실 이런 시기에 직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솔직히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일에 집중하기도 힘든 데다가 직장 상사도 평소보다 더 괴롭히네요”. 자택 근무가 활성화된 지 한 달 반,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째서일까?


첫째로, 바로 시스템의 부재, 즉 어떻게 자택 근무를 하는 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러한 상황에 미리 대처해서 자택 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 기관은 사실 거의 없다. 따라서 급한 정부 방침을 따라 자택 근무를 시작했지만, 사원들 뿐만 아니라 경영진 쪽에서도 어떤 식으로 회사를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러한 불확실한 근무방식에 불안해하기 시작하면, 그 불안감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로 내려온다. 업무상 불안감이 늘어나면, 당연히 스트레스도 덩달아 높아진다.


둘째로, 집과 직장의 경계가 희미해져 버렸다.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항상 출근한 상태이다!’라는 의미도 된다. 만약 퇴근을 하고도 회사에 남아서 쉰다고 상상해보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장소’라는 공간의 개념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과거에 회사가 일하는 곳, 집이 쉬는 곳으로 분류가 되어있었다면, 자택 근무로 인해 '일하면서 쉬고, 쉬면서 일하는' 모호한 환경으로 변해버렸다.


셋째로, 우리는 아직 자택 근무 적응기에 있다. 갑작스러운 생활 패턴의 변화, 근무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작은 트라우마 (Small Trauma)로 다가올 수 있다. 아직은 생소한 자택 근무와 그로 인해 높아진 불안감에 익숙해지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이 예상치 못한 변화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권장사항들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집안에 ‘근무공간’을 따로 마련하자: Don’t shit where you eat (밥 먹는 곳에서 똥 싸지 마…)이라는 표현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근무공간과 생활공간이 겹쳐지게 되면 그 경계가 희미해질 수 있는데, 이는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효과적인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어렵다. 퇴근했는데도 계속 근무 중인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때문에 가능하다면 집안에 작은 근무공간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원룸 사는데요? 꼭 큰 공간이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에 사용하는 공간과 퇴근 뒤에 사용하는 공간을 구별해 줄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비록 같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구분은 심리적인 일과 삶의 경계를 만들어 줄 수 있고, 퇴근을 했는데도 뭔가 뒤끝이 찝찝한 불안한 기분을 줄일 수 있다. 팁으로 근무공간은 퇴근 이후에는 보자기나 담요 같은 것으로 덮어서 가려두면 더욱 확실하게 심리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둘째, 퇴근 이후에는 옷을 갈아입자: 출근할 때 화장하고 정장을 입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근무공간과 생활공간을 나누는 것처럼, 근무할 때와 퇴근 이후의 복장을 바꾸는 것도 일과 삶을 심리적으로 분리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 근무 츄리닝, 퇴근 츄리닝, 이렇게 나눠도 되나요? 네, 괜찮습니다). 평소 출근할 때와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출근하면서 시계를 착용하기', '퇴근 후 집에 오면 텔레비전 켜기'와 같은 습관이 있다면 자택 근무 기간에도 그 습관들을 유지해보도록 하자.


셋째, 알람을 설정하자: 평소 회사에서 근무를 할 때 가졌던 점심시간과 휴식시간들을 떠올려보고, 그에 맞춰 알람을 설정해보자. 자택 근무를 하게 되면 좀 더 여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또 동시에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따로 가지는 것이 애매하다고 느껴지게 된다. '점심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잖아?' 하면서. 이왕이면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보도록 하자. 퇴근시간도 되도록이면 알람을 맞추도록 하고 아무리 귀찮고 바빠도 일 하는 책상에서 식사하는 것은 피하자. 딴 데 가서 먹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조금 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COVID19 사태는 현존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들을 만들어냈다. 생소한 상황 앞에서는 누구나 불안해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어쩌면 우리가 변화로 받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밀어내려고 하기보다는 '힘든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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