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

by 재욱

시간은 야속하다. 올 때도 말없이 왔으면서 갈 때도 말없이 간다. 부끄럽지만, 꽤 긴 시간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동네 마실 나갈 때 따릉이를 타거나 시간 늦지 않으려고 전력질주하는 시간들을 빼면 유산소로 움직이는 것을 하지 않았었다. 이것이 2023년까지의 나에 대해 운동을 말할 때의 상황이다. 매년의 시간이 저 멀리서 다가와 반걸음 앞에 왔을 때쯤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너 ㅈ됐어ㅎ" 라고 말해줬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 시점에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개인의 동기부여에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알고 있다. 고백하자면 야속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자아보호를 위함이다.


개인적으로는 심적으로 참 힘들었던 2023년의 가을을 보냈다. 나는 이 기간을 지나오는 데에 심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온전히 괜찮아졌다고 이야기할만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으나 어쨌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나름대로의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새로 시도했다. 운동도 그중 하나였다. 그 무렵 나는 난곡동에서 PT를 다니게 되었다. 배구라는 운동은 그보다도 훨씬 뒤에 찾은 운동이다.


"웨이트는 1시간 정도, 유산소는 30분 정도 하는 게 좋아요. 일단 인클라인 먼저 끝내시죠."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서 그러는데 조금만 이따 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텐션을 유지해야 근성장이 있습니다. 이거 얼른 끝내고 집 가서 큰 공기 햇반 돌려드세요."

단칼에 거절하는 쌤을 원망하는 것은 단연코 아니었지만 얼굴이 죽상이었을 것이다.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는 유산소만큼이나 싫어하는 운동이었다. 체감상 다른 머신에 비해 5kg 늘리는데 시간이 배 이상은 드는 건 비단 나만 가지는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내게는 헬스장 유산소도 그렇다. 각을 잡고 러닝머신 뛰어볼라치면 종아리가 타듯이 아려왔고 장기적인 달리기가 어려웠다. 이것이 피로골절로 이어지는 전조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본격적으로 배구를 배우게 되는, 이 즈음으로부터는 1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


직장인들은 2년에 한 번, 이르면 1년에 한 번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나는 성적표가 영 좋지 못했기 때문에 건강 검진 결과를 반드시 내원해서 들어야 한다는 병원 연락을 받았다.

"여기 잠깐 앉아 계셨다가 다음 차례에 들어가실게요."

"네..."

점심을 먹지 못해서 힘없이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검진결과 들으러 오셨죠?"

"네, 전화받고 왔어요."

"예, 잘 오셨습니다. 여기 앉아서 결과 같이 보실까요."


선생님이 연결된 모니터로 결과지를 띄워 보여줬다.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거 한 번 볼까요? 이 수치는 갑상선과 관련된 수치예요. 이 옆에 것이랑 보통은 같이 보게 되는데, 옆에 있는 건 정상이라 써있긴 하죠?"

"네..."

"갑상선은 두 가지 수치를 동시에 보는데, 지금 결과로는 밸런스가 깨져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은 아닌데 갑상선이 제대로 일을 안 하는 상황이라고는 할 수 있겠어요. 갑상선기능저하증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 이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을 쓰기는 어렵고 일단 해조류를 피하셔야겠어요. 미역, 김 이런 거 드시지 마시고요.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루 30분 정도 땀이 날 정도로요."

"아, 하루 30분이요."

"네, 그런데 이것도 같이 보시면요. 이것은 심장 사진인데, 일반적으로는 심장이 이렇게 되어있는데, 지금 이 사진을 보면 이쪽이 좀 더 크게 잡혀있죠."

"네.. 제가 좌심실이 조금 크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예, 지금 보니 좌심실비대가 있어서 너무 격한 운동은 피하셔야겠어요. 보통 운동을 많이 하는 청년들에게 보이는 증상인데 운동 자주 하시나요?"

운동 안 해서 혼나러 왔다고는 도무지 말하지 못하고 짧게 아니오라고만 답했다.


"그런 거면 현재 상태가 이렇다는 것만 알아두시고 가볍게 땀을 낼 운동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약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저희가 수치를 다음에도 체크해봐야 하니까 3개월쯤 뒤에 다시 방문해 주세요."

가볍게 땀 낼 운동, 가볍게 땀 낼 운동. 먹을 약이 없다고 해서 약간 답답함과 함께, 같은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선생님과의 다음을 기약했다. 2023년 겨울, 정확히는 한 해가 넘어가던 시기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