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뚝배기 Apr 28. 2020

소신 있게 산다는 것

"참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소신'


근래 가장 핫했던 단어, 지난 3월을 불태웠던 그 단어.

장안의 화제작,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이자 주인공 박새로이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말.


그저 여느때와 다름 없이 스쳐지나갈 법한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싶다. 배우들의 열연? 흥행했던 원작 웹툰? 누군가는 이 드라마의 성공을 그저 웹툰의 후광이자 유명 연기자들의 열연에 초점을 맞추는 듯 하다. 


그렇지만 본인은 생각이 좀 다르다.


흔한 흙수저의 성장기도 재벌 2세의 사랑이야기도 아닌 이 평범한 이야기에 들뜨는 이유는 지친 사람들에 대한 대리만족,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계기인 재벌 2세의 갑질은 어쩌면 흔한 악역들의 주인공 훼방놓기 플롯에 지나치지 않지만 그가 복수를 위해 준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가 겪게되는 일상과는 너무도 다르다. 마냥 당하고 있지도 않으며 참지도 않는다. 


흔히 드라마 주인공이 당할 때 느끼는 동정심 조차도 느끼기 힘들다. 시청자들은 그저 복수를 이뤄나가는 과정, 방해받지만 이겨내고 받아치는 그 쾌감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생각하고 옳다는 방향대로 살겠다는 "소신"에 왠지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길들여졌다. 옳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굽힐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너무 곧은 나무는 부러지기 마련이라는 옛이야기의 교훈에 말이다. 사회에 나가선 불필요한 오지랖에 두려움을 느끼며 조용히 가만히, 한번만 참고 살면 별일 없을거란 생각에 쥐 죽은듯이 엎드려 살기도 한다.


그 틀을 깨고 반항하는 사람들에게 눈치없는 사람이니 사회 부적응자니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씌우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직장에서, 학교에서 별 탈 없이 흘러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물론 때로는 그게 옳을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말로 행동으로 하지 않아도 될 무언가에 휩쓸려 자칫 피곤해지는건 사실이니까. 


이 드라마는 이런 많은 고민과 싸우는 우리들의 모습을 시원하게 관통하고 있다. 

내 목소리를 내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살아보는 것에 대한 열망을 대신 소화해주는 주인공에 더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마, 다수가 생각하는 것, 강한자, 많이 가진자의 논리가 옳은 것이 되어버린 세상에 소신을 가지고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실패에 관대하지도 않으니까. 그렇지만 수 없이 갈라진 인생의 갈림길들 중 한 기로에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겠다 싶은 순간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과감한 선택을 해보는게 어떨까.


물론 쉽사리 선택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고민하는 건 뭐가 옳은지 다들 잘 알고 있어서 아닌가? 머리는 이게 맞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 고민을 털어놓고 누군가에 물어보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소신있게 산다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건 우리가 그 만큼 잘 알고 있어서다.

참는게 미덕인 사회가 아닌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박새로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출처 :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