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직장편: 국경 밖으로

듣보잡 경력의 도전기

by 싱대디

2023년 봄, 다니던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증권사에서 시작해 헤지펀드, 프랍 트레이딩팀까지 5년 넘은 시간동안 한국에서 퀀트로 달려왔지만, 국내는 퀀트가 성장하기엔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의 금융 시장, 특히 트레이딩 분야는 후발주자라고 생각한다. 시장 구조나 레귤레이션, 투자문화까지 모두 제한적이다. 코스피200과 몇몇 파생상품을 제외하곤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다. 자연히 퀀트 전략을 펼치기 위한 시장 기반도 약하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리스트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미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영국 런던,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등이 주요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1) Top20 헤지펀드 리스트. City를 보면 미국이 압도적이다.

그래서일까, 해외 금융 강국에서 일하고 싶은 갈망은 늘 내 안에 있었다. 중간중간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강렬한 갈망이 들었다.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컸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지식들의 러닝커브가 이제 플랫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내가 아는 것만으로는 성장의 속도가 더딤을 느끼고 있었고 더 넓고 치열한 세계에는 분명 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거라 막연하게 믿었다.


헤지펀드가 모여 있는 금융 도시로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그리고 최근 뜨고 있는 두바이가 있다. 처음 지원하는 만큼 지역을 가리지 않고, AUM(운용자산)이 큰 회사 위주로 여기저기 무작정 넣다보니 일주일 만에 30여 곳에 지원서를 냈다. 빠른 곳은 다음 날, 느린 곳은 무려 6개월 뒤에 연락이 왔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미치지 못할 만큼 대부분은 서류 탈락이었다.


사실, 나름 괜찮은 커리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냉정했다. 거의 대부분은 서류 탈락. 면접 기회를 받은 곳은 5군데 남짓이었다. 당시엔 뭐가 문제인지 몰랐지만, 지금 현업에서 일해보니 이해가 간다.

전세계 유수 대학이 전부 지원을 하였고 놀랍게도 서울대학교를 모르는 동료들도 꽤나 많았다. 그러다보니 내 모교는 더더욱 모를터이니. 또한 지금껏 몸을 담은 회사들도 글로벌 네임밸류가 없으니, 이력서만 보면 듣보잡 경력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뤘던 전략이나 스킬셋에 흥미를 느낀 몇몇 회사에서는 연락이 왔다. 인사팀으로부터 메일이 오면, 정말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웠다. 퀀트 면접 준비는 늘 세 가지에 집중했다. 통계, 금융이론, 그리고 코딩 실력. 대체로 연락이 오면 일주일 뒤에 첫 면접이 잡혔고, 이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끌어올리긴 어렵다고 생각해 평소 해왔던 대로 그리고 내가 가진 역량을 잘 전달하자는 목표 하나만을 가지고 정리를 해나갔다. 근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 참, 전부 영어로 말해야하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출처:

(1) https://hedgelists.com/top-250-largest-hedge-funds-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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