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의 세계에 대해
2월이 되면 링크드인과 이메일을 통해 헤드헌터들의 메세지가 유독 쏟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너스 시즌이기 때문이다. 보너스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은 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1년 중 이직이 가장 활발하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헤드헌터는 나에게 매우 생소했다. 심지어 이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도 애매하다. 채용 중개업자가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여기서는 보통 HeadHunter 혹은 Recruiter로 통용된다. 나는 헤드헌터라는 표현이 더 좋다. 직관적이고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화가 그리 익숙하지 않다. 오랜 시간 공채 중심의 채용 구조가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채용 시기가 정형화되어 있고, 수시채용이라 하더라도 보통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해외는 조금 다르다. 물론 기업 홈페이지 지원이라는 통로도 존재하지만, 경력직의 경우 상당수가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된다. 다른 업계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금융 업계에서는 그렇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한국과 달리 채용이 보다 철저하게 역량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직이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재의 이동이 자연스러운 시장에서는 이를 연결해주는 중간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그렇게 헤드헌터라는 비즈니스가 자리 잡은 것 같다.
나 역시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점프할 때 직접 지원도 해보고, 동시에 헤드헌터도 활용했다.
그 당시엔 아무런 경험도 없었을 뿐더러 맨땅에 헤딩을 한 격이었다. 아마도 헤드헌터가 없었다면 어디에,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 생태계의 중심에는 Linkedin이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사람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명함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력과 스킬을 정리해두면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직접 서치펌의 헤드헌터에게 접근할 수도 있다. 헤드헌터 비즈니스도 워낙 크기에 그 업계에서도 대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헤드헌터가 정해지면 그가 내 스킬셋에 맞춰 몇 개 회사를 추려 대신 지원하고 연결해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헤드헌터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처음에는 구분할 능력이 없다. 누가 유능한지, 누가 내 채용 확률을 높여줄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 명과 같이 일을 해보니 나만의 어떤 기준이 생겼다. 많은 팩터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두가지다.
먼저, 업계에 대한 이해도이다. 조금만 대화를 해봐도 안다. 업계 구조, 내가 지원하려는 포지션의 성격, 가능성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지원하려는 회사나 포지션에 대해 나보다 아는 것이 없다면 굳이 리크루터를 통할 이유가 있겠는가?
더 중요한 건 인맥이다. 단순히 이력서를 전달하는 역할이라면 기업 입장에서도 수수료만 추가로 지불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 또한 유능한 헤드헌터들과 관계가 좋고 그러하기를 바란다.
내가 만난 가장 유능했던 헤드헌터는 대형 회사들의 CEO들과도 정기적으로 식사도 하고 만나는 사람이었다.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추천은 단순 지원과는 질이 다르다.
이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최근 한달 나에게 연락 온 헤드헌터가 약 80명 정도가 된다. 그 숫자만 봐도 시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산업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커졌을까?
예전에는 정보 비대칭이 컸다. 링크드인이라는 플랫폼이 나오기 전에는 기업은 좋은 인재를 찾기 어려웠고 후보자는 어떤 자리가 열려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아마도 헤드헌터의 위상은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그래서 헤드헌터의 역할도 변했다. 단순 연결자 보다는 설득자 또는 협상가의 역할로 변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80명 중 상당수는 스팸에 가깝다. 나의 이력서에 끌려 발송한 메시지라기 보다는 키워드 기반으로 대량 발송한 메세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존재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 처음 해외 취업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헤드헌터는 거의 동앗줄과 같다. 다만 중요한 건, 무작정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한 채 같이 협업해야 한다.
제일 먼저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야한다. 그들의 진짜 고객은 누구일까?
헤드헌터의 고객은 우리가 아니다. 기업이다. 채용이 성사되면 통상 연봉의 20% 정도의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연봉이 2억이면 수수료는 4천만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봉이 아무리 높다하여도 어느 정도 상한가는 정해져있다고 한다. 헤드헌터와 회사의 관계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본다. 위 숫자도 친한 헤드헌터로부터 직접 들은 정보이다.
딜 하나에 상당한 매출이다. 즉, 그들의 수익 구조는 그래서 명확하다. 후보자의 장기 커리어보다 중요한 건 당장의 이 딜의 성사 여부이다.
가장 먼저 후보자가 지원하게끔 설득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이 포지션이 완벽히 맞지 않아도 좋은 기회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몇 안 되는 회사의 채용 자리에는 수많은 헤드헌터들이 동시에 눈여겨 보고 있다. 시간이 생명이다보니 지원자의 속도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연봉을 높일수록 수수료가 올라가다보니 조금은 무리해서 회사측에 연봉을 얘기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나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니 사전에 잘 얘기해야 한다.
한국 역시 기업 구조가 점차 유연해지고, 이직이 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헤드헌터 시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