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쇼안의 비밀?
일본의 진보지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최근 흥미로운 연재를 시작했다.
'70년째의 수상(70年目の首相)'이라는 제목으로, 아베 신조 수상이 지난 7월 24일 도쿄 야나카(谷中)에 있는 선사 '젠쇼안(全生庵)'에서 좌선을 했다는 내용이다.
아베는 좌선을 하며 함께 간 동료의원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와,
장차 경쟁자가 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의 올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가능성을 따져봤다고 한다.
집권당 총재가 곧 수상이 되는 일본 정치 시스템상 총재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야마모토는 "나올 것"이라고 답했지만 아베는 "나오지 않을 거요"라고 말한다.
실제 9월 선거에서 아베는 무투표로 무혈입성하며 수상을 이어가게 된다는 국내 정치적인 얘기다.
여기서 내가 관심을 둔 것은 일본 정치 상황보다는 '젠쇼안'이라는 공간이다.
기사에 따르면 아베는 2008년 4월 17일 부친 아베 신타로 재무상의 비서관이었던 도이 유키오(土居征夫)의 권유에 따라 처음 젠쇼안을 찾았다. 이후 매월 3번째 목요일 참선이 정례화됐다고 한다.
우연히 젠쇼안의 의미를 암시하는 구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타치바나 타카시(立花隆)의 『천황과 도쿄대』(이규원 옮김, 청어람) 716쪽이다.
'...마키노 노부아키(내무대신)를 노린 요쓰모토 요시타카는 징역 15년형에 처해졌다. 요쓰모토는 전후 역대 수상의 자문역 같은 존재가 되었고, 특히 나카소네 야스히로 수상이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나카소네는 틈만 나면 바로 도쿄 야나카의 젠쇼안으로 좌선을 하러 갔는데, 그때면 대개 요쓰모토가 동행했다. 요쓰모토는 또한 고노에 수상의 측근이기도 했으므로 호소카와 모리히로(호소카와는 고노에 후미마로의 차녀 요시코의 아들) 수상의 상담역이기도 했다'
이상의 대목이다. 생략됐지만 요쓰모토 요시타카는 극우단체에 속해 내각 요인들을 암살할 계획을 세워 '혈맹단 사건'(1932년 5월 15일)을 일으킨 인물이다. 마키노 노부아키를 노렸지만 계획에 그쳐 요쓰모토가 결국 징역 15년형에 처해졌다는 게 인용문의 설명이다.
이후 젠쇼안 좌선의 전통과 정신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저 두개의 사실이 얼핏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
첫 글을 적어봤다. 일본 우익의 뿌리는 전쟁광으로 대표되는 군인이 아니라, 저러한 엘리트 극우(요쓰모토는 도쿄대 출신이다)에 있다는 게 타치바나 타카시 책의 요지다. 전후에도 이 흐름은 끊기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여전히 정치계 등에 만연해있다. 특히 최근 자민당 내에서 별다른 파벌 경쟁 없이 아베가 무투표 당선된 것은 흐름이 일극화됐음을 보여주는 증거기도 하다. 한국인으로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 여기에는 일본 생활에서 느낀 점, 단순한 신변잡기나 일본 생활팁 같은 가벼운 내용이 아닌 좀 더 진중한 내용을 담아볼까 생각하고 있다. 많이들 읽어주시고 지적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