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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17. 2015

일본 취업의 몇 가지 사실①

학력 차별 정말 없을까?

요즘 인터넷, 블로그를 보다보면 일본 취업에 대한 예찬의 글이 눈에 띈다.

일본은 취업률이 90%에 이르고, 알바만 해도 먹고 산다는 내용이다.

날이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 아니냔 말도 나온다.

아래 SBS 기사는 그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월드리포트] '백수'한국 청년이여, 일본을 이용하라! 출처 : SBS 뉴스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97457&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인구 감소 추세에 있는데다가, 알바 시급이 높고 학력 차별이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층이 넓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는 어떨까.


필자는 지난학기 일본의 취업 시장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알아봤다.


가장 먼저 정말 학력에 대한 차별이 없을까 부터 다뤄보자.


일본의 대졸 취업 시스템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편이다.

미쓰비시라든가 미쓰이 등 주요 대기업은 공채 시기가 정해져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봄에 시작해 여름 전에 끝나는 것으로 게이단렌(経団連,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이 정해뒀는데, 올해는 다소 뒤로 밀렸다. 여름쯤 시작해 가을에 끝난다. 이에 대해서는 비판도 적지 않아 따로 다룰 생각.


취업 과정을 설명하면

기업설명회 -> 자기소개서(엔트리시트)+웹 테스트 -> 수차례 면접(5~6차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 >내정

이다. 기업설명회가 필수가 아닌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기업설명회는 초기 몇단계를 유리하게 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느낌을 필자는 받았다. 준비생들은 복장도 대충 하지 않고 양복(수트)를 입는다.


일본의 취업용 양복(리쿠르트 수츠,リクルートスーツ)


재밌는(?) 점은 주요 대기업은 학교 레벨을 정해두고 일종의 캠퍼스 리쿠르팅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딱히 꺼리는 것 없이 아주 공공연하게.


도쿄지역을 예로 들면 주요 국립대(도쿄대, 히토츠바시대, 도쿄공대, 오차노미즈여대), 명문 사립대(와세다, 게이오, 조치, ICU)에 이른바 MARCH(메이지, 아오야마가쿠인, 릿쿄, 추오, 호세이) 정도까지다.

때로 초 일류 기업의 경우(외국계 컨설팅사 등)은 저 중에서도 국한된 대학에서만 기업 설명회를 연다.


아래 그림은 올해 5월 있었던 '히토츠바시생을 위한' 인턴십 설명회다.

요즘 일본은 인턴십도 활발히 이뤄지는데, 대체로 채용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턴에서 눈에 띄면 채용에 직결되는 식이다.


히토츠바시생을 위한 인턴십소개 세미나

여기엔 어떤 기업이 참여했을까.

목록은 다음과 같다.

'モルガン・スタンレー《金融》、経済産業省《官公庁》、 外務省《官公庁》、新日鉄住金ソリューションズ 《情報・通信》、ソフトバンクモバイル 《情報・通信》、 日本ATM 《IT・コンサルタント》、AGC 旭硝子《ガラス》、ドリームインキュベータ 《コンサルティング》、 フィリップモリスジャパン 《サービス》、P&G Japan《化学》、データフォーシーズ《情報処理・コンサルティング》 ほか 参加予定!'


모건스탠리, 경제산업성, 외무성, 신닛테츠스미킨솔루션, 소프트뱅크모바일, 일본ATM, AGC아사히초자, 드림인큐베이터(컨설팅), 필립스모리스재팬, P&G재팬, 데이터퍼시즈 등등.

(일본은 공무원 채용이 우리와 같은 고시 시스템이 아니고 경쟁률도 아주 높진않다. 대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안정적인 건 매한가지인 상황이라면 대부분 돈 더 많이 주는 데를 가기 때문)


다른 날에는 주요 언론사나 노무라종합연구소, 유명 컨설팅사 등등이 참가했다.

만약 레벨이 낮은 다른 대학이라면 직접 직원을 만나 설명을 듣고 질문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설명회에는 주로 해당 대학 선배들이 참여해(이 점은 한국과 다르지 않은 듯) 일종의 면접을 진행하고 여기서 뭔가 공통점을 찾거나 눈에 띄는 학생이 있으면 인사부에 보고가 들어간다.

그 뒤 학생은 비교적 수월하게 채용 단계를 넘어서게 된다.


일본에서도 근래 들어 이같은 풍조에 비판적 시각이 있어 '학력 필터(学歴フィルタ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채용 사이트에 아이디 두개를 만들어 하나는 명문국립대, 다른 하나는 레벨이 낮은 사립대를 선택해 대기업 채용 설명회 일정을 고르려고 한다고 하자. 그럴 때 전자의 경우 공석이 매우 많음에 비해, 후자는 거의 다 만석인 식이다. 일본 취업 준비생들의 적지 않은 수는 이런 사례를 도시전설과 비슷하게 알고 있었다.

https://ja.wikipedia.org/wiki/%E5%AD%A6%E6%AD%B4%E3%83%95%E3%82%A3%E3%83%AB%E3%82%BF%E3%83%BC


단언컨대, 일본은 한국 못지 않은 학력사회다.

차이점이라면 한국과 달리 일본인들은 학력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고 그것이 결코 흠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좋은 대학 나왔다고 얘기하면 '대단하네'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을 꽤나 봤다.

(물론, 속으로 시샘할 수 있으나 한국처럼 재수없네 하는 분위기는 적은 듯 싶다. 평등의식이랄까 그런 게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물론 대기업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이라면 들어가기 수월할 것이다. 학력 차별도 덜 할테고.

대신 도심에 사무실이 없거나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길 들었다.

(일본에서 급여와 복지는 다른 개념으로 취급한다)


일본에서 '학력'이란 자기가 어떤 레벨의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나타낸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두들 그걸 주어진 현실로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그 선에서 노력한다.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이것이 한국에서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읽는 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다음은 '알바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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