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예산으로 연말에 도로 까는 한국 풍경, 일본에서도?
일본은 한 해 연도가 4월에 시작해 3월에 끝난다. 한국에서는 기업마다 회계연도가 다르고, 행정관청은 달력에 맞춰 연도가 시작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일본은 정해진 것처럼 거의 무조건 4월 시작이다. 학교 학기도 그렇고, 기업 회계연도도, 취업생들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기본은 4월이다. 그렇기에 요즘 시기, 즉 2~3월은 연도말에 해당한다.
최근 일본 길거리를 오고가다 보니 이상하게 공사가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꼭 필요해보이는 공사라기보다 도로를 엎고 다시 깐다든지 하는, 한국에서도 자주 보던 풍경이었다. 어제 길을 막고 수도관(?)을 정리하는 공사도 목격했다.
아래 사진은 최근 찍은 걸로, 직전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길이었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공사가 시작됐고, 한층 더 깨끗한 돌이 준비돼 있었다.
실제 일본에서도 이같은 '예산 낭비'가 이뤄지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한 번 검색해보기로 했다. 검색어는 '연도말 + 공사 (年度末+工事)'로 잡았다.
일단,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연말 공사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듯한 결과가 나왔다. 아래 구글 검색 결과를 한국어로 바꿔봤다. 비슷한 인식이 만연해있음을 알 수 있다.
도로 공사가 연도말에 많은 이유는?(후쿠오카시)
연말에 도로공사가 늘어나는 이유 공무원일의 진실
알고 있었나요? 연말에 공사가 늘어나는 이유!
연도말에 공사가 늘어나는 건 예산을 다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진짜?
그 중에서 궁금증을 친절히 풀어놓은 사이트 글을 옮겨볼까 한다.
'(연말 공사) 이유로 자주 얘기되는 것이 공무원의 예산소비를 위한 무의미한 공사라는 이론이다. 즉,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억지로라도 소화한다는 이론. 그런데 과연 이것 때문에 공사를 벌이는 걸까.'라는 질문을 내놓고, 거기에 대한 답은 '예산 소화와 큰 관련이 없다'이다.
지자체가 공사를 발주하는 게 대체로 5월경인데, 4월부터 주어진 예산에서 입찰을 시작한다고 한다. 일찌감치 발주를 시작하는 건 업체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입찰 방식을 복잡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 계약은 가을쯤이 되고, 착공은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정리하면, 연간 계획 속에서 공사가 시작되는 게 겨울일 수밖에 없는, 어쩌면 일본다운 구조적 문제(?)가 있는 셈이다. 1년간 계획을 철저히 세우다보니, 도로 공사와 같이 절차가 복잡한 대신, 그다지 급하지 않은 건 뒤로 밀린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연말에 도로 까는 현상만 보고 추측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일본서도 의심하는 시민은 적지 않은 듯하다. 후쿠오카시는 아예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Q: 도로공사가 연도말에 많은 이유는?
A: 시민분들께 '연말이나 연도말은 도로 공사가 늘어난다'는 의견을 다수 받고 있습니다. 분명히 연말, 연도말이 될수록 공사건수가 많아지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도로를 개량하거나 유지보수하는 공사는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년 4월 이후 공사가 발주돼 3월말까지는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로 공사를 할 경우, 먼저 도로 지하에 묻는 수도권이나 가스관 등의 공사가 끝나고 나서 마지막에 아스팔트포장 공사를 해, 도로공사는 연도말에 쏠리기 쉽습니다. 이 순서를 조정하지 않으면 몇번이나 같은 장소를 다시 파거나, 예산 낭비가 되거나 혹은 교통정체의 원인이 됩니다. 그 때문에, 저희 협의회에서는 공사 조정이나 억제기간을 두는 등, 되도록 연도말 노상 공사가 적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려는 일본 행정관청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최근 한국은 어떤지 찾아봤다. 아래 기사들이다.
한국에서도 나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 싶다. 세금 내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연말되면 까는 보도블록'도 이제 추억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