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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pr 02. 2018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아베노믹스

아베 정권이 내건 노동친화정책의 핵심

지난 토요일 3월 31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 조간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자민당 후생노동부회는 29일 이번 국회의 중요법안인 '노동개혁관련법안'을 승인했다. 야근 시간의 상한규제 등이 중소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일부 의원의 반발로 의견 수렴이 난항에 부닥쳤으나, 중소기업 실태를 배려한 조언・지도 부칙을 법안에 추가하는 수정을 통해, 승인됐다.


自民党厚生労働部会は29日、今国会の目玉法案である働き方改革関連法案を了承した。残業時間の上限規制などが中小企業の経営に及ぼす影響を懸念する一部議員の反発で意見集約が難航していたが、中小企業の実態に配慮した助言・指導をするとの付則を法案に加える修正をして、ようやく了承にこぎつけた。


정부는 4월 6일에도 각의 결정(내각에서 승인하는 것)해, 이번 국회 성립을 목표로 한다. 다만, 법안의 근거인 노동 시간의 부적절한 데이터 문제가 영향을 끼쳐, 각의결정은 당초 상정한 2월중에서 큰 폭으로 늦어질 전망이다. 심의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 법안의 향방은 전망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政府は4月6日にも閣議決定し、今国会での成立を目指す。ただ、法案の根拠となる労働時間の不適切データ問題も響いて、閣議決定は当初想定していた2月中から大幅にずれこむ見通しだ。審議日程は窮屈になりつつあり、法案の行方は見通しにくくなっている。


법안은 야근시간 상한기제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꾀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핵심. 부회에서는, 야근규제에 대해 "경영환경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기무라 요시오 참의원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해, 법안의 승인이 늦어졌다.


法案は残業時間の上限規制と、非正社員の待遇改善を図る「同一労働同一賃金」が柱。部会では、残業規制について「経営環境の厳しい中小企業は規制対象から外すべきだ」(木村義雄参院議員)などと一部の議員が強く反発し、法案の了承が遅れていた。




이 기사에서 강조하듯, 아베 정권의 노동 정책 핵심은 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다시 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있다. 다만, 다른 반노동 정책(전문직의 야근 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등)과 맞교환 성격이 강한 탓에, 이런저런 어려움에 빠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정권의 정책 일면만을 보고 '친노동적이니 어쩌니' 판단하는 건 무리수다. 물론, 한국 보수정당이나 민주정당-특히 참여정부시기-보다는 친노동적이라 하겠으나, 이건 자민당 역사에서 봤을 때 원래 그런 측면이 있다. 즉, 아베가 특이한 게 아니란 얘기다)


아베는 틈날 때마다 직접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책 실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유권자에게 임금상승(특히 기본급 상승-베이스 업-)과 함께 중요 정책으로 어필해왔다. 아래는 지난 3월 1일 참의원에서 한 아베의 발언이다.


노동개혁법안 안에는 재량노동제(근무유연화) 논의에 대해, 후생노동성 데이터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철저히 조사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재량노동제에 대해선, 이번 개정에서 전면삭제해, 실태에 대해 후생노동성에서 확실히 파악해, 논의를 다시 하도록 했습니다.
한 편으로, 이번 노동 개혁은 벌칙이 가해지는 시간외노동 상한 규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 고도전문직제도 창설 등 70년만의 대개혁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저희들은 이번 3개의 기둥에 대해 법안 제출하는 것과 동시에, 재량노동제에 관한 부분에 대해선 삭제할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内閣総理大臣(安倍晋三君) 働き方改革関連法案の中における裁量労働制の議論につきまして、厚生労働省のデータに疑義があるとの指摘を受け、精査せざるを得ない事態となったことは重く受け止めております。裁量労働制については今回の改正から全面削除し、そして実態について厚生労働省においてしっかりと把握し直すこととし、その上で議論し直すといった判断を行ったところであります。

一方で、今回の働き方改革には、罰則付き時間外労働の上限規制の導入、そして同一労働同一賃金の実現、高度プロフェッショナル制度の創設など、七十年ぶりの大改革が含まれております。そういった観点から、我々、この三つの柱については提出をさせていただくと同時に、裁量労働制に係る部分については削除をするということを決定させていただきました。


일본 정치사에서 경제 정책은 대체로 큰 논점이 되지 않아왔다. 60년대 초반 안보 정책에서 시민들의 큰 저항에 부닥친 자민당은 안보 중심 노선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노선으로 완전히 전환한다. 이 시기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됐고, 70년대 이후 사회당, 공산당이 약진하던 시기에는 자민당도 이에 질세라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경이적인 고도 경제성장이 있었다. 70년대에는 GDP 기준 독일을 뛰어넘어 세계 2위가 된다. 이는 2010년 중국에 앞질러지기까지 무려 40년가까이 이어진다.


경제적 여유가 자리잡으며 당시 유행하던 말이 '1억 총중류(1億総中流)'다. 70년대 1억 인구 일본인 대부분이 자신을 '중류계급'이라 여기던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민들이 균등하게 넉넉해지는 상황에서 자민당의 경제정책은 신뢰받아왔고, 그 가운데는 소위 '친노동정책'이라 할 만한 것도 적지 않았다. 


일본의 노선이 전환된 건 2001년 고이즈미(小泉)가 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고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러나 한국처럼 해고가 쉽게 법안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비정규직 채용이 기업의 선택지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다음 비정규직 비율 도표를 보자. 


왼쪽은 '비정규고용 비율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1990년 20%에서 최근엔 4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갑작스레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한국은 같은 통계가 대략 50%에 육박하는 듯하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자료


다만, 여기에는 극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별차이가 존재한다. 


비정규직의 70~80%가 여성이고, 정규직의 70~80%가 남성이다. 남성은 고용이 보장된 기업에서 일하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들을 서포트(단기 일자리 등)하는 모습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보다 심하면 심하다고 할 수 있는 남존여비적 문화가 노동시장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비정규직 고용 상황은 한국과 차이도 적지 않다다. 즉, 일반 기업이나 공장 근무에서 비정규직이 확산돼 차별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현대차 공장의 하청, 재하청이 문제가 되듯), 과거 전업주부가 될만한 층이 비정규 노동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사실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아래 왼쪽 그래프는 남녀정규고용자수를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은 비정규고용이다. 녹색이 여성, 파란색이 남성인데, 한눈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자료


아래는 부부가 있는 세대의 맞벌이 세대와 남성단독노동 세대의 비율이다. 


위의 파란 색이 맞벌이 가정 비율, 아래가 남성만 일하는 비율이다. 확연하게 가정이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 노동 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고용 형태에만 있다기보다는, 성별문제가 개입돼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성별문제보다는 근원적으로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형태 자체가 정착해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후생노동성 자료

일본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구호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이제는 필요하다는 데 인식이 모아지는 건, 일본 사회가 친노동적 흐름을 이어왔다는 데 있다. 고이즈미 정권 당시의 퇴행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민당이고 야당이고, 일본 정부의 노동정책을 대놓고 '사회주의'라고 비난하는 풍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민당 내에서도 안보 문제 외에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색깔을 칠하는 일은 과거에도 크게 눈에 띄는 일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실용주의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무조건적 성장만 외치지 않는 경제정책과, 친노동정책이 자민당의 장기집권의 한 기반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모 보수야당 인사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그야말로 한숨을 짓게 한다. 



해당 정당이 얼마나 반 노동적이고, 심지어는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실패를 해왔는지는 지난 시간의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고민없이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정책 비판인양 포장하는 건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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