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Jun 20. 2018

이민정책과 외국인노동자수입, 일본의 깊어지는 고민

'이민정책'은 아니라지만... 대폭 확대되는 외국인 단순 노동자 입국

한국도, 일본도 글로벌화된 노동 시장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핵심과제가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도 이민 정책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고, 한국서는 제주도 난민 문제가 첨예한 입장차이를 낳고 있다. 낯선 이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한 지역에 국한되게 아니라 전세계적 이슈다.


한국은 조선계 중국인(이른바 조선족)들을 대폭 받아들였고, 일본은 그 이전에 이미 일본계 브라질인(日系ブラジル人)을 수십만명 맞이했다. 


일본계 브라질인들은 보통 아이치현 등 공업 지대에 많기 때문에 많이 보이지는 않으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별과 범죄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폐쇄적 사회이기 때문에 차별보다는 범죄 문제가 더 주목받는 건 동일한 현상인 듯싶다. 실제 범죄율이 높은지는 의문.


아래 연합뉴스는 한국 내 중국인 범죄율이 크게 높지 않다는 걸 강조한다. 숫자가 많기 때문에 눈에 띄는 효과는 있겠으나, 비율은 다르다고 얘기한다.

최근 일본 내 일손이 부족한 건 상식이 됐다.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서 몇 십년간 운영해온 가게나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일손 부족이 가게의 근무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내고 있다. 


아래는 도쿄 쿠니타치(国立市) 내의 유명한 카레집 홈페이지다. 음식 사진 위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深刻な人手不足で、若く体力のあるスタッフが見つからず、身体にガタの来たメンバーで値上げせずに細く長く続けるためには大幅な営業時間短縮しかないと、11月から営業時間が11時~15時(ラストオーダー)の昼営業のみとなりました。
苦渋の決断をどうかご理解下さい。


'심각한 일손부족으로 젊고 체력 있는 직원이 나타나지 않아, 몸이 삐걱거리는 멤버로 가격 올리지 않고 길고 가늘게 이어가기 위해 대폭적인 영업 단축외에 없었습니다. 11월부터 영업시간을 11~15시로 낮 영업만 하게 됐습니다. 고뇌의 결단을 부디 이해해주십시오.'


http://www.asteion.co.jp/indian/

실제 이런 가게가 한 둘이 아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고깃집도 종이한장 붙여놓고 홀연히 문을 닫았다. 


폐점 알림

언제나 성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XXX(가게이름)은 2018년 3월 13일을 기해 폐점하기로 했습니다. 1977년 4월 오픈한 이래 41년간에 걸쳐 여러분의 지원으로 영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지원에 대해 감사 말씀드립니다.


곳곳에서 일손 때문에 신음소리가 들리다보니 결국은 일본도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더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폐쇄적인 그간의 방침을 확인하듯 일본 정부는 '이민정책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무슨 사정이 있을까.


지난 6월 4일 일본 정부내 경제재정 자문회의는 '2018 정책방침'을 내놓았다. 이 방침 내 4번이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해당한다. 원문은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http://www5.cao.go.jp/keizai-shimon/kaigi/minutes/2018/0605/shiryo_01.pdf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체류자격'을 만든다는 점에 있다. 


기술적인 측면과 언어 측면을 고려해 5년까지 일본 내 체류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가족을 데리고 오는 건 원칙상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어는 일본어능력시험 N4(거의 기초수준)이 되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어찌 보면 획기적인 측면도 있어보인다. 물론, 일자리는 대체로 일정기간의 기능 실습을 거친 단순 노동을 상정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외국인 정책에 관심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사실상의 이민정책을 추진하면서 말로만 이민정책이 아니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래 허핑턴포스트 기사가 대표적이다. 제목은 '이민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수용을 계속 확대하는 최악의 이민정책'이다. 


저자는 우선 일본인만으로 나라가 돌아간다면 이민 정책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며 현재의 이민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 이미 130만명을 넘는 외국인이 와 있는데 아베정권은 더 확대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첫번째 비판점은 '서구에서 범한 대실패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이다. 


2차대전 후 서구의 많은 나라들이 '이민국가'가 아니라며 '수년 뒤 돌아갈 일시적 노동자'를 대량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옛 서독). 1950~60년대 기간 한정으로 180만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다.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 독일어 교육 등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이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 외국인 노동자일수록 영주화한다'는 명언도 전하고 있다. 한 독일인 관료가 저자에게 "좀 더 일찍 사회통합 정책을 했어야 했다"고 하는 후회의 말도 전하고 있다.


두번째 비판점은 '우수한 외국인이 오지 않을 듯한 조건 설정'이다.


아베 정부는 전문성과 기술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일손부족이 심각한 분야로는 농업, 간병복지, 건설 등이라고 한다. 이같은 분야는 일손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결국 단기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장기 체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 


또 위 분야의 전문 인재들이 굳이 일본어가 안되는데 와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 능력이 있는 필리핀인이 굳이 영어권 캐나다로 가지 않고 일본에 갈 이유도 없는 것이다. 


세번째는 '중요한 국가정책 결함을 메우는 데 자원봉사를 활용'하는 점이다.


올림픽 안내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일본계 외국인 4세 등을 적극적으로 불러모으려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을 교육시키고 서포트할 사람들을 무보수, 무료 자원봉사로 메꾸려 한다고. 정부 정책이 사실상 비어있다는 얘기다.


아래 기사도 일본의 사실상의 이민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번 정책의 특징을 '일손이 부족한 단순 노동 현장에 국적 관계 없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계속 투입하겠다'는 데 있다고 봤다. 과거엔 혈통(일본계)나 교육, 국제 공헌이라는 걸 내세웠다면 이제는 그마저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민정책이 아니다'라는 의미는 뭘까. 그것은 즉 '언젠가 떠날 외국인'이라는 카테고리가 개발돼, '개방'과 '폐쇄'가 다른 형태로 동시 존재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말로 외국인들을 떠나게 할 보장은 없다.


기사에서는 '일본인이 자국의 모습과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는 상황에 외국인이 계속 늘고 있고, 사회 통합정책 실패, 사회적 분단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섞이지 않도록 관리할 수있다' '돌려보내고 싶을 때 보낼 수 있다'는 발상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국의 이민 정책은 어떨까. 일본보다는 다소 개방적인 듯하면서도 동일한 문제도 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서 일상적으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적다는 건 한국과 확실한 차이다. 다만, 제도적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한국 내에선 몇 년 전부터 '이민청'을 설립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설립한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지만(아래는 8년 전 기사).



아래는 최근 내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기사다.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이민정책 전문가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은 확실해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젊은이들도 일찌감치 이직을 꿈꾸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