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른 이들의 탈출 욕망
브런치에서도 온갖 이직, 해외 취직, 퇴사 등이 늘 많이 읽히고 좋은 글로 꼽히는 듯싶다. 필자도 다른 어떤 글보다도 일본 취업 관련 글이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은 반응(문의)을 받았다.
최근에는 일본 취업의 '명암(明暗)'가운데 어두운 부분도 적지 않게 보여서 적극적으로 일본 취업은 권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외국은 외국인 만큼 충분히 준비하고 오지 않으면 고생할 게 눈에 보여서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려 소개해볼까 한다. 취업한 지 얼마 안된 일본 신입사원들의 현직장 만족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동경대 졸업 20대 남성은 대형은행에 들어갔지만 3개월만에 퇴직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재량권이 적고, 불필요한 종이 업무가 많다고 느꼈다는 점에서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은행밖에서는 쓸모 없는 일이 아닐까' 하고 고민하다 현재는 대학원 준비중이라고.
한 컨설팅 회사에서 올 4월 신입사원 4800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되도록이면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3년 연속 줄어들어 53.8%가 됐다. 2015년만해도 63.4%였다고.
이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듀다(DODA)' 역시 변화를 느끼고 있다. 사회인 1년차가 4월에 등록하는 건수가 10년전에 비해 29배 늘었다. 사회인 전체로 봤을 때 7배 늘어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해당 회사에서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젊은이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어떻게든 사원들을 붙잡으려 하는 기업의 대응도 소개된다.
의료사무 위탁업무를 하는 한 회사는 과거 회사를 떠난 200명의 면담기록을 AI가 분석. 신입사원 면담결과와 대조해, 미리 불만이나 불안을 가진 사람을 찾아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이직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반적으로 변화에 느린 일본 기업과 세상 변화를 실감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인식차가 서서히 생기는 중인 듯 싶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반수는 현재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걸 보면, 한국과는 꽤나 다른 상황임도 분명하다.
아래 한국 기사의 통계가 얼마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2신졸(新卒)'라는 채용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대학 졸업자를 '신졸자'라고 하는데, 신졸자와 달리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경력직으로 채용하기 애매한 3~4년차 이하의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물론, 경력직처럼 대우가 확 좋아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다시 완전히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은 게 제2신졸 채용이다. 구직자 우위 시장이 자리잡아가면서 이같은 제2신졸자 채용 시장의 인재 쟁탈전도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취업자들의 이직 고민은 한국과 달리 선택지가 많아서 생기는 이른바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 물론 현직장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나은 데서 근무해보고자 하는 욕심(?)이라고 할까. 인구 구조상 당분간은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