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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22. 2021

야당 의외 선전 기대되는 日 총선

단일화 효과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느낌

31일로 예정된 이번 일본 총선거의 가장 큰 초점은 '야당이 몇 석을 늘리냐 / 자민당이 몇 석을 잃느냐'다. 


당초 기시다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총선 일정을 잡고 새 정권 출범 '바람'을 타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바람은 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사민당, 레이와신센구미(令和新選組)의 '소선거구제 후보 단일화 효과'에 자민당 고전이 예상된다.


2012년 2차 아베 정권이 시작된 이후 야당은 늘 분열된 채로 총선을 치렀다. 


야당의 전체 지역기반이 자민당, 공명당에 비해 약한 상황에 표마저 분산됐으니 의석 늘릴 재간이 없었다. 이는 일본 여당이 중의원(하원)에서 '3분의 2 의석'이라는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해진 중요 배경이었다. 단순히 일본이 우경화됐다거나 자민당, 아베가 잘해서 압도적 의석을 얻은 게 아니란 얘기다.


예를 들어 2017년 총선에서 야당이 단일화 해 있었더라면 단순 합계로 63석을 늘릴 수 있었다. 그만큼 여당 의석수는 줄어든다. 


야당 단일화의 관건은 지역 조직이 비교적 튼튼한 공산당으로, 선거구 한 곳마다 대략 2만-3만명 유권자(지지자)를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초 체력이 허약한 야당 제1당 입헌민주당도 이 정도 동원력은 없다. 노조연합체인 렌고(連合)가 주된 지지단체 중 하나이나 모든 선거구에서의 동원력은 한계가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공장이 많은 아이치(愛知)현이나 전통적으로 각종 노조가 강한 북해도(北海道) 외에는 소선거구제 승리를 견인할 힘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립여당에서 공명당이 하는 역할을 야당 공산당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이번 선거 이전부터 안보/감세 관련 정책 협의를 통해 이번 200 이상의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처음 실현했다(모든 선거구가 아닌 점은 아직 한계로 대략 70~80% 라고 한다).


문제는 전후 일본에서 공산당이 보여온 자세(과격파 이미지)에 대해 일본 리버럴 진영에서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비판을 의식한 공산당은 2000년대 들어 강령을 다소 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지금은 사실상 혁명보다는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집권, 즉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정도 입장으로 완화됐다고 할 수 있다. 렌고의 공산당에 대한 견제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입헌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를 우선했다.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일본 언론사에서는 속속 초기 선거 정세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구체적인 수치로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는다. 각자 조사한 숫자에 지역 분위기를 정리해 대체적인 상황을 문장으로 묘사한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데 추후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트위터에서 정치 여론조사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미하루(아래)의 계정을 참고하고 있다. 


전체 판세는 이전과 유사하게 자민당/공명당의 동저서고(東低西高)와 야당의 동고서저(東高西低)로 정리된다. 일본 열도를 펼쳤을 때 아이치(정중앙)를 기준으로 서쪽에서는 여당이 동쪽에서는 야당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히로시마(기시다 선거구), 야마구치(아베 선거구)가 포함된 추고쿠지방(中国) 외에 의외로 야당이 시골 지역구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보수가 강하다고 여겨진 가고시마(여긴 구마모토 지진과 센다이 원전 재가동 이후 원자력에 비판적인 야당이 상당히 약진하고 있다)나 규슈 북부(사가/나가사키, 여기도 원전 이슈가 있다)에서 야당 후보가 꽤 앞서고 있다.


간사이에서는 지역 극우정당 유신회가 오사카를 석권할 분위기인 대신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교토에서 야당이 상당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으로 단일화한 후보(교토시 선거구)가 승리할지가 관심사 중 하나다. 


도쿄를 비롯한 간토지역에선 자민당 거물의 고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자민당 최고위직인 간사장에 발탁된 아마리 아키라는 본인의 금전수수문제(건설사 등에 대한 로비 대가로 돈 받았으나 처벌 안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관련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지금 야당 후보와 비슷한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아마리는 직전까지 다른 후보 지원유세를 다녔는데 아마 더 이상 이처럼 여유를 보이긴 어려울 듯싶다. 아쉽게도 가나가와 지역구인 스가는 그럭저럭 버티는 모습이다.


도쿄에서도 극우 이사하라 신타로의 아들 노부테루(자민당 도쿄지부장 역임)가 지는 것으로 나온다. 도쿄 25개 선거구에서 야당이 절반 이상은 차지할 분위기다. 특히 흥미로운 건 도쿄 북서쪽 지역 선거구에서 공명당과 공산당 후보가 1대 1로 붙었는데 의외의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가나가와나 사이타마도 도쿄와 비슷한 분위기다. 


보수세가 강한 북간토 지역은 자민당이 우세인 상황이다. 대신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한 니가타나 나가노에선 야당이 대부분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를 포함해 대지진 이후 야당 성향이 강해진 도호쿠(東北) 지역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후쿠시마는 5개 지역구 중 3개 이상을 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나왔고 다른 현도 야당이 비교적 선전하는 모양새다. 북해도는 12개 선거구에서 9개가 야당 우세다. 


기시다 정권 출범 뒤 벌어진 자민당/각료에 대한 인사 참사(인기 없는 인사나 의혹 있는 인물들을 당내 논리에 따라 대거 등용)와 기시다 본인의 밋밋한 특성으로, 일본 국민들도 나름 투표로 의사를 표현하려는 분위기인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관건은 투표율이 이전보다 얼마나 높아질지가 될 듯싶다. 1대 1 승부로 자신의 표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다고 느낀 유권자가 대거 투표장에 나오면 야당이 약진할 가능성이 커진다. '스가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일본 야당에게 기시다 당선은 심기일전의 기회로 비치고 있다. 정권 교체까지는 어렵더라도 헌법 개정 저지선 확보(3분의 1 이상)는 어느 정도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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