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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ug 22. 2017

일본 카페의 모델을 만들다, 코메다 커피

나고야 발상 코메다 커피와 한국계 사모펀드 MBK의 적극적 확장 전략

일본 대도시 중 나고야(名古屋)는 관광객들에게 존재감이 약하다. 관광만으로 방문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가까이에 들를 도시도 마땅치 않다. 그러다보니 일본 여행 특수에도 나고야는 그닥 화제에 오르지 않는다.


실제 일본에서도 이같은 인식은 공통돼있는 듯하다. 


나고야에서 직접 인터넷 설문조사를 한 대도시 매력도 조사는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도시'라고 답한 사람은 3%에 그쳤다. 기사에 인용돼있는 주간지 '주간포스트', '주간플레이보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週刊ポストは8月、「名古屋は嫌いだ!」とする特集を掲載した。「せこい、見栄っ張り、ダサい、そしてパクる」と評し、名古屋の文化や習慣を紹介した。


주간포스트는 8월 "나고야는 싫다!"는 특집을 게재했다. "구두쇠다, 허영이 심하다, 촌스럽다, 그리고 (다른 것을) 베낀다"라고 평하면서 나고야의 문화, 관습을 소개했다.


週刊プレイボーイも9月、「名古屋を襲う空前の大ピンチ!!」と銘打った記事を掲載。「『魅力のない街』ワーストワンの屈辱」「名古屋人は『名古屋メシ』を食わない!?」など五つの「ピンチ」を並べた。同誌編集部によると、名古屋が本拠のプロスポーツチームが軒並み苦戦していることなどをきっかけに企画。地域を限定した内容の記事は珍しく、読者の評判は上々だったという。


주간플레이보이는 9월 "나고야를 덮치는 공전의 대핀치"라고 제목을 단 기사를 게재. "매력 없는 동네, 워스트원의 굴욕", "나고야인은 '나고야 밥'을 안 먹는다!?" 등 5개의 '핀치'를 나열했다. 편집부에 따르면 나고야가 본거지인 프로스포츠팀이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는 것 등을 계기로 기획. 이처럼 지역을 한정한 내용의 기사는 드물고, 독자의 평판도 좋았다고 한다.


이런 나고야(아이치현)가 거의 유일하게(?) 일본 전국에서 어필하는 게 있다. 바로 독특한 '카페 문화'다. 정확하게는 '찻집(끽차점, 喫茶店文化) 문화'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 카페는 주로 커피와 디저트를 내는데, 일본은 대부분 간단한 식사(파스타나 경양식 류)가 가능하다. 


나고야 지역이 어필하는 카페 문화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굉장히 푸짐한 '모닝 메뉴'가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모닝 메뉴는 말그대로 아침에만 한정된 메뉴지만, 일반적인 커피 가격만으로만 모닝메뉴(즉, 무료)를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점심 이상의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아래는 일반적 커피값만 내면 먹을 수 있는 나고야의 모닝 메뉴다.


모닝 메뉴판. 전부 무료로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출처: http://gotrip.jp/2016/11/48832/

이렇다 보니 나고야 사람이라면 일상적으로 카페에 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밥먹으러 카페에 가고, 사람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주말에는 또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카페에 간다고 한다. 카페 문화의 부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일본 정부에서 일본 전국(정령지정도시) 주요 도시의 세대별 2013~2015년 찻값(喫茶代) 평균을 내봤더니, 나고야시는 1만4301엔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5770엔이니, 3배에 가까운 엄청난 차이다. 2위는 나고야 인근 기후현의 기후시였다. 어쩌면 나고야 지역에서 카페는 문화라기보다 삶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전국 주요도시 찻값 지출 내역 평균. 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이같은 모닝 서비스와 함께 나고야에서 커피가 발전한 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유력한 하나가 아이치현 이치노이먀(一宮) 설이다. 1950년대부터 공장이 많던 이치노이먀 지역 카페들이, 공장 노동자를 겨냥해 찻집에서 모닝 메뉴(삶은 계란과 토스트)를 내놨다고 한다. 그 밖에 종업원이 먹던 밥을 궁금히 여긴 손님에게 처음 내기 시작했다는 설 등등, 아직까지 정설은 없다고. 



그럼에도 나고야 찻집문화는 지역만의 문화였다. 한 카페가 전국적으로 확장하기 전까지는.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듯한, '코메다 커피점(コメダ珈琲店)'이다. 


코메다 커피 나고야 본점. 출처: http://desire2012.sakura.ne.jp/comeda01.html


코메다 커피는 1968년 나고야에서 창업했다. 코메다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창업가 카토 타로(加藤太郎)는 가고시마에 있던 코메다번(米田藩)을 떠올렸다. 코메다번은 일본에 가장 먼저 커피 원두를 들여온 지역으로 알려져있었다. 이 지역에서 쌓은 부를 기반으로 다른 번들과 싸웠으나 결국 멸망했다. 그러나 커피 발상의 지역이라는 이름은 남아, 여기에 착안한 카토가 카페 이름에 코메다를 넣었다고 한다.


실제로 코메다 커피는 197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프랜차이즈화에 나선다. 나고야 다른 곳에 뒤지지 않는 모닝 서비스와 비교적 안락하게 꾸며진 인테리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커피와 다양하면서도 합리적 가격의 식사 메뉴도 어필했다. 


독특한 전략으로 '커피 티켓'이라는 것도 있다. 해당 점포에서만 쓸 수 있는 티켓으로, 미리 9매(혹은 7매)를 사서 쓸 수 있다. 평균적으로 실제 메뉴에 적힌 커피값보다 50엔 가량 싸다. 게다가 티켓을 쓰면서도 모닝 메뉴를 먹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필자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티켓을 쓰면 대략 300엔 후반대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이후 코메다 커피는 오랜기간 나고야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했다. 큰 확장도 없었다고.


코메다 인테리어. 출처: 코메다커피 홈페이지


메뉴 설명. 출처: 코메다커피 홈페이지
코메다가 내세우는 시로노와르. 출처: 코메다 홈페이지


코메다가 다른 지역으로 적극 진출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칸토(関東)에는 2003년 6월 요코하마 점포를 처음 열었다. 칸사이(関西)에는 2006년, 도쿄에는 2007년 개점했다. 


이후 점포 확장이 탄력을 받은 것은 사모펀드(PEF)가 코메다를 매수하면서부터다. 어드밴티지 파트너스라는 PEF가 2008년 코메다를 샀고, 창업자 카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후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 2011년에는 400점포를 열고, 2년 뒤에는 500점포를 달성했다.


2013년 2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병주가 운영하는 MBK파트너스가 코메다를 매수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이런저런 논란도 낳고 있는 중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큰손'으로 등극했다(재계 서열이 재벌에 필적한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필자도 증권부 기자로 근무할 때, MBK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많은 논의가 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관련된 기사는 아래에 소개한다(코메다 매수는 한국에 그다지 크게 보도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미디어오늘은 MBK를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492


사모펀드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은 대체로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서다. 알짜 회사(혹은 알짜가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비상장일 때 사들이고 상장해서 주가가 뛰고 파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이것이 펀드 외의 해당 회사 종업원들에게도 좋은 건지는 의문이 남으나(실적을 무리하게 끌어올린다든지), 여튼 펀드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코메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3년 매수 이후 상장을 목표로 결국 지난해 목표를 이뤄냈다. 나고야 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직전에는 700개까지 점포수를 확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급상승했다. 보라색이 영업이익이고, 윗선이 전 점포 매출이라고 한다. (주가는 특별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MBK는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지난 6월 코메다를 다시 판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상당한 수익을 거뒀으리라고 추정된다.


코메다의 실적. 출처: 토요케이자이(http://toyokeizai.net/articles/-/126473)





코메다 커피가 일본 전국으로 확장하고 여기저기 눈에 띄자, 이를 모방하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고야와 별다른 연이 없는 커피 체인들이 '코메다풍'을 모방해, 비교적 안락한 인테리어, 커피 티켓, 아주 비싸지 않은 메뉴, 그리고 모닝 서비스 등등 하나의 모델이 성립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카페들이다. 


호시노커피점. 글자는 물론, 메뉴 등등에서도 뭔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저가 커피의 대명사 도토루에서 내놓은 고급형 카페.
한층 더 고급화한 츠바키커피점.
후발주자 타카쿠라마치 커피. 모닝서비스와 티켓, 다양한 메뉴 등 코메다 커피의 전략을 거의 그대로 잇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 근처가 발상지라 점포가 많아 자주 가는 곳.

이밖에, 아예 대놓고 코메다 커피를 '베껴' 소송전까지 간 카페도 있다. 와카야마현에서 개업한 '마사키 커피'라는 곳이다. 아래 두 사진을 보자.


위가 마사키 커피, 아래가 코메다 커피.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http://www.nikkei.com/article/DGXLASFD28H06_Y6A221C1000000/)


이건 뭐... 그냥 베끼려고 작정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결국 코메다가 소송을 걸었고, 도쿄지방재판소가 가처분 명령으로 바로 영업을 정지시켰다. 주장이 인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코메다가 다른 곳과 구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고, 소비자도 이미 폭넓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거론됐다고 한다. 법원도 코메다의 '모델화'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코메다의 확장이 굉장히 급속하게 진행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쳤다기보다 배경에 사모펀드의 역할이 있었던 점도 우려의 근거다. 한국에서도 각종 투자가 몰린 카페들이 하나둘 망해가는 걸 이미 경험하고 있다(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이미 하나의 모델로 등극한 코메다는 일본 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최소한 실패하는 일은 없을까. 나고야 카페를 상징하는 코메다의 앞날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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