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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ug 28. 2017

한국과 다른 일본 출판사들의 위상

신문 1면 책 광고를 무시하지 말라

블로그를 통해 일본에서 점차 서점이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동네서점은 갈수록 줄어들고 대형서점만이 살아남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특집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정을 볼 때,  '출판왕국'이 예전 같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하다(출판 왕국에서도 서점은 위기).


출판사들의 실적도 마찬가지다. 개선되는 곳보다는 안 좋아지는 곳이 더 많고, 디지털 시대 전략을 짜느라 각기 분주하다. 단순히 미래만 놓고 보자면 결코 밝다고 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가끔 주위에서 '일본 신문 1면 광고를 보면 온통 출판사 광고던데 그걸로 돈이 되나'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기준으로) 돈도 못버는 출판사 광고를 그렇게 많이 싣는 거 보면 '일본 신문사들은 책을 정말로 사랑하거나, 그만큼 경영이 힘든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담겨있는 듯 들린다.


한국 신문 업계에선,  출판사 광고가 많을수록 해당 신문사 광고는 위기라는 게 정설로 알려져있다. 대기업 광고가 들어오지 않자, 싼 값이라도 출판사 광고를 싣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을 제외하면 출판사 규모가 크지 않아 거액의 광고료를 내기 힘든 점도 있다.


적잖은 한국 신문사들은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자사 출판사(자회사 내지는 계열회사) 광고를 싣는다. 그러다보면 전반적인 광고의 질은 떨어지고, 알 수 없는 종교, 기획 부동산에 가까운 투자자 모집 광고 등이 이젠 신문지면을 점령하고 있다.


아래는 일본 아사히신문 1면이다. 책 광고가 6개 쭉 배치돼있다.


아사히신문의 하단 광고. 5개의 책광고가 일렬로 배치돼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 출판사는 영세 기업 수준이고, 신문들이 동종업계를 위하는 마음으로, 정말로 출판문화를 사랑해서 광고를 받는 걸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일본 출판사의 위상을 이 글에서 한 번 지적해볼까 한다.



일본 출판사들이 1년간 내는 매출부터 살펴보자. 2012년 자료지만 각사의 최근 수치를 비교해봤을 때 큰 차이는 없어서 잘 정리된 표를 그대로 옮겨본다.


일본 출판사들의 1년간 매출(2012년 기준). 출처 :http://kot-book.com/gross-sales-pubrank/

1위는 슈에이사(集英社)로, 1260억엔이다. 우리 기준으로 하면 1조원 매출이 넘는 수준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소년 점프(少年ジャンプ)'가 이곳에서 출판되며, 다양한 잡지를 내는 거대기업이다. 2016년 기준으로는 1229억엔, 영업이익은 58억엔이라고 한다.


2위와 3위는 각각 코단샤(講談社), 쇼가쿠칸(小学館)이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들었을 기업으로 생각된다. 이곳도 매출이 1000억엔대로, 이른바 1조 매출 기업에 들어간다. 그외 카도카와, 닛케이BP, 타카라지마사 등이 뒤를 잇는데, 200억~400억엔대 매출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한국에선 어떤 기업이 해당될까. 코스닥 상장사 기준으로 매출 순위를 매겨봤다(상위 30).


코스닥 상장사 매출순위. 출처: KIND

CJ프레시웨이가 1조7000억원대, 매일홀딩스(우유)가 1조3000억원대, CJ E&M이 1조2000억원대다. 단순히 매출 규모만으로 봤을 때, 일본 내 출판사는 한국으로 치자면 이 정도 위상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일본 신문에 출판사 광고가 많은 건 경영적으로 봤을 때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래 기사를 보면 '매출 1조 클럽'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성장의 한 산을 넘었다는 뜻이다.



그럼, 한국 내 출판사 규모도 한 번 볼 필요가 있겠다. 아래 자료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arkisu007&logNo=220699099687) 블로그 자료를 인용한다.


한국의 출판사 업황. 출처: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arkisu007&logNo=220699099687)

2015년 기준 가장 매출이 많다는 시공사가 385억원이다. 문학동네(245억원), 위즈덤하우스(219억원), 김영사(217억원)이다. 이곳에 나온 출판사 21곳 합계 매출액은 2871억원이다. 일본의 6위 출판사(宝島社) 한 곳 매출액 수준이다.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으나, 이 정도로 양국의 출판사에 대한 위상은 차이가 난다. 불황에도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는 일본과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 출판사의 상황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참고로, 일본 신문사들과 한국 신문사들의 광고 의존도를 비교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먼저 일본이다.


신문사 발행규모별 수입 비율. 출처: 일본신문협회(http://www.pressnet.or.jp)


2015년 집계 자료로, 표 상단 맨 왼쪽부터 '판매수입' '광고수입' '기타 수입' '영업외수익' 등이 나와 있다. 전체 비율을 100으로 정하고 각각 나눈 것이다. 왼쪽은 부수를 나타낸 것으로 위에서부터 '약80만부이상' '약40만부이상' '약20만부이상'이다. 맨밑은 전체 평균이다.


전체 평균만 보자면 '판매 수입'(즉 신문 팔아 버는 돈)이 58.2%다. 광고는 22.4%, 그밖의 수입은 17.5%로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매출액 대비 광고 의존도가 20% 수준에 지나지 않고, 부수가 많은 신문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을 띠고 있다. 기업 의존도에서 그만큼 자유로운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모델이라고 할 수 도 있으리라.


한국 상황은 어떨까. 월간 <신문과 방송>자료를 보면 현 실태를 바로 알 수 있다.


한국 신문의 광고 의존도. 출처: <신문과방송> (http://azine.kr/m/_webzine/wz.php?c=62&b=50691&g=)


맨위 일간을 보면 광고수입 비율이 59.6%에 달한다. 판매수입은 16.2% 수준이다. 그야말로 광고 없이는 살 수 없는 수준으로, 무가지(무료로 신문을 배포하는 일)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신문 산업의 구조적 위기는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수익원을 찾지 않는 이상, 어떤 언론은 사회봉사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언론은 기업과 끈끈하게 유착하게 되는 구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위 '기레기'를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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