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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Nov 23. 2022

더러운 청소기

  청소기에 먼지가 쌓였다. 사람 손이 잘 안 닿는 책장 위에 쌓인 먼지만큼은 아니다. 매일 사용하면서도 청소기의 겉을 누구도 청소하지 않아서 모양새 구석구석 쌓인 먼지다. 


  청소부의 더러운 작업복은 세탁으로 깨끗해지고, 한 번 쓰여 더러워진 휴지는 버려진다. 청소기 안에 모아둔 먼지들은 털어져 사라지나, 청소기 겉에 쌓인 먼지는 그대로다. 그 누가 관심을 주지 않는 이상, 아마도 그 먼지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자리 선정이 좋지 못한 먼지들은 청소기에 빨려 동지들과 함께 버려지겠지만, 청소기 위에 잘 안착된 먼지들은 다른 먼지들이 빨려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저 발을 잘 딛었을 뿐이다. 매일 귀가 아프겠지만,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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