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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Nov 25. 2022

홀로서기

  내 무게중심이 내 두 다리 사이에 놓여있는 것. 두 다리가 내 무게를 버티고 있는 것.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익숙해지면 발밑이 아닌 앞을 보는 것. 가끔은 벽에, 다른 사람에 기댈 수 있다. 의자에 앉을 수도, 바닥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다리에 힘을 주어 혼자 일어날 수 있어야지. 내 가벼운 무게를 감당해 준 그에게 짧은 감사 인사를 하고 나아간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다. 연애를 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는, '나 혼자 있어도 괜찮겠는데?'하는 순간이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의지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때 연애를 시작하라는 거다.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 나는 무너져 내렸다. 무게중심을 잃고 옆으로 고꾸라졌다. 기울어진 내 무게를 내가 버티질 못했다. 그녀 없이는 난 일어설 수 없던 상태였다. 무릎을 잡고 일어나 본다. 다리가 떨렸다. 다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왜 나를 떠나느냐고, 그녀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깨닫는다. 내 무게가 버거웠던 거다. 혼자서는 너무 불안정한 내 모습을 보며 그녀도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결국 주저앉는다. 넘어지며 다친 상처가 그제야 보였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아픔에 손끝까지 저렸다.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 걸 그녀가 알면 다시 돌아봐줄까, 그런 생각이나 하는 자신의 꼴에 헛웃음만 뱉는다. 

  홀로서기. 내 자신도, 다른 사람이 볼 때도 가장 안정된 상태다. 옆 사람이 넘어질 때 지탱해 주고, 어쩌다 혼자 넘어져도 금방 다리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남들도 부담없이 다가오고, 나도 편하게 그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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