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by 재원


길을 잃는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초행길이거나, 기억을 못 하거나, 길치이거나. 이번에는 초행길이었다. 남들이 길을 알려줬지만, 결국 길을 잃고야 말았다. 그들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알려준 길을 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키가 좀 더 컸더라면, 시야가 좀 더 넓었더라면, 눈이 더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 내가 도달하기 바랐던 목적지만 명확하다. 아니, 사실 그 목적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안에서는 존재했다. 있어야만 했다.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 길을 잃었다. 포기하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언젠가는 도달하겠지, 하면서. 하늘이 가리키는 방향, 그래, 그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여러 장애물과 갈림길이 나를 궁지로 몰았다. 미궁에 빠졌다. 돌아갈 길도 희미하다.

마음을 바꿨다. 돌아가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방향을 알 수 없다. 내가 급하게 찍어 눌렀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되돌아가 본다. 이내 비가 내린다. 빗물은 그동안 쌓인 발자국을 가렸다. 서둘러 빗물을 훑어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발자국은 다 사라졌다. 방향도,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다. 정처 없이 걷는다. 그제야 옆을 본다. 이런 게 있었나, 저런 길이 있었나. 내가 왔던 길인가, 믿었던 목적지를 향하는 길인가. 알 수 없다.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저 길을 따라가 본들 달라질 게 있을까.


처음은 항상 어렵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하지만, 겪어봐야만 아는 게 더 많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말도 어느샌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처음 겪는 일은 항상 어렵다. 배부름을 알아야 배고픔을 알고, 배고픔을 알아야 배부름의 소중함을 안다. 행복과 불행, 함께함과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왜 저들의 충고를 가볍게 여겼는가. 있음의 소중함을 왜 잃고 나서야 깨닫는가. 아니다. 소중함은 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으니까. 무지에서 시작했기에 내가 받은 축복은 빛이 난다. 기뻤다. 그러나 영원하지 않았다. 그 축복은 당연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누렸기에 끝이 있음을 잊었다. 내 힘과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저 주어진 그 소중함을 내 손으로 망가뜨렸다. 너무도 쉽게. 얻고, 잃는 것. 모든 것이 모험이다. 얻기만 해서도, 잃기만 해서도 그 소중함을 다 알지 못한다.


남는 것은 후회 또는 성찰이다. 후회는 멈춰있고, 성찰은 나아간다. 나는 어느 쪽인가.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질 때까지 주저앉아 기다릴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길을 걸어갈 것인가. 그 길이 바른 길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겠다. 이제는 안다. 하늘만 보며 갈 수 없음을, 급하기만 해서는 주변을 볼 수 없음을, 그리고 비가 올 수 있음을. 기다리는 것도, 다시 걸어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금 쉬어도 좋겠다. 그동안 너무 쉬지 않고 달렸다. 쉼이 필요하다. 숨을 가다듬고, 지친 마음을 게워내고 나면 또 다른 길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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