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는 유니콘이다.

by 재원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간간이 언급되는 질문이 있다. '새끼를 낳고 공기를 마시는 물고기도 있고, 오리너구리같이 정체 모를 생물도 있는데, 왜 뿔 달린 말은 없지?' 사실 있다. 이름은 '소'지만 우제류가 아닌 기제류, 즉 소목이 아니라 말목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 코뿔소다. 유니콘은 하얗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흰코뿔소도 있다. 외관상 소처럼 거대해서 말보다는 소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말의 친척이다. 따라서, 뿔 달린 말, 유니콘은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를 뿐이다.


나는 '코뿔소는 유니콘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주 흥미롭게 이 논리를 받아들이고 즐겼다. 코뿔소에 꽂힌 나는 심심할 때 가끔씩 주변 친구들이나 인터넷에 '유니콘은 실존한다'라고 사이비스러운 말을 하곤 한다.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고, 농담이라는 걸 알아도 코뿔소는 유니콘이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난 계속 코뿔소가 실존하는 유니콘이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코뿔소. 얼마나 멋진 동물인가.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유니콘은 마법을 사용하여 힘을 드러내는 존재지만, 내게는 물리적인 강함을 보이는 코뿔소도 못지않은 임팩트를 준다. 물론 이전에 상상했던 유니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이상과 현실은 원래 다른 법, 오히려 현실에서 더 아름답게 발현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내게 코뿔소는 내가 생각했던 유니콘의 모습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멋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어렸을 적, 공룡에 열광한 내 모습과 겹쳐 보인다. 나는 '코뿔소는 유니콘이다'라는 말에서 느꼈던 그 순수한 재미를 친구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코뿔소라는 자연의 놀라움과 멋을 알려주고 싶었다. 현실은 우리가 바라고 생각한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 그래도 그 나름의 멋과 가치가 있고, 이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


정말 과학적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코뿔소와 말은 다르다고 하면서, 바보 같은 말을 하는 나를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생물학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농담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는다. 그냥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고 드냐고. 그래도 예민한 사람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원래 말싸움에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자신의 말에는 명백한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난 웃자고 한 말이지만 결국 싸움이 난다. 그저 내 앞에서 다투는 그들을 보고 팝콘이나 먹으면서 구경할 뿐이다. 정작 나는 날 비꼬던 사람도 이해 한다. 어찌 됐든 나도 농담의 재료로써 약간의 과학적 논리를 가져왔고, 그 사람은 그 빈약한 논리에 반응을 한 것이다. 물론 속으로는 '그냥 웃고 넘기면 될 것이지 왜 이리 예민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원인 제공을 했기에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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