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by 재원

9월에 있었던 일이다. 어머니 생신 선물로 책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 서점에 들렀다. 내가 선물로 고른 책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1, 2권이었다. 내가 이 책을 e북 리더로 재밌게 잘 읽기도 했고, 어머니께서도 일과 중에 간간이 가볍게 읽으시면서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법한 소설이었다. 원하던 책을 찾고 계산대에 가면서 신간 책들의 표지를 한 번 쓱 훑어보았다. 위화감을 느꼈다.

내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 건 성인이 되고 나서다. 5년이 겨우 지났으니, 책 읽기 초심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이미 온라인 서점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인터넷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곧바로 사서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프라인 서점에 와서 실물 책들을 볼 일이 잘 없었는데, 그날도 정말 오랜만에 새 책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신간이라고 나오는 책들 표지가 모두 비슷비슷한 파스텔톤에 비슷비슷한 분위기를 뿜고 있다는 점이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이 대부분의 책을 감싸고 있었다. 책 표지에도 유행이 있는 걸까. 원래 대부분 책이 그런 표지를 갖고 있나. 상업적으로 사람들이 읽고 싶게 만드는 최고의 디자인이 밝혀진 걸까. 그 안에는 정말 수많은 작가들의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텐데, 이렇게 차별성이 없는 표지들로 정말 괜찮은 걸까.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걸까.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한 문장이 기억난다. 사람마다 각자 책 한 권 분량의 인생이 있단다. 이를 통해서 무엇을 말씀하려 하셨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크게 공감되는 말이다. 누구든 나의 한 페이지나 겉표지만 봐서 나의 모든 인생을 다 알 수 없다. 그리고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어도 새로운 감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나의 인생을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를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언뜻 비슷해 보여도 분명 다른 이야기들이 전 세계 사람 수만큼 있다. 그럼에도, 의도가 있든 없든, 나는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에 더 그럴싸해 보이게끔 가장 좋은 것으로 나의 겉표지를 꾸민다. 또, 남은 인생을 잘 써 내려가기 위해 바른 인생의 문법을 공부하고,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요소를 다음 페이지에 적어 내린다. 그러나 결국,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다. 내가 배운 삶의 문법, 요소들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는 있어도, 분명 내 책에는 나만이 쓸 수 있는, 나의 개성이 담겨있다. 따라서 나는 내 삶이 다른 사람의 삶과 닮아가고 싶어 하는 것도 나름 좋게 여긴다. 내 책이 그들과 같은 언어와 표현으로 쓰여 있어야 어려움 없이 남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책을 읽을 때, 아무리 흔한 문법과 요소로 내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어도, 그들은 결국 그 속에서 드러나는 '나'를 찾아낸다. 그러면 된 거다. 중요한 건 무엇인가.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섣불리 내가 잘 아는 표현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음을 경계하자. 상대방의 모든 인생을 당장 읽을 수는 없어도, 그 사람은 그 인생에 방대한 이야기가 있음을 기억하고, 존중하자.


난 웬만한 책들을 다 재밌게 읽는다. 책은 읽을 때마다 늘 새롭고, 같은 책 표지를 볼 때도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다르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책들도 다른 작가의 말과 이야기가 깊게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특별해 보이지 않는 책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음을 기대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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