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엔트로피(1)

부제; 나와 주변

by 재원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한다. 가끔 겉으로는 질서가 생기듯이 보이는 일도, 질서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총량은 결국 증가하게 된다. 영원해 보이는 것도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고, 과거에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제국들도 결국 끝을 맞이한다. 영원한 것은 없는 걸까.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 영원이 있다면, 그건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걸까. 멈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영원이라면, 과연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짧게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어떤 형태로든 오랫동안 보고 지내는 사람도 있다. 만남이 짧든 길든 대부분 결국 연락이 끊기고 정말 가끔 보거나 지나가는 추억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가족과도 연을 끊는 사람도 있고, 평생을 함께하자던 배우자와도 이별을 할 수 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가. 그들은 언제부터 내 사람이 되었는가. 그 이전에는 누가 내 사람이었는가. 그들은 어디 있나.

사람들은 모이고, 흩어진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은 오고 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존 사람과 이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다른 이름들은 용기, 여건, 운, 타이밍 등이 있겠다. 내 노력이 될 수도 있고, 상대, 혹은 제삼자의 노력이 될 수도 있다. 꼭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만남이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쨌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연을 맺고 유지하고 있는 건,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나 스스로는 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겠다. 그러나 나와 그 사람을 이어주고 있는 어떠한 힘이 사라지게 된다면, 그 관계는 소원해진다. 영원한 것은 잘 없다. 그 '어떠한 힘'도 그렇다. 질긴 인연도 끊어질 수 있다. 그래도 곧 분명 새로운 사람들과 가벼운 힘에 이끌려 인연을 맺게 된다.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고로 증가하면, 모든 입자와 에너지가 고르게 퍼져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거란다. 지금은 그에 비해 너무나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는 우주다. 사람의 관계망으로 빗대면, 모든 인류와 동등한 지위로 동등한 관계를 맺는 걸까. 역시 잘 상상이 안 된다. 그래도 현대에는 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아는 사이 정도면 너무나 쉽게 만날 수도 있고, 그만큼 쉽게 멀어질 수도 있다. 꼭 친목 관계가 아니어도 정말 다양한 형태로 수많은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이 SNS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한다. 분명 우리는 과거 사람들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인간관계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 남들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인류가 물에 빠지면 먼저 구할 사람이 확실하게 있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겠지. 아직은 인간관계 엔트로피도 그만큼 아주 작다는 얘기다.

매거진의 이전글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