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깊은 생각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깊고 곧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깊은 호수다. 크고 작은 돌들이 퐁당, 혹은 풍덩 빠져도 잔잔한 물결을 만들다 이내 잠잠해진다. 모가 나고 남을 해칠 수 있는 돌마저 품는다. 이 사고는 그런 깊은 호수를 동경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떤 요소가 마음을 깊은 호수로 만들어 줄까. 내 결론은 깊은 생각이다. 깊은 생각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깊은 생각을 습관처럼 몸에 배면 된다. 어떻게 깊은 생각을 몸에 배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언제 깊은 생각을 해 왔는지 기억해 봤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볼 때, 잘 쓰인 책을 읽을 때, 공부할 때, 그리고 글을 쓸 때 건강하고 깊은 생각을 했다. 깊은 생각과 그저 생각이 많은 건 다르다. 물론 생각을 많이 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저런 걱정과 잡념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비교할 몇 가지를 찾았다. 첫 번째는, 유튜브 쇼츠와 잘 만들어진 영화다. 나는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나, 유튜브 쇼츠와 짧은 영상을 가볍게 보기 시작하면 2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수많은 짧은 영상들이 빠르게 눈앞을 지나가면,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집중하는 일 없이 정신없이 다음 영상을 눈으로 좇기 바쁘다. 간혹 지식 정보를 다룬 쇼츠가 지나가도, 금방 다른 내용의 주제로 넘어가서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여유가 없다. 즉, 내 정신적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괜히 산만해지고 강약 없이 내 감정에 수많은 자극을 쏟아붓는다. 한바탕 그렇게 자극의 파도에 휩쓸리고 나면, 내 머리는 아무런 정리 정돈도 되지 않는 채 시간만 지나 있다. 반면, 잘 만들어진 영화는 어떤가. 2시간 남짓 한 시간 동안 그 영화가 관객한테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좁고 깊다. 해당 주제를 주어진 시간 동안 충분히,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도 그 여운이 남는다.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게 된다. 이렇게 건강한 영화를 보는 행위는 내가 바라는 깊은 생각과 닮아있다.
두 번째는, '짧은 정보들을 담은 일기 쓰기'와 '하나의 주제만 다룬 긴 글쓰기'이다. 어떤 글이든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남기려면 생각을 하긴 해야 한다. 그러면서 짧은 문장이더라도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고, 첨언할 것들이 생기기도 한다. 내 일기가 그랬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일기를 쓰면서 그저 별 이유 없이 눈에 띄던 사건을 한 번 적고 나면, 내가 왜 이 일이 뇌리에 맴도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그 이유를 찾고 조금씩 첨언하고 살을 붙이게 되면, 그날의 일기가 된다. 문제는, 그래도 짧다. 많은 경우 그냥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긴다. 물론 일기를 매일, 꾸준히 쓰는 것도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하루를 정리하고, 나를 기록하고, 되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일기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과 주장과 논리를 담은 글을 쓰는 것은 쓰는 사람에게 다르게 작용한다. 하나의 주제를 찾고, 내 형식대로 논리를 자유롭게 풀어 나가는 글에서는 일기를 쓸 때와는 다른 태도로 임하게 된다. 지금 쓰는 이런 글이 그렇다. 내가 정한 형식의 글은, 서론, 본론, 결론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글의 주제와 주장, 잠정적인 결론이 서론에 나타나며, 목소리로 읽었을 때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글을 말한다. 아무런 시각자료나 자막 없이도 이해가 되고 말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이 내 목표다. 내가 정한 방식을 고수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에 담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글을 쓰고 나면, 그냥 같은 분량의 하루 일기를 쓰는 것보다 정돈된 생각이 더 오래 남아 내 마음에 양분이 된다.
쇼츠와 영화, 일기 쓰기와 긴 글쓰기 외에도, 인터넷 기사 읽기와 책 읽기, 짤막한 플래시 게임 플레이와 긴 서사를 가진 게임 플레이 등 같은 주제로 비교할 대상들이 많다. 깊은 호수 같은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전자들보단 후자들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동안은 전자를 많이 즐기며 그 마음을 이해했으니, 이제 짙고 진득한 것들로 마음을 채울 때가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깊은 생각'들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어떻게 내 마음을 깊은 호수로 만드는가, 그리고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나를 생각' 카테고리에 쓰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이제부터 어떤 자극들이 내게 필요한가를 정리해 보았다. 그저 눈앞의 즐거움에만 빠져 게으르게 사는 시기도 있어서야 나쁘진 않겠지만, 그런 삶을 끝맺음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