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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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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Jun 21. 2023

이별

  마지막 날에,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예쁜 노래를 부를 걸 그랬다.

  어색함마저 그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걸 그랬다.


  후유증이 오래갔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 주변에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났고,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흉이 조금 남았지만 이제 의식하지 않으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따금 그 흉을 보고 있자면 그날들이 떠올라 찌르르, 하기도 한다. 정말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이제 웃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맞지 않았고, 그 좁힐 수 없는 간격을, 내 욕심과 이기심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사실을 이제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짙게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고, 너저분한 마음을 차곡차곡 잘 정리했다. 홀가분한 기분도 생겼다. 사실 정리할 마음도 별로 없었다. 그대가 떠난 뒤로 마음은 그저 텅 빈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공허함을 한동안 후회, 불안, 슬픔, 낙심으로 채웠다. 퀴퀴한 어둠과 그 밖에 일시적인 감정들로 마음을 메꿨다.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쁠 것도 없었다. 후유증을 겪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슬퍼했고, 후회했다. 매일같이 울고, 기도했다. 많이 아프고 힘들긴 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은 단단해졌고, 내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건 무엇이었는지 또다시 알게 되었다. 내 자아를 찾는 여정이었다. 그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같이 지내고, 기다리고, 헤어지고, 마음을 추스르는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배웠다. '나'를 배웠다. 그 사람을 통해 나와 마주했다. 단지 그 모든 여정을 함께한 그대에게 미안할 뿐이다.


  부족하지만 예쁘게 사랑했던 그때의 우리를 존중했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아꼈고, 잘 어울리던 두 사람이었다. 그 마음만큼은 순수했기에 그 장면 그대로 두기로 했다. 분명 그 안에는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겠지만, 서로의 관계를 위해 애타게 졸였던 마음마저 애틋하다. 나는 그렇게 내 어제를 고이 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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