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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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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Dec 21. 2022

저체중

  인생의 콤플렉스다. 이 또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열심히 먹고, 배만 나오지 않게 운동해야 한다. 열심히 관리할 때는 그래도 조금씩 살을 찌우긴 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만 손을 놓아도 금세 살이 쪽 빠진다. 말라서 고민인 게, 누구에게는 부러움 요소일 수도 있다. 나도 살 빼려고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현실을 보니 아니더라. 건강하게 살을 찌우는 것도 엄청 힘들더라. 체질 개선은 어느 방향으로든 힘들더라. 나도 똑같이 주변인들의 시선과 스스로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곧 있더라.

  내 식습관을 돌아본 적이 있다. 내 의지로 고치려고 식습관을 분석한 건 아닌데, 어쩌다 다른 사람과 음식 얘기하면서 그들과 나의 식습관을 비교할 때가 있다. 평균 체형인 사람들과 내게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이 내용을 마른 사람에게 들려주면 크게 공감하기도 한다. 그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루 동안 먹는 음식의 양이 정말 적다. 한 끼 식사를 얼마만큼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마른 사람들 중에도 한 끼를 정말 많이 먹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 끼를 그렇게 많이 먹으면 그 이후에 군것질이나 다음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 물론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아침 정도는 거르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먹지 못한 양만큼 점심이나 이후 군것질로 보충하는 것이 보통인데, 나 같은 사람들은 한두 끼 굶어도 그다음 먹는 식사량은 일정하다. 그 뒤로 군것질도 잘 안 한다. 한 번 배부르면 그 이상 먹을 생각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또 체질 자체가 한두 끼 굶는 게 습관이 되어있어서 하루 동안 먹는 양 자체가 적다. 성인 남성 평균 기초대사량이 하루에 1600 칼로리 정도인데, 내가 하루 동안 먹은 걸 계산하면 1500 칼로리를 넘기가 힘들다. 애초에 먹지를 않으니 안 찌는 거다. 햄버거 세트 하나가 요즘 1천 칼로리 하던데, 점심에 그거 하나 먹으면 저녁까지 배부른 게 유지가 된다.

  또, 배부른 느낌을 싫어한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찬 느낌을 원초 좋아하지를 않는다. 식고문이 있는 것처럼, 배부름으로 느끼는 불쾌함을 남들보다 빨리 느낀다. 더불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한두 입 먹으면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먹고 싶었던 음식이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든 첫 한 입 먹고 '맛있다'를 느끼지만, 그렇게 그 맛을 한 번 경험했으니 내 소화기관은 충분히 만족을 해버리는 거다. 이 현상이 좀 더 심할 때는,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을 때도 '어차피 그 맛을 아니까'라는 이유로 상상으로 먹는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식욕이 확 사라지기도 한다. 

  결국 체질이 그렇다. 잘 안 먹는 체질인 거다. 잘 안 먹으니 몸은 생존을 위해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니 더 안 먹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사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먹고 운동하는 게 좋은데, 나같이 게으르기까지 한 사람이 그게 쉽겠나.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는 핑계로 운동도 잘 안 한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다. 옷은 뭘 입어도 오버핏이고, 바지는 항상 허리가 남는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사도 벨트가 없으면 못 입는다. 체중에 변화가 없어도 주변에서는 맨날 살이 빠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들은 남들에게 '살 빼'라는 말보다 '살 좀 쪄'라는 말을 더 쉽게 뱉는 것 같다. 인터넷은 살 빼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지만 건강하게 살찌는 방법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마른 것도 그 나름의 고민이 있다는 거다. '나도 예전에 너처럼 많이 말랐는데~'라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정말 나보다 말랐던 사람은 없었다. '결국 찌게 되더라'라는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 상태로 아무 노력 없이 살이 쪄봤자 팔다리는 가느다랗고 배만 나오는 정말 볼품없는 몸이 될 뿐이다. 

  결국엔 역시 운동.. 운동뿐이다. 운동하면서 많이 먹어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쉽지가 않다. 다이어트는 어느 방향이든 고된 건 마찬가지다. 그저 '건강한 삶'이라는 이데아를 바라보며 달려가면 비만이든 저체중이든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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