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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Nov 24. 2022

오랜만에 얼굴 비춘 동아리


  지난주 금요일은 동아리 홈커밍데이였다. 코로나19 이후 첫 홈커밍 행사라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삼사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재학생 신분으로 활동한 선배들이었다. 내가 새내기였던 시절에 날 잘 챙겨주던 선배들인데, 이제는 내가 그 시절 선배들 나이가 되어서 다시 그들을 만났다. 휴학하고 복무 다녀왔더니 어느새 큰 선배가 되어버린 내게 이 시간만큼은 다시 막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나도 그 시절 그들처럼 멋진 선배가 되고 싶었는데, 아직 한참 먼 것 같다. 그들은 여전히 멋진 선배의 모습이었고, 나는 아직 어린 막내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나는 군대를 다녀오기 전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2학년이 되자마자 위원도 맡았고 휴학하고서는 위원장도 맡았다. 직책만 위원장이지 위원들 중에서는 막내여서 단순 업무만 하는 심부름꾼이었다. 갓 대학생의 풋풋했던 시기를 동아리와 함께했다. 내가 그렇게 대학과 동아리에 잘 적응한 데에는 간사님들과 선배들의 열정 덕이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그렇게 좋은 추억을 잘 쌓을 수 있었다.

  문제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였다.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고, 나는 SFC 경기학원연합 위원장이 되었다. 모든 행사와 모임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었으며, 동아리에 신입생 부원을 받기조차 힘들어졌다. 각각 다른 특색과 의미가 있던 행사들이 어색한 온라인 모임이 되었다. 불편한 환경, 매번 똑같은 진행, 갈수록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집중도와 참여도. 모두가 처음 겪는 시국에 위원들은 어딘가 메말라있었다.

  환영받고, 밥도 많이 얻어먹고, 이쁨 받으면서 느낀 그 소속감. 그리고 멋진 선배들과 동기들이 다 함께라는 든든함. 난 내가 신입생 때 느꼈던 그 좋은 감정들을 내 후배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몇 안 되는 신입생과 후배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 년이 갔다.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순간들을 다들 놓치는 것 같아 아쉬움만 가득 안고 군 복무를 위해 휴학을 했다. 떠나오면서 걱정이 많았다. 우리 학교 동아리는 매년 신입생도 잘 안 들어와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요양원 다니면서 간간이 동아리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우리 학교에서는 중앙동아리 지위가 박탈되었단다. 동아리방도 뺐다. 그저 경기대 SFC 이름으로 소모임만 존재하게 됐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연도에 신입생이 좀 들어왔다. 네 명이지만, 우리 경기대 SFC 입장에서는 많은 숫자였다. 지금 재학 중인 멤버도 이 후배들이 다다. 아직 나는 얼굴을 한 두 번밖에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지만, 그래도 이 모임이 당분간은 잘 유지가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내년에 복학한다. 다시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겠지. 또 위원을 할 생각이 있냐 묻더라. 사람이 없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새로운 멤버들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 텐데, 옛 기억만 갖고 있는 내가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 군대 갔다 온 남학생들의 공통 숙제다. 내가 아는 모습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동아리.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이전처럼 어두운 걱정은 아니다. 그래도 앞으로 2년은 더 학교에 다닐 예정이니, 시간은 적당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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