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도 현재 한국은 편의점 공화국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학교에 등교를 하거나 회사로 출근할 때 편의점을 꼭 한 번 지나치게 된다.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이다. 지하철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처음 마주하는 것 또한 편의점이다. 한국 편의점 대표3사(GS25, CU, 세븐일레븐)의 2016년도 매출액은 약 14조원이다. 이는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가 같은 기간 연매출 12조원을 달성한 것을 감안하면 편의점 시장의 성장력이 무시무시함을 알 수 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도 편의점 시장의 전망은 밝기만 하다.
싱글슈머(Single + Consumer) 최대 소비시장
코스메틱 시장 편의점 시장 진출
단거리, 단기간 오프라인 유통창구
일상생활 플랫폼 구현
이러한 밝은 전망속에 실제로 한국 편의점 점포수는 증가율 폭이 매년 점증하고 있다. 13, 14년도까지만 해도 한 자리 증가율을 기록하던 것이 15년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두 자리수를 기록한다. 이제는 동네 골목마다 편의점들이 들어서있지만 아직도 매일 10곳의 편의점이 전국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과거 한 점포당 배후인구수가 3만여명이던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점포당 배후인구수가 1천여명이하로 감소했다. 일본과 대만 편의점의 배후인구수가 3천여명인걸 감안하면 한국 편의점 시장은 상당히 과포화 된 상태이다. 일반적인 경제상식에 비춰보면 과잉공급 된 시장은 수요와 공급간의 균형점을 찾아가기 위해 공급이 자연스럽게 줄어야 정상이다. 이러한 과잉공급으로 각 편의점들은 매출을 더욱더 나눠갖게 된다. 결국 매출을 결정하는 '객단가x객수'에서 객수가 더욱더 줄어 편의점 폐점수도 급증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수익성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편의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가맹 타입이란 편의점을 출점할 때 본사와 점주 간 계약 방식을 말한다. 가맹 타입은 초기 보증금과 인테리어 시공비, 유통비 등 초기투자금을 본사와 점주 중 누가 많이 내느냐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점주가 투자금을 대부분 부담하고 대신 수익분배에 있어서 본사보다 많은 금액을 받아가는 완전가맹 타입. 본사가 초기비용 대부분을 지불하고 점주는 운영만 하는 대신 수익분배에 있어서 다소 적은 비율을 가져가는 위탁가맹 타입이 있다. 결국 투자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위험 부담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완전가맹과 위탁가맹 방식으로 나뉘어 계약을 맺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완전가맹 타입이 점주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성숙기에 돌입한 편의점 시장에 High Risk High Return인 완전가맹방식은 점주들을 큰 위험에 노출시기케 된다. 그렇다면 한국 편의점은 어떤 방식으로 계약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현재 완전가맹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비율이 전체 시장의 70%이상을 이룬다. 편의점 산업이 발달돼있는 대만과 일본을 비교해보자. 물론 한국, 일본, 대만 어느 나라든 각 브랜드마다 계약방식 비중이 상이하지만 대체로 일본의 경우는 30%미만, 대만은 4%에 그친다. 포화된 편의점시장에서 한국 편의점 점주들이 유독 높은 경영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이다.
이러한 출점 방식의 차이가 한국의 높은 점포수 증가율의 원인이 된다. 완전가맹방식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경영위험이나 폐점 위기에 놓였을 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결국 박리다매 전략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적은 수익을 얻지만 최대한 많은 편의점을 출점하여 매출실적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본사에서는 해당 지역의 인구유동성, 접근성, 유통비 등등 편의점 수익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하나의 편의점이라도 더 출점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심지어 250m 간격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점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2017년 7월 논란이 됐던 부산 해운대의 '편의점 아래 편의점' 사건이 단편적인 예다. 결국 이러한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 장려가 점주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한국은 일본, 대만과 달리 완전가맹방식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일까?
일본, 대만은 한국 편의점과 규모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한국 편의점의 경우 20평 남짓한 편의점도 많고 아무리 규모가 커야 30평을 넘어서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다. 반면 일본, 대만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편의점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 규모가 기본50평인 곳이 많다. 대만의 경우는 최근 대형화를 시행하기 시작하여 일본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30평 남짓하다. 즉 일본, 대만에서 출점하는 편의점들은 규모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자기자본으로 초기투자금을 충당하기도 어렵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위탁가맹방식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출점과정에서부터가 남다르다. 한국은 공실이 생기면 그곳에 출점 여부를 고려하지만, 일본은 매장 규모가 5~ 60평 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매장이 많지가 않다. 때문에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설계할 당시부터 편의점 입점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일반 개인 점주들이 완전가맹 방식으로 출점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 편의점들이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편의점 시장은 이제 단순히 과자나 음료, 간단한 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편의점에서 ATM기기를 이용하여 간단한 은행업무도 수행할 수 있고 택배를 송수취하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는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대형 화장품 브랜드와 편의점이 힘을 합쳐 새로운 화장품 유통통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은 어찌보면 각 시대별 사람들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결국 편의점 시장이 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현대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필요 욕구들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해야 한다.
국내에서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편의점은 바로 미니스톱이다. 미니스톱은 2016년부터 신규 가맹점을 최소 30평 이상 규모로만 허가해주는 '매장 표준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매장 규모를 30평 이상으로 하려다보니 공실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 창업비용 증가로 인해 소자본 생계형 투자자들의 진입이 어려워 졌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이 전략을 실시한 후 미니스톱 매장수는 1년 만에 이마트24에게 추월당했다. 업계 순위도 4~5순위로 밀려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스톱이 대형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이다. 현재 20평 남짓한 편의점은 제대로 된 생활 필요 물품들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담배 판매액일 정도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의류, 카페, 식당 등과 같은 다양한 시장소비자들을 편의점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실제로 직원이 직접 밥과 반찬을 만들어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편의점에 가면 일상행활에 필요한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편의점 버블은 터지기 마련이다. 현재 편의점은 일정한 고객수를 늘어나는 편의점들이 계속 나눠먹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일정 시기마다 비슷한 신 메뉴들을 출시하며 기존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할 뿐이다. 이제는 급변하는 소비시장의 트렌드에 발맞춰 따라가기 위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 다양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